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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정우성 "편견 없이 세상 바라보려 해요"


입력 2019.01.29 09:18 수정 2019.01.31 08:44        부수정 기자

영화 '증인'서 변호사 순호 역

"끊임없이 노력했죠"

배우 정우성은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았다.ⓒ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은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았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서 변호사 순호 역
"끊임없이 노력했죠"


대중이 바라보는 정우성(45)은 언제나 멋지다. 다가가기 힘들 정도다. 그는 이런 이미지를 깨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단다.

그간 센 상남자 캐릭터를 주로 해온 그가 이번엔 따뜻한 역할로 돌아왔다.

'증인'(감독 이한)은 살인 용의자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가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아 소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이한 감독의 신작이자 제5회 롯데 시나리오 공모대전 대상작이다. 영화는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인물이 소통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냈다.

정우성은 겉모습은 번지르르하지만 실상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 월급쟁이 변호사 순호 역을 맡았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맡게 된 사건의 증인인 지우를 만나면서 변화하는 인물이다.

23일 서울 팔판동에서 만난 정우성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감정이 좋아서 표현하고 싶었다"며 "관객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간 센 캐릭터를 주로 해온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현실에 발 붙인 듯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시사회 당시 배우는 "감정을 절제하지 않고, 원 없이 표현했다"며 "자연스럽게 나오는 감정을 꾸미지 않고 그려냈다"고 전했다. 캐릭터가 놓여 있는 상황이 극적이거나 절박하지 않아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정우성은 아버지 역인 박근형과 호흡했다. 내가 갖지 않은 아버지와의 시간을 보여준 부자 관계라서 대리만족했단다.

캐릭터에 대해선 "순수함을 지키려는 남자"라며 "지우를 만나 자신이 가진 가치관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은 "원 없이 감정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은 "원 없이 감정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순호가 만난 지우는 자폐 소녀다. 정우성은 "선입견으로 캐릭터를 해석하고 싶지 않아서 관련 자료를 따로 찾아서 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극 중 많은 사람은 자폐아 지우를 편견으로 바라본다. 정우성은 남들이 편견을 갖고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런 점을 일찌감치 느낀 그는 "세상을 바라볼 때 편견을 갖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배우로 활동하다 보면 이미지가 굳어져요. 어떤 이미지를 요구하기도 하고요. 비주얼적인 요구가 대부분이죠. 그래서 저 스스로 그런 이미지를 깨려고 농담도 합니다. 스스로 벗어나야 다양한 캐릭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데뷔 초부터 생긴 수식어를 내 것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정우성은 "관객들이나 팬들이 바라보는 정우성을 깨려고 노력했다"며 "작품을 선택할 때도 의외의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지우는 순호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 극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배우는 "질문이 주는 의미가 크고 무겁다"고 했다. "순수한 대상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한다면 자문하게 되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입니다. '아이가 던지는 그런 질문에 어른으로서 떳떳할 수 있느냐' 생각했죠."

정우성은 사회적인 목소리를 자주 내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이런 부분은 고려하지 않는다. "예전부터 활동하면서 배우의 역할에 대해 생각했어요. 생각이 하나하나 쌓이면서 지금까지 왔죠. 어떤 한순간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지 않아요."

스스로 제도권 밖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릴 때부터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고 했다. 저소득층 아이가 바라보는 사회 문제가 강렬하게 느껴졌다.

극 중 순호는 현실과 가치관 사이에서 타협한다. 정우성은 자유로운 배우라는 직업 때문에 순호 같은 상황에 처해본 적은 별로 없었단다.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은 "그간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에서 변호사 순호 역을 맡은 정우성은 "그간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롯데엔터테인먼트

결말에 대해선 "너무 드라마틱하지 않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절대 선을 그렸다는 점, 자폐 스펙트럼을 초능력같이 표현했다는 점은 비판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배우는 "영화에 대한 모든 의견을 받아들인다"면서 "절대 선이라기보다는 선을 추구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자페 스펙트럼을 초능력처럼 표현했다는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고, 우리와 닮지 않았다고 해서 비정상은 아닌 거죠. 우리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겁니다. 다름을 존재했을 때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거친 남자 배우들과 주로 호흡한 그는 "짐승들과 호흡하다 향기 씨와 연기하다 보니 포근한 안식처 같았다"고 웃었다. "향기 씨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바라봤어요. 내가 어떤 배우인지도 보여주면서 서로 느낄 수 있게끔 합니다."

극 중 대형로펌 측은 순수한 순호에게 "때가 묻어야 한다"고 했다. 배우는 "알게 모르게 때가 묻었을 것"이라며 "때를 벗기기 위해 노력한다"고 미소 지었다. "어떤 대상을 대할 때 진지했나, 존중했나 고민해요. 바른말을 했나 되돌아보기도 해요. 나라는 자아를 객관화하려는 노력이죠. 매 순간 노력하는 점이 순호와 비슷해요."

지금 나이의 정우성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배우는 "거창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다"며 "현장에서 좋은 동료로 활동하고 영화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보고도 싶다"고 했다. "20대 때는 영화를 통해 많은 걸 이뤘고 영화를 바라보는 가치관도 구축해서 행복했어요. 30대 때는 그런 생각이 무뎌졌죠. 영화를 대하는 방식이 구태의연해졌어요. 40대 때는 다시 시작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하려고 합니다. 20대 때 품었던 열정을 바라볼 시기죠."

정우성은 감독으로서도 도전을 준비 중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액션이다. 배우는 지금까지 연기 생활을 '도전'이라고 요약했다. "정우성이 어떤 사람이 남을지에 대해 고민해요. 그래서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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