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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대우조선 인수, 지금이 최적인 이유 3가지


입력 2019.01.31 10:59 수정 2019.01.31 11:10        박영국 기자

산은 매각 의지, 시황 회복 타이밍, 재무구조·실적개선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

산은 매각 의지, 시황 회복 타이밍, 재무구조·실적개선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미 조선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세계 1·2위 업체가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는 것은 너무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기존 빅3 체제의 조선업계를 2사 경쟁구도로 재편하려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가 불가피하고, 어차피 인수할 것이라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데 있어 시기적 긍정 요인은 ▲산업은행의 매각 의지 ▲조선시황 회복 타이밍에 저가수주 우려 해소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및 실적개선 등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

◆산은 매각 의지 커…인수조건 유리

원매자 입장에서 같은 매물을 노리는 경쟁자가 없으면 인수가 수월하다. 오랜 기간 다른 원매자가 없어 팔려는 이의 애가 닳아 있으면 말할 것도 없다. 지금 산은의 상황이 그렇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그동안 자신의 임기 중 산은 출자사 지분을 최대한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심지어 ‘헐값매각’으로 비난을 받는 상황까지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중 구조조정 기업을 최대한 많이 매각하고 떠날 생각”이라며 그동안 이른바 ‘서별관 회의’를 통해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을 떠맡은 문제를 거론했다.

또 “산업은행이 (출자사를) 헐값에 매각한다는 비난을 계속 하면 기업 매각이 곤혹스럽다. 손실을 보더라도 매각하는 게 정답이라는 게 내 기본 방침”이라며 “이에 대해 책임지라면 책임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은의 강한 매각 의지, 그리고 경쟁자의 부재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데 있어 매우 우호적인 요인이다. 인수 가격은 물론, 방식에 있어서도 현대중공업은 자사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을 매물로 놓고 본다면 전형적인 ‘바이어 마켓(수요자 중심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원매자는 협상에서 최대한 좋은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물적분할해 조선지주가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보유하고, 조선지주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현물 출자하고 조선지주는 신주를 발행해주는 방식, 즉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자금 부담이 전혀 없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삼자경쟁에서 양자경쟁 구도로…조선시황 회복 수혜 극대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빅2’ 체제가 합리적이라는 점을 주장해 왔다. 국내 조선 빅3이자 세계 조선 빅3간 수주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가수주가 발생하는 데 따른 피로도를 호소한 것이다. 심지어 대우조선해양을 이끄는 정성립 사장마저 빅2 체제가 맞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빅2 체제는 곧 빅3 중 대우조선이 소멸되거나 나머지 2사 중 하나에 흡수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자는 이미 정부가 대우조선을 살리기로 결정하면서 무산됐으니 남은 것은 후자의 방법뿐이다.

어차피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떠안아야 되는 상황이라면 조선시황이 회복 사이클을 보이는 지금이 최적기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에 경쟁사가 줄어들면 조선사가 선주사에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 수주 과정에서 가격을 올려받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 흑자 사이클 진입한 대우조선

인수 타이밍으로 지금이 최적이긴 가장 큰 이유는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마무리됐고, 각종 리스크도 털어내 흑자 구조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채권단과 채무재조정에 성공하며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골치 아픈 문제는 최대주주인 산은이 대부분 해결한 상태다.

부실의 주범으로 꼽혔던 소난골 프로젝트도 지난해 말 모두 해결하고 9000억원의 자금도 확보했다. 불확실성이 제거됨은 물론 손익 개선 효과까지 등에 업은 상태다.

경영실적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흑자 구조에 들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7330억원의 흑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이를 소폭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일감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량 588만4000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를 보유해 현대중공업그룹(1114만5000CGT)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단일 도크 기준으로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474만9000CGT)를 제치고 대우조선이 1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 구조조정 이전과 이후의 대우조선은 전혀 다른 회사”라며 “재무구조도 개선됐고, 리스크 요인도 제거됐고, 덩치도 줄인데다, 이제 막 흑자 구조에 들어선 만큼 인수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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