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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생보업계-상] 동력 잃은 보험영업…투자에 '사활'


입력 2019.02.02 06:00 수정 2019.02.02 03:03        부광우 기자

생보사 보험영역 손익 1년 새 91.7% 급감

저축성 상품 제동 '역풍'…대안은 자산운용

국내 생명보험업계에 드리운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저출산 역풍에 사업의 기반인 보험 영업부터 흔들리는 와중 한층 강화돼 가는 외부 규제는 생명보험사들을 더욱 억누르고 있다. 여기에 계속되는 고객 기만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마음마저 차갑게 식으면서 생보사들의 입지는 좁아만 지고 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전망 속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생보업계의 현 주소를 짚어 봤다.

생보사 보험영역 손익 1년 새 91.7% 급감
저축성 상품 제동 '역풍'…대안은 자산운용


국내 생명보험사 보험영업손익 추이 및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보험영업손익 추이 및 현황.ⓒ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보험 영업에서 거둔 이익이 1년 새 10분의 1 토막만 남을 정도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가오면서 과거 생명보험업계의 성장을 이끌었던 저축성 상품을 팔기 힘들게 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생보사들은 그 동안 불려 놓은 자산을 활용한 탈출구 모색에 힘쓰는 모양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국내 24개 생보사들의 보험영업 수익에서 비용을 뺀 손익은 총 767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2757억원) 대비 91.7%(8조5087억원)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보면 전체의 절반인 12개사가 아예 보험영업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대 생보사인 삼성생명은 물론, 함께 빅3로 꼽히는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대형사들 대부분이 수천억원 대의 손실을 내며 우려를 자아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보험영업에서만 7881억원에서 달하는 누적 적자를 쌓았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4182억원, 1624억원의 보험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밖에 NH농협생명(-5857억원)·ABL생명(-4227억원)·미래에셋생명(-2948억원)·KB생명(-2750억원)·BNP파리바카디프생명(-1811억원)·흥국생명(-1589억원)·푸본현대생명(-1237억원)·DB생명(-336억원)·처브라이프생명(-241억원) 등이 보험영업 손익에서 마이너스 실적을 나타냈다.

이처럼 생보사들의 보험영업 성적이 고꾸라진 가장 큰 요인은 저축성 보험의 판매 부진이다. 조사 대상 생보사들의 지난해 1~3분기 저축성 상품 판매에서 거둬들인 초회보험료는 3조3286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2495억원) 대비 36.6%(1조9209억원) 감소했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생보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축성 보험은 생보업계의 영토 확장을 이끈 효자 상품이었다. 그런데 IFRS17 시행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저축성 상품은 생보사들에게 계륵과 같은 존재가 돼 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보험 영업 수익을 끌어올리는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지만, 본격 시행을 3년 앞둔 IFRS17이 적용되면 재무 건전성을 갉아먹을 주범이 될 수 있어서다.

2022년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과거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팔았던 생보사들의 재무 위험은 상당할 전망이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생보사들이 예전보다 한층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자산운용이다. 사실상 포화 상태에 놓은 국내 보험 시장에서 더 이상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그리고 과거 저축성 상품 판매를 통해 모아 둔 대규모 자산은 이 같은 전략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들어 3분기까지 생보사들의 투자영업 수익에서 비용을 뺀 손익은 18조5142억원으로 전년 동기(17조692억원) 대비 8.5%(1조4450억원) 늘었다. 전체 생보사의 약 3분의 2가 해당 기간 이처럼 투자영업 손익을 확대하는데 성공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이미 누구나 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국내 시장 여건 속 좀처럼 새로운 먹거리도 찾지 못하면서 한계에 봉착한 보험 영업의 현실은 모든 생보사들에게 고민을 안기고 있다"며 "다만 전 세계적으로 장기간 지속되던 저금리 기조에 반등 흐름이 나타나면서 이를 활용해 투자수익을 확대함으로써 활로를 찾으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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