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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3조 성장한 IRP…은행만 웃고 고객은 울었다


입력 2019.02.06 06:00 수정 2019.02.05 21:38        부광우 기자

지난해 말 은행 IRP 적립금 12.9조…전년比 30.2%↑

年 평균 수익률 0.08%…시중은행 상당수 '마이너스'

지난해 말 은행 IRP 적립금 12.9조…전년比 30.2%↑
年 평균 수익률 0.08%…시중은행 상당수 '마이너스'


국내 은행별 개인형퇴직연금(IRP) 연 평균 수익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별 개인형퇴직연금(IRP) 연 평균 수익률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고객들로부터 받은 개인형퇴직연금(IRP) 자산이 1년 새 3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입 문턱이 한층 낮아지면서 불어난 소비자들의 관심이 IRP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하지만 지난해 은행들의 관련 수익률이 곤두박질치면서 제로에 가까워졌고, 특히 고객 대부분이 쏠려 있는 대형 시중은행들 가운데 상당수는 원금마저 까먹는 등 IRP는 시행 8년차를 맞아 본격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사업자로 등록된 국내 12개 은행들이 보유한 IRP 적립금은 총 12조9302억원으로 전년 말(9조9316억원) 대비 30.2%(2조9986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의 IRP 자산이 3조6222억원으로 같은 기간(2조8129억원) 대비 28.8%(8093억원) 늘며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어 신한은행의 IRP 적립금이 2조2595억원에서 33.0%(7447억원) 증가한 3조42억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은행과 함께 4대 시중은행으로 꼽히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IRP 자산도 빠르게 늘며 나란히 2조원에 육박했다. 우리은행은 1조6734억원에서 1조9966억원으로, 하나은행은 1조2870억원에서 1조9471억원으로 각각 19.3%(3232억원)와 51.3%(6601억원)씩 IRP 적립금이 증가했다.

이밖에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 은행들의 IRP 자산은 ▲NH농협은행 9487억원 ▲IBK기업은행 9060억원 ▲부산은행 1689억원 ▲대구은행 984억원 ▲경남은행 925억원 ▲KDB산업은행 786억원 ▲광주은행 570억원 ▲제주은행 100억원 등 순이었다.

이처럼 IRP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크게 확대된 가입 조건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존에는 가입이 불가능했던 580만여명의 자영업자와 150만명 가량인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 연금 가입자 등 730만명이 2017년 하반기부터 IRP에 돈을 넣을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IRP 시즌 2가 펼쳐졌다는 평이다.

문제는 이처럼 고객이 늘면서 은행들이 가입자들로부터 받아 둔 적립금은 눈에 띄게 불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수익률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사 대상 은행들의 평균 연간 IRP 수익률은 0.08%로 전년(1.59%) 대비 1.52%포인트 하락했다. 은행 IRP에 돈을 넣어둔 고객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 해 동안 아무런 수익을 얻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걱정은 더욱 커지는 현실이다. 관련 시장의 최대 사업자인 국민은행의 지난해 IRP 수익률은 ·0.29%로 아예 손실을 기록했다. 아울러 4대 은행에 속하는 하나은행(-0.46%)과 우리은행(-0.20%) 역시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냈다. 대구은행(-0.50%)과 경남은행(-0.23%)도 IRP 수익률이 음수로 떨어졌다.

이밖에 은행들의 지난해 IRP 수익률은 ▲부산은행·산업은행 0.10% ▲신한은행 0.14% ▲농협은행 0.28% ▲광주은행 0.30% ▲기업은행 0.56% ▲제주은행 1.12% 등 순이었다.

IRP는 2012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되면서 새롭게 도입된 제도로, 이전의 개인퇴직계좌를 대체한 퇴직연금이다. IRP는 예금과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 등 다양한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주식투자는 전체 자산의 40%까지로 제한되지만, 기존 확정급여형이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 비해서는 운용이 자유로워 은퇴 후 자금을 조금이라도 불리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결국 IRP를 통해 고객이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높은 운용 수익률이 필수적이다. IRP가 최근에 보이고 있는 수익률은 통상적인 예·적금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침체된 영향이 컸다. IRP를 선택한 소비자들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IRP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가입자 스스로가 자본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 그에 맞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 하지만, 퇴직연금 상품의 특성 상 이를 방치하는 이들이 많다"며 "은행들이 고객들을 상대로 이런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려 능동적인 자산 운용이 이뤄지도록 좀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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