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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생보업계-중] 사업비 지출 사상 최대…출혈경쟁 위험수위


입력 2019.02.03 06:00 수정 2019.02.03 07:59        부광우 기자

생보사 연간 총 사업비 처음으로 9조원 넘을 듯

"IFRS17 대비" 적극 영업에도 보장성 판매 위축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역풍에 사업의 기반인 보험 영업부터 흔들리는 와중 한층 강화돼 가는 외부 규제는 생명보험사들을 더욱 억누르고 있다. 여기에 계속되는 고객 기만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마음마저 차갑게 식으면서 생보사들의 입지는 좁아만 지고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 속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생보업계의 현 주소를 짚어 봤다.

생보사 연간 총 사업비 처음으로 9조원 넘을 듯
"IFRS17 대비" 적극 영업에도 보장성 판매 위축


국내 생명보험사 연간 사업비 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연간 사업비 지출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지난해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고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데 쓴 사업비가 연간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맞춰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위한 신규 영업에 적극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통해 원했던 보장성 보험 판매 확대에 생보사들이 난항을 겪으면서 자칫 출혈경쟁의 부작용만 남게 될 것이란 우려는 점점 커지고 있다.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국내 24개 생보사들이 쓴 사업비는 총 8조783억원으로 전년 동기(7조3881억원) 대비 9.3%(6902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생보업계의 사업비 지출 규모는 1년 만에 역대 최대 금액을 갈아치울 것이 확실시된다. 이전까지 생보사들의 연간 사업비 최대 액수 기록은 2017년의 8조6762억원이었다. 그런데 10월까지의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지난해 사업비는 9조원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만 해도 생보사의 연간 사업비는 4조원을 약간 넘는 수준으로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2010년을 전후해 5조원 정도를 유지하다 2012년 7조원을 넘어서더니 2014년 이후 해마다 8조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비 지출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생보업계 내에서의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본격 시행이 다가오고 있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IFRS17 도입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생보사들의 보장성 보험 판매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2022년 IFRS17이 적용되면 생보사들의 재무 건전성 위험은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기 때문이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최근 생보업계에서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보험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반면 보장성 상품은 상대적으로 금리에 따른 짐이 적다는 점에서 IFRS17 시행 시 보험사의 재무적 압박을 완화해 수 있는 상품이다. 더욱이 현 회계 기준에서 판매 첫해 손해가 발생하는 보장성 보험은 IFRS17이 도입되면 오히려 처음부터 이익이 나게 되는 효자 상품으로 변하게 된다. 요즘 들어 보험사들이 보장성 보험 영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사업비 지출을 감수하면서 영업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생보사들의 보장성 상품 판매가 좀처럼 확대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생보사들이 보장성 보험에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9067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588억원) 대비 21.8%(2521억원)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이 때문에 생보사들의 사업비 경쟁이 상처만 남기고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헛심 공방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점차 시행이 다가오고 오고 있는 IFRS17에 따른 부담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자칫 과열경쟁의 역효과만 남을 수 있다는 염려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 신규 가입 유치를 늘리는 과정에서 사업비 증가는 일종의 세금과 같이 피할 수 없는 요소"라며 "IFRS17을 앞두고 보장성 보험 판매를 확대하면서도 비용은 줄여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 앞에서 생보사들의 고민은 계속 증폭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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