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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지지' 승부수 띄운 오세훈…TK는 응답할까


입력 2019.01.25 03:00 수정 2019.01.25 06:06        정도원 기자

3자 구도 속 승부수…지방선거로 고립 TK에 호소

"TK 다 이겨도 수도권 반타작 못하면 총선 패배"

고민하게끔 하는 두 개의 걸림돌 풀고 넘어서야

1박 2일 TK 당심 두드리기…3자 구도 속 승부수
지방선거 참패로 고립 TK에 '전략적 지지' 호소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내 민족중흥관을 찾아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박 전 대통령 관련 전시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 오후 경북 구미 상모동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내 민족중흥관을 찾아 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박 전 대통령 관련 전시물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권주자인 오세훈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포함한 1박 2일간의 대구·경북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일종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평가된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전격 입당한데 이어, 홍준표 전 대표의 등판도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당권경쟁 구도는 본격 3파전으로 전환됐다.

이른바 '정통보수' 성향 후보들의 난립 속에서 '개혁보수'인 오 위원장이 3강 구도를 유지하려면 '최대 표밭' 대구·경북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오 위원장이 내세운 것은 '전략적 지지'다. 누구보다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대구·경북의 한국당원·지지자들로 하여금 어느 당권주자가 내년 총선에서 최다 의석이 걸린 수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인물인지 판단해달라는 것이다.

'전략적 지지'는 본래 민주당의 전통적인 선거 전략이었다. 한국당의 심장이 대구·경북이라면,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은 호남이다. 그럼에도 호남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로 계속해서 비호남 정치인을 대선후보로 내세우는 민주당에 '전략적 지지'를 거듭했다.

비호남 후보는 연고지인 부산·울산·경남(PK)에서 한국당 표를 일부 잠식하고, 호남은 90% 이상의 절대 지지를 이 비호남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밀어줘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주기적으로 호남 홀대·소외·역차별 논란을 불러왔고,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혹여라도 선거에서 지기라도 했을 때에는 지난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처럼 거센 역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지지' 전략은 여전히 건재하다.

한국당은 그동안 이런 전략을 채택할 이유가 없었다. 호남의 인구는 520만 명으로 대구·경북(510만명)과 비슷하다. 부산·울산·경남은 800만 명이다.

PK의 일부(약 300만명)를 내주더라도 PK 다수(500만 명)와 TK를 결합하면 1000만 명이다. 굳이 비영남 정치인을 내세우고 영남이 밀어준다는 '전략적 지지'가 필요 없다. 실제로 한국당은 지난 2007년·2012년 대선에서 TK 후보인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내세워 연속 승리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엎어졌다. 그간 민주당의 잠식 폭이 늘어나면서도 '51대49'로 한국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부산·울산·경남이 뒤집혔다. PK에서 광역·기초 할 것 없이 민주당이 석권하면서, 대구·경북은 정치적으로 고립됐다.

2004년 탄핵 역풍 직후의 총선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 자체 인구만으로 보면 호남과 다를 것 없는 대구·경북이 처음으로 정치적 고립감을 겪게 된 것이다.

"TK 다 이겨도 수도권 반타작 못하면 총선패배"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 사이서도 같은 기류 있어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 오전 경북 구미을 당원협의회를 찾아 당원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장석춘 경북도당위원장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 오전 경북 구미을 당원협의회를 찾아 당원간담회를 하는 자리에서 장석춘 경북도당위원장이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오 위원장은 이런 불안감을 파고들었다. 이날 경북 구미을 당원간담회에서 오 위원장은 "서울·경기·인천은 122석이고 PK와 TK는 합해도 65석"이라며 "여기서 다 이기더라도 서울·경기·인천에서 절반 (의석을) 못하면 참패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번에 나온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선배는 다 보수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분들"이라면서도 "당대표가 그 당의 얼굴인데, 누가 당의 얼굴을 할 때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의석 수를 많이 확보하는데 도움이 되겠느냐"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 자리에서 오 위원장은 "여기(TK)서는 '정통보수'라고 이야기만 해도 분위기가 '으쌰으쌰' 살아나겠지만, 서울·경기·인천은 보수가 개혁하지 않으면 회복하기가 힘들다"며 "이번에 한국당이 간판선수를 잘 뽑아야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도 했다.

새삼 어울리지 않는 옷인 '정통보수'의 웃도리를 위에 걸치는 시늉을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선명한 '개혁보수'의 색채를 뚜렷이 드러내면서, 어떤 옷이 대구·경북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정면에서 묻는 셈이다.

통하지 않을 전략을 구사하는 무모함은 아니다. 오 위원장이 묻기 전부터 대구·경북의 오피니언 리더들 중 일부의 저변에는 이미 이런 생각이 흐르고 있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21일 대구그랜드호텔에서 대구·경북경제성장포럼 소속 지역 오피니언리더들과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60대 여성 김모 씨는 "당의 미래로 봐서는 오세훈 시장이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며 "그래야 수도권의 지지도 얻고 젊은층의 인기를 얻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과 젊은층의 인기 뿐만 아니라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의 인기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요소다. 오 위원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이날, 우연히 경산에서 생가에 관광 온 여성 3명은 오 위원장을 보자 반색을 하며 바로 기념촬영을 요청했다. 이들은 촬영이 끝난 뒤 "(전당대회 여론조사) 전화가 걸려오면 오세훈이라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다면 TK는 '마음의 문'을 열고,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를 위해 대승적으로 오 위원장을 '전략적 지지' 하는 것일까.

'전략적 지지'란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까 '전략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전혀 못마땅한 게 없으면 '전폭적 지지'다. '전략적 지지'라는 것은 역시 걸림돌이 존재한다는 것인데, 오 위원장과 '보수의 심장' TK 사이에는 두 개의 과속방지턱이 놓여 있다.

'전략적 지지' 고민하게끔 하는 두 개의 걸림돌
吳, 오해 풀어내고 '전략 지지' 받을 수 있을까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 오전 경북 구미 금오산호텔에서 열린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상북도회 정기총회장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덕흠 의원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오세훈 자유한국당 미래비전위원장이 24일 오전 경북 구미 금오산호텔에서 열린 대한전문건설협회 경상북도회 정기총회장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 박덕흠 의원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정도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의 행보가 하나고, 지난 2011년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또다른 하나다.

이 중 탄핵 당시의 행보는 인정하고 사과하며 헤쳐나가는 수밖에 없다. 오 위원장 스스로 이날 구미 당원간담회에서 누가 묻기도 전에 "당을 나갔다 들어온 것을 섭섭하게 생각하는 어르신들이 있다"며 "여러 말들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중심으로 대선을 치러서 저쪽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충정으로 한 행동"이라며 "그 때는 다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 내가 어디 민주당에 다녀온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이래서 너는 안 된다, 저래서 너도 안 된다 하는 뺄셈으로는 누가 당을 위해, 보수의 가치를 위해 뛸 수 있겠느냐"며 "과거는 잊어버리고 앞으로 누가 당을 위해 도움이 될지, 정권탈환에 도움이 될 사람인지 고민해달라"고 호소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접근 방식이 다르다. 8년이 흐르는 사이에 잘못 알려진 지점도 많고, '정통보수'의 시각에서 봐서도 '현금살포형 세금복지' 자체를 주민투표에 부쳐 저지하려고 했던 행동 자체는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정면으로 맞선다는 복안이다.

오 위원장은 앞서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정책투표는 누가 봐도 할 법한 것이었는데 자칭 민주화세력이 투표불참운동을 했다"며 "오세훈이 사퇴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라, 좌파가 그랬다는 것을 공격을 해야 하는데 우파는 그걸 간과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가슴이 아프다. 좌파들은 그렇게 싸우지 않는다"며 "개인적인 이해관계로 (서울시장을) 사퇴한 게 아니라, 현금살포형 복지의 시작을 문제제기하며 우파가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겠다는 것이었는데, 개함을 못한 게 부끄러운 일이냐"고 주장했다.

문제는 오 위원장 스스로 "차분하게 10분만 붙잡고 이야기할 시간이 주어지면, 다들 고개를 끄덕여준다"고 하는데, 전당대회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이야기할 그 '10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심지어 수십 명, 수백 명을 앉혀놓고 이야기하는 간담회 모두발언도 '10분'을 주지는 않는다. 3~5분을 주더라도 그 시간 내내 8년 전 주민투표 이야기만 해명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두 개의 걸림돌을 그나마 하나로 줄여 '전략적 지지'를 어떻게 더욱 원활하게 할 것인가가 당면과제다.

이와 관련해, 이날 대구·경북 1일차 행보의 하이라이트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에서도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전병억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 이사장의 권유로 내실로 들어가 티타임을 가지려는 찰나, 전 이사장이 오 위원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계속 시장을 하셨더라면, 지금쯤은 문재인 (대통령)의 자리에 계셨을텐데"라고 말을 건넸다.

오 위원장에게 '10분'이 주어졌을까. 오 위원장은 멋쩍은 미소를 띄웠다. 그러더니 "죄송하다"며 "아주 중요한 가치였는데, 지는 바람에 매우 아쉽게 됐다"고 매우 압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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