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t Korea]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세안으로 간 韓 금융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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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편집시간 : 2019년 06월 26일 09:01:42
    [Reset Korea]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세안으로 간 韓 금융 미래는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전문가 4인의 진단
    "뚜렷한 비전 갖고 선택과 집중해야…정부의 능동적 지원 노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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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2-01 06:00
    배근미 기자(athena3507@dailian.co.kr)
    부광우 기자(boo0731@dailian.co.kr)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전문가 4인의 진단
    "뚜렷한 비전 갖고 선택과 집중해야…정부의 능동적 지원 노력 필요"


    ▲ 정영식(왼쪽부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과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은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범열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부센터장.ⓒ데일리안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금융사들이 갖는 역할론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돼 왔다. 금융이라는 마중물 없이 아세안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날개를 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남방경제실장과 서병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서은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범열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지원센터 부센터장 등 전문가들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동남아 시장의 상황을 이해하고, 금융 지원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과거의 고정관념만 가지고 신남방 지역에 성급히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으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정 실장은 "1990년대 초중반 동남아 경제는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 극복을 위한 일본의 내수 경기 부양과 해외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크게 성장했었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아세안 경제공동체가 본격적으로 출범하지는 못한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요즘 신남방 시장은 자체 성장 정책과 아세안 경제공동체 활성화 등에 힘입어 이전보다 경제 규모가 매우 커졌다"고 설명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사들에게 1990년대 아세안은 저환율 정책으로 부족해진 외화를 조달하기 위한 곳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남는 외화를 투자해 돈을 벌기 위한 새로운 시장으로 성격이 바뀌었다"고 짚었다.

    서 교수는 "경기침체와 저금리 여파로 은행이 한국에서 수익을 낼 여지가 점점 줄어드는 위기 상황에서 금융의 해외진출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상황이 됐다"며 "환경적으로 금융권이 아세안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때"라고 평가했다.

    이 부센터장은 "1990년대 초중반 은행의 해외 진출 수요가 확대됐으나 당시 금융업계 내부적으로는 해외사업 노하우가 부족했고, 외부적으로는 아시안 외환위기 등 악재가 겹쳐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그동안 아세안은 아시아의 변방에서 세계에서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 금융시장 대외 개방의 폭도 확대되는 등 진출에 보다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평했다.

    뚜렷한 청사진부터

    금융사의 신남방 진출 시 목적을 뚜렷이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해외로 나간다는 사실 자체에만 집중하지 말고 정확히 현지에서 무엇을 할지 뚜렷한 청사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사들의 시장 개척에 우리 정부가 좀 더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정 실장은 "해외 진출에 있어 금융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며 "우선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과 이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현지 기업과 가계를 대상으로 영위하는 금융업"이라고 정의했다.

    이 부센터장은 "현재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이 세계 유수의 금융사들과 대등하게 경쟁하기에는 다소 못 미치는 수준인 점 등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자금 수요 지원 등을 통해 동반 진출하는 것이 금융사의 위험부담을 낮추고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시켜 효율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나 무역과 관련한 자금을 조달할 때 대기업의 경우 현지 혹은 글로벌 금융사로부터 이를 해결할 수 있지만,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국내 금융사들의 도움이 필요한 만큼 기업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긴밀한 관계"라며 "아울러 국내 금융 시장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우리 금융사들도 일본 등 선진국 금융사들과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수익 기반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과거 은행들의 해외 지점은 현지에 있는 우리 기업이나 교민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면서 영업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현지 금융사를 인수합병(M&A)하는 방법으로 현지 영업에 초점을 두고 수익성 개선을 이루려는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아세안 국가들 간의 금융협력 강화로 인해 다른 국가들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이런 움직임에 제한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금융외교 노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출혈경쟁 완화 지혜 골몰

    우리 금융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일제히 동남아로 향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베트남 등 특정 국가에 발걸음이 몰리면서 자칫 좁은 국내 시장에서 벌이던 과열경쟁이 수천㎞ 떨어진 아세안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염려다. 이에 전문가들도 대부분 고개를 끄덕였지만, 지나친 걱정보다는 보폭을 빨리할 때라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서 교수는 "전략적 지역이 비슷하게 선정되다 보니 해외에서도 국내 은행들끼리 다시 경쟁을 하는 모양새가 돼 버렸고, 특히 동남아 M&A 시장에 국내 금융사들이 다 같이 뛰어 들면서 인수 경쟁도 과열돼 불필요한 비용 지출이 매우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선 한 두 나라에서 영업이 성공하고 나면 다른 국가들로 확장해 나가는 전략들을 썼던 외국 금융사들의 사례를 스터티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금융은 규제 산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개별 금융기관뿐 아니라 국내 정책 당국과 현지 정책 당국 간의 협의 및 협력을 통해 신규 시장과 새로운 국가로의 진출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그 다음으로 경쟁 과열 현상이 심화될 경우 금융사 개별적으로, 그리고 국내 정책 당국 차원에서도 금융사의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를 점차 강화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센터장은 "최근 몇 년 간 한국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에 집중돼 있는데, 이는 금융사들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결과로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향후 새로운 시장의 개척을 통한 진출 지역 다변화와 수익 포트폴리오 확장 등을 통해 리스크를 적절히 분산하고 통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의 무역이나 해외 진출과 관련한 업무에 있어서는 한국 금융사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측면이 있으나, 현지 고객을 유치하는데 있어서는 그 곳에 있는 금융사들과의 경쟁이 가장 중요하다"며 "따라서 현지법인 형태로 현지 고객 상대 영업을 강화한다면 국내 금융사들 간의 경쟁 문제는 큰 이슈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우리의 강점 살릴 활로는

    한국 금융사들이 신남방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키워드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장기적 안목이 꼽혔다. 더불어 아세안을 강타하고 있는 한류 열풍은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승부는 성장 과정에서 얼마나 내실을 다질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힐 전망이다.

    서 교수는 "세계적인 금융사인 골드만삭스가 중국에 진출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문이 신뢰와 명성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정부와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한 점이 현지화 성공에 가장 중요한 전략이었다"며 "상징적인 해외 지점이 아니라 실질적인 아시아 사업의 거점 역할에 초점을 두는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부센터장은 "우선 국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 이후 글로벌 금융사나 다른 국내 금융사의 성공 또는 실패 사례를 면밀히 연구하는 등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며 "일반적으로 현지 경쟁사 대비 소규모로 진출하는 점을 감안해 인터넷이나 모바일 등 저비용 영업 네트워크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등 구체적이고 치밀한 전략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나 일본과 규모나 금리로 경쟁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한국 특유의 서비스 정신으로 고객 만족도를 높이면서 마케팅 쪽에서 한류를 적절히 활용하고, 또 현지인들의 반일 반중 정서도 이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적절한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우리만의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회성 정책에 그치지 말아야

    정부의 신남방 정책에는 대체로 큰 틀에서 동의한다는 반응이다. 아세안 시장의 빠른 성장에 맞춰 골든타임을 잡을 적기란 평가다. 다만 보여주기식 단기 행정으로 끝나면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신남방 정책을 통해 아세안과의 외교를 강화하는 것은 해당 지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며 "부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정 실장은 "신남방 정책은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아세안 지역의 수요를 엄밀히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특히 신남방 지역은 우리나라에 대해 성공적인 산업구조 개편과 금융위기 경험 및 극복에 대한 노하우, 제도, 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높아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방식으로의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 부센터장은 "정부의 신남방 정책 추진으로 인적·물적 교류협력이 확대되면서 국내 금융사의 노력이 현실화하는데 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금융사와 감독당국, 그리고 정부가 한 팀으로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 금융사가 아시아의 금융브랜드로, 나아가 글로벌 금융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데일리안 = 배근미·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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