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광주형 일자리 공전…노동계 '단협 유예' 양보 없이는 요원


입력 2019.01.29 06:00 수정 2019.01.29 06:06        박영국 기자

단협 유예 없으면 광주형 일자리 본래 취지 무의미

임금 경쟁력 보장 못하면 생산차종 투입도 불가

단협 유예 없으면 광주형 일자리 본래 취지 무의미
임금 경쟁력 보장 못하면 생산차종 투입도 불가


2018년 12월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을 수정 결의한 노사민정협의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년 12월 5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중회의실에서 '광주형 일자리' 협상 잠정 합의안을 수정 결의한 노사민정협의회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사의 양보, 지자체의 지원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는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지난해 무산 이후 새해 들어서도 공전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월 내 타결’ 전망은 어긋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역노동계(한국노총 광주본부)가 ‘단체협약 유예 조항’ 수용을 거부하고 있어 타결은 요원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외곽에서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요구하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광주시와 현대차, 지역 노동계는 이날까지 광주형 일자리 관련 협상에서 전혀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6일로 예정됐던 최종 협약서 조인식이 취소된 이후 핵심 사안에서 전혀 진전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계속해서 이 사업에 대한지지 의사를 밝혔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달 말 광주형 일자리 협상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협상의 마지막 단추이자 결정적 걸림돌은 ‘광주 완성차 공장이 차량 35만대를 생산할 때까지 단체협약을 유예한다’는 조항이다.

이해찬 대표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1월내 타결’이라는 낙관론은 ‘단협 유예조항만 해결하면 타결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사실상 단협 유예조항이 이 사업의 핵심인지라 이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혀 진척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단협 유예조항’이 ‘광주형 일자리 사업의 핵심’일 수밖에 없는 것은 애초에 현대차가 이 부분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광주형 일자리의 롤모델인 폭스바겐의 ‘아우토5000’의 핵심은 ‘노동계의 8년간 5000마르크 임금동결 수용을 전제로 한 사측의 일자리 제공’이다.

현대차가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생산하려던 차는 경형 SUV다. 기존 소형 SUV ‘코나’는 물론, 울산공장에 새로 투입하는 코나보다 더 작은 SUV ‘베뉴’ 보다도 하위 차급인 배기량 1000cc 미만의 경차다.

평균 연봉이 9000억원을 넘는 기존 현대차 임금체계로는 경차를 생산해서는 수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서 ‘반값 임금을 일정 기간 유지한다’는 조건을 내건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반값 임금을 기반으로 한 저가의 경형 SUV 생산’이 아니라면 현대차 뿐만 아니라 어떤 자동차 업체도 국내에 새로운 생산설비를 투자할 이유가 없다. 내수 시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저가 경형 SUV 출시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야 하고, 이는 ‘반값 임금’의 일정기간 지속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 현대차 노조와 민주노총의 ‘광주형 일자리 반대’ 움직임도 현대차에는 부담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12월 광주형 일자리 최종 협약서 조인이 무산된 상황에서도 사업이 철회되지 않았다며 파업을 벌인 바 있다. 앞으로 사업이 진척된다면 현대차는 기존 공장에서 수시로 생산 차질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자동차 산업 발전을 논할 노사정 포럼 출범이 출범한 상황에서도 “광주형 일자리 타당성 검증부터 시작하라”고 요구하는 등 계속해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와 광주시는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일단 사업을 진행하고 쟁점 사안은 추후 논의하자는 식이지만 이 역시 불가능한 일이다. 광주시가 단협 유예 조항 대신 넣은 ‘조기 경영 안정 및 지속 가능성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문구는 불확실성을 경계해야 하는 기업에게는 최악의 독소조항이다.

매년 단협을 진행했다가는 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결국에는 현대차의 기존 사업장과 다를 게 없는 꼴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일단 투자를 해놓고 고용 책임까지 떠안으면 발을 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강성노조의 파업에 몸살을 앓아가며 막대한 임금 부담을 짊어져온 현대차로서는 ‘단협 유예 조항’이라는 안전장치 없이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 골칫덩이를 늘리는 셈 밖에 안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에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사업에 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공산주의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전국에는 현대차 임금의 반만 줘도 열심히 일하겠다는 근로자가 수없이 많다. 광주 지역 노동계가 단협 유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건 일자리를 걷어차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