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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뚜렷해지는 화장품 시장…'럭셔리' 웃고 '중저가' 울고


입력 2019.01.27 06:00 수정 2019.01.26 21:56        손현진 기자

중국서 인기 높은 럭셔리 화장품 '후' 덕택…사상 최대 실적 낸 LG생건

로드숍 비롯한 중저가 시장은 빨간불…올해 과제도 '위기 탈출'

중국서 인기 높은 럭셔리 화장품 '후' 덕택…사상 최대 실적 낸 LG생건
로드숍 비롯한 중저가 시장은 빨간불…올해 과제도 '위기 탈출'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중저가 브랜드는 침체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 빠바이반 백화점의 LG생활건강 '후'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중저가 브랜드는 침체하는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상하이 빠바이반 백화점의 LG생활건강 '후'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LG생활건강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는 큰 폭의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중저가 브랜드는 침체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한 럭셔리 브랜드는 연일 기록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내수 중심의 중저가 화장품은 생존 위기에 내몰린 모양새다.

27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의 럭셔리 한방 화장품 '후'는 지난해 단일 브랜드 최초로 누적 매출 2조원을 기록했다. 출시 14년 만인 201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내수침체와 중국 관광객의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장을 지속해 불과 2년 만에 2조원 매출을 달성했다.

지난해 후 매출은 1조4200억원 수준이었는데 이보다 40.8% 성장한 규모다.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환산한 작년 매출은 약 3조원으로, 세계적인 럭셔리 화장품인 랑콤(5.3조원), 시세이도(4.7조원), 에스티로더(4.4조원) 등과도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브랜드가 됐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후의 호조에 힘입어 LG생활건강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다. 연매출은 6조747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0.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1.7% 증가해 처음으로 1조원대(1조393억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4분기 화장품사업은 매출 1조501억원, 영업이익 192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18.2%, 13.8% 늘었다.

LG생활건강 측은 "럭셔리 화장품이 면세점과 중국 현지에서 큰 폭으로 성장해 화장품사업의 성장을 이끌었다"며 "차세대 브랜드인 '숨'의 고가라인인 '로시크숨마'는 4분기 중국 현지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오휘'의 최고급 라인인 '더퍼스트'는 전년 동기에 비해 31% 성장해 차세대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브랜드 '비디비치'도 지난해 1000억원대 메가 브랜드로 급성장했는데 그 배경으로는 중국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한 게 꼽힌다. 229억원에 불과했던 2017년 매출에 비하면 5배 가량 성장한 것이다. 회사 측은 비디비치의 호조에 관해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호하는 중국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해 제품을 개발한 전략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비디비치는 지난달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약 2배 높은 최상위 스킨케어 라인 '뉴오더'를 출시해 럭셔리 시장을 정조준했다. 업계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화장품 시장은 전년에 비해 4~5% 성장했는데 이 중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은 12% 고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잡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비디비치의 이미지를 이용해 럭셔리 화장품을 좋아하는 중국 고객층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면세점 및 홈쇼핑 채널에서도 고객 호응이 높은 만큼, 올해 말 브랜드 매출은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인수한 미팩토리의 돼지코팩. ⓒ에이블씨엔씨 로드숍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가 인수한 미팩토리의 돼지코팩. ⓒ에이블씨엔씨

이와 달리 로드숍이 주도하고 있는 중저가 화장품 시장은 연일 위기설이 감돈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스킨푸드'가 매각 수순에 들면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조윤호 스킨푸드 대표는 그동안 자구 회생 가능성을 주장해왔지만 지난 17일 회생절차를 담당하는 서울회생법원과 채권자 대표들에게 스킨푸드와 자회사 아이피어리스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가운데 스킨푸드 가맹점주와 협력업체 대표 등이 모인 채권자 단체가 조 대표를 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

또 다른 1세대 로드숍들은 재도약을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미샤'와 '어퓨'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는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최근 3개월간 총 3개 회사를 인수했다. 지난 11월 '미팩토리'를 인수한 데 이어 이달 23일 '제아H&B'와 '지엠홀딩스'까지 끌어안았다.

미팩토리는 2016년 111억원 매출에서 1년 뒤 202억원으로 2배 성장한 기업으로, 인기 브랜드 '돼지코팩'을 비롯해 더마 화장품 '어니시', 바디용품 브랜드 '바디홀릭', 색조 브랜드 '머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생활도감' 등을 보유했다.

에이블씨엔씨는 미팩토리, 머지, 어니시 등을 2022년까지 1000억원 규모로 키운다는 각오다. 미팩토리 브랜드의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장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인수한 화장품 수입 유통 전문기업 제아H&B,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셀라피'를 운영하는 지엠홀딩스는 각각 550억 원과 300억 원 규모로 키울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유통 영역을 지속 확장하는 동시에 미샤, 어퓨 등 자사 800여개 매장에서도 고객들과 만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박현진 에이블씨엔씨 전략기획본부장은 "이번 인수로 당장의 실적 확대뿐 아니라 미래 성장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됐다”며 “미팩토리, 제아H&B, 지엠홀딩스 등 새 식구들과 함께 진정한 종합 글로벌 화장품 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주를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모리는 올해 경영방침을 '위기관리와 도전'으로 잡았다. 이는 유통 다각화와 브랜딩 강화로 올해 홈쇼핑 채널을 비롯한 유통망을 점차 확장하고,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역량을 높인다는 의미다. 올해는 또 자회사 에이투젠의 기술 개발력으로 고부가가치를 거둘 수 있는 미래산업에도 활발히 도전할 예정이다.

한편, 소수의 럭셔리 브랜드만 생존하는 구조가 되면서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화장품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 감소해 2017년 4월 이후 20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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