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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마 안 한다"고 했더니 뜨네…불출마의 정치학


입력 2019.01.28 01:00 수정 2019.01.27 20:45        고수정 기자

김대중·이회창 정계은퇴·대선 출마 번복 史 유명

유시민 여론조사 제외 건의 미수용으로 더욱 주목

김대중·이회창 정계은퇴·대선 출마 번복 史 유명
유시민 여론조사 제외 건의 미수용으로 더욱 주목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선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는데도 주목받고 있다. ⓒ데일리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선에 불출마한다고 밝혔는데도 주목받고 있다. ⓒ데일리안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정치인이 대통령선거에 불출마한다고 선언하면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모양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여론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대권 주자에서 멀어지고자 하는 본인의 뜻과는 달리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그의 정치적 잠재력을 주목하고 있다. 왜 그럴까.

정치인들의 대선 불출마 선언과 그보다 더 나아간 정계은퇴는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정당은 물론 지지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주자인 경우 더욱 그랬다. 역대 대선에서 대권 주자의 불출마는 결과를 크게 좌우한 변수가 되기도 했다. 또 불출마 선언을 번복하고 대권에 오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계은퇴도 마찬가지다.

김대중·이회창 정계은퇴·대선 출마 번복 史 유명

가장 대표적인 예는 고 김대중 대통령이다. 1987년 7월 당시 민주화추진협의회 공동의장이었던 김 전 대통령은 13대 대통령 불출마 선언을 번복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직선제 제의를 수락하지 않았고, 건국대 학생들에 대한 탄압을 중지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3대선에 출마했지만, 이는 김 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정치 공세의 소재로 활용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 1992년 대선에서도 낙선하자 이듬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해외 연수 후 3년 뒤 1995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겨주며 정계에 복귀했다. 그러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야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해 15대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총재도 2002년 대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패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보수 진영의 바람에 따라 1997년 정계에 화려하게 복귀해 대선을 치렀지만, 아들 병역기피 문제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이 전 총재는 이후 ‘제2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해외 연수를 떠났다. 이후 2007년 대선 직전 정계에 복귀해 또 다시 대권에 도전했다. 그는 세 번째 대선 패배라는 굴욕을 맛봤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재임 시절부터 정치권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아왔다. 특히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에는 문재인 후보의 마땅한 대항마가 없었던 만큼 반 전 사무총장의 출마 가능성이 주목돼 왔다. 반 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출마설이 돌 때마다 “잘 모르겠다”며 자신의 별명인 ‘기름 장어’처럼 확답을 피해왔다.

그러던 중 반 전 사무총장은 2016년 12월 비박계가 창당한 개혁보수신당 등이 주축이 된 제 3정당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다 20일 여일 만에 돌연 대선 출마를 포기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건 아니지만, 과거 청와대 재직 시절 “정치 안 한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했다고 전해진다.

유시민 여론조사 제외 건의 미수용으로 더욱 주목

최근 불출마 선언으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유 이사장이다. 그는 2013년 2월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방송 활동, 집필 등을 했다. 이후 이해찬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표직에 오르면서 유 이사장에게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리를 물려줬다. 유 이사장은 당시 정치 재개 관측에 “공직 선거 출마는 다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 이사장이 팟캐스트를 시작하면서 정계 복귀 및 대선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자신의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대선 불출마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유 이사장은 지난 7일 방송에서 “대통령이 안 되고 싶다. 선거에 나가기도 싫다”며 “그렇게 무거운 책임은 안 맡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이사장이 그간 대선 출마 가능성에 “없다”에서 “싫다”로 뉘앙스가 바뀐 점을 주목하고 있다.

여러 관측이 난무하자, 유 이사장은 급기야 ‘자신을 차기 대선 여론조사 대상에서 빼달라’고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요청했다. 하지만 여심위가 이를 불수용하면서 오히려 유 이사장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대선이 아직 많이 남은 상태에서 대선 출마에 대한 욕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여론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며 “불출마 선언은 일종의 정치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력 주자들이 불출마한다거나 정계 은퇴를 선언하면 더욱 이슈가 돼 지지층 결집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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