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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하는자, 똑같은 기준으로 비판받으리라


입력 2019.02.04 06:00 수정 2019.02.04 08:05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선진화된 민주국가의 최종적 권력은 사법부가 가져

촛불에 기대어 나라 다스릴 수는 없어…다스리는 것은 국가시스템이어야

<김우석의 이인삼각> 선진화된 민주국가의 최종적 권력은 사법부가 가져
촛불에 기대어 나라 다스릴 수는 없어…다스리는 것은 국가시스템이어야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성경말씀(마태복음 7장 2절)이다. 현 정권의 실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몇일전 김경수 경남지사가 법정구속됐다. 청와대와 여권은 충격에 빠졌다. 선고당일 청와대와 그 주변은 ‘분노의 성토장’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가 공식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었다. 의례적으로 있을 법한 ‘재판결과를 존중하지만 아쉽다. 항소심을 지켜보겠다’ 정도의 반응도 없었다. 그만큼 불편했다는 증거리라. 청와대의 비분강개(悲憤慷慨)를 확인한 여당이 앞장섰다. 법적, 논리적으로는 비판이 불가능했다. 해당 판사는 현 정부의 정적인 전직 대통령에게 실형을 선고했고, 그 정부의 비서실장과 장관까지 구속시킨 인물이다. 그러나 그런 핑계가 통할 분위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청와대를 대신해 여당이 총대를 메고 성토를 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였다. 해당 판사를 인신공격하고 적폐세력의 ‘조직적 반동’으로 규정했다. 무리한 공격에는 역풍이 예상됐고 실지로 역풍이 불었다. 설연휴 민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이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나섰다. 설민심을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돌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는 포문을 야당으로 돌렸다. "탄핵당한 사람의 세력들이 감히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대통령을 대선 불복으로 대한단 말입니까."라고 윽박질렀다. 떨리는 목소리였고, 공포인지 분노인지 알 수 없는 독한 눈빛이었다.

이 대표의 이 발언은 또 다른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감히’라는 말은 오만함의 상징같이 회자됐다. 절대권력자의 아집과 상대편에 대한 멸시의 표현이었다. 국민은 불편해 했고 야당은 쾌재를 불렀다. 미끼를 덥석 문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당선 된’이란 말도 야당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야당은 헌법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정부가 언제까지 ‘촛불혁명’ 운운할 거냐며 비판했다. 야당의 주장은 현 여권의 정통성을 보강해주는 말로 들렸다. 헌법절차에 의해 국민이 선출한 정부가 더 정통성이 있는 정부다. 그런데, ‘촛불혁명’ 운운하며 일시적이고 감정적인 민심의 분출에 정권의 정당성을 둔다면, 장기적으로 안정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촛불혁명’으로 대표되는 민심이 싸늘해 진 후에 어디에서 권력의 정당성을 찾을 것인가?

이미 촛불혁명 세력 중 상대수가 ‘반정부의 길’에 들어섰다. 촛불세력의 선두에 섰고 물적 기반을 제공한 민노총은 정권형성과정에서의 기여도에 대한 지분을 주장하며 세를 확장했다. 조합원수는 10%이상 늘었고 그만큼 재정적 역량도 커졌다, 공권력도 그들을 두려워했다. 대한민국의 주인이 된 듯 했다. 이렇게 되자 정부는 민노총을 껄끄럽게 여겼다. ‘민노총의 눈치를 보다가 민심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입장에서 지금의 민노총은 ‘계륵(鷄肋)’과 같은 존재다. 손을 잡고 있으면 민심을 잃고, 놓으면 지지기반을 상실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계속 ‘촛불혁명’을 정통성의 근거로 삼는다면 지금의 어정쩡한 정책은 변함없을 것이고 민심이반은 가중될 것이다.

‘대선불복’ 프레임에 빠지는 것이 부담스러운 야당은 ‘재판불복’에 이어 ‘헌법불복’으로 맞받았다. 설 연휴 민심을 향해, ‘불복’을 키워드로 한 여론전이 벌어진 것이다. 야당입장에서 지금상황은 수세보다는 공세가 유리한 국면이라는 판단했을 것이다. 명분과 실리 등 모든 측면에서 여권이 패착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고집부리며 ‘소탐대실(小貪大失)’ 중이니, 그 취약점을 공격하면 충분히 설 민심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론전의 바람은 분명히 현 여권에 불리하다. 정쟁은 그렇다 치고 국가를 생각하면 이런 소모적인 싸움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권에 더욱 치명적이다. 선진화된 민주국가에서 최종적인 권력은 사법부가 갖는다. 입법부는 기준을 만들고, 행정부는 적용하고, 사법부가 최종판단한다. 결국 법원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것이다. 후진적인 독재국가가 최종심으로 ‘여론재판’을 삼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이유에서 선진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시스템은 안정적이다. 그 안정성이 정권교체를 용이하게 한다. 그런 안전장치가 없는 북한이나 옛 전통국가는 ‘피의 숙청’이 계속됐다. 당연히 누구도 권력이양을 순순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결국 사정기관과 언론, 그리고 사법부를 장악해서 장기집권을 꾀할 것이다. 이렇게 정부와 제도가 민심과 이반되면, 국민이 직접 폭력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다. ‘민중봉기’를 유도하는 일이다. 지난 정부는 촛불세력 봉기가 아니라 헌재판결을 통해 법질서 안에서 교체됐기 때문에 더 큰 충돌을 막고 피를 흘리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 성숙된 민주주의를 구현한 나라는 많지 않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현 정부는 박근혜정부보다 더욱 급격하게 침몰할 것’이라고... 그분들이 말하는 ‘급격한 침몰’은 연착륙을 가능케 하는 정상적인 법절차가 무력화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불행을 우리국민이 감당하게 해서는 안된다. 앞으로는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치고 법절차에 따라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현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더 이상 ‘내로남불’, ‘내정남적(나는 정의, 남은 적폐)’의 아집을 버리고 상대를 존중하며 국정을 정상화시켜야 한다. 사법부를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된다. 고삐풀인 여론이 더욱 기승을 부리는 그 화살은 언제든지 현 정권을 향할 수 있다. ‘자업자득’이지만, 그 결과는 국가발전을 후퇴시키는 길이고, 국민을 괴롭히는 것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라는 말처럼, 민심은 정권을 세우기도 하고 침몰시키기도 한다. 여론은 변덕이 심하다. 정권을 세운 민심은 언제고 그 정권을 침몰시킬 수 있다. 몽골제국의 재상이었던 야율초재(耶律楚材, 1189~1243)는 "제국을 말위에서 건설하였지만, 말위에서 제국을 다스릴 수는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권력자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말이다. 현 정권에 비슷한 충고를 해 주고 싶다.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촛불에 기대어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다. 다스리는 것은 국가시스템이어야 한다. 시스템을 모두 망가뜨리고 촛불로 통치하려 한다면, 맞바람이 불 때 현 정권도 모두 불타버릴 수 있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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