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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프놈펜 수놓은 'KB Liiv'…韓 핀테크 '엄지 척'


입력 2019.01.24 06:00 수정 2019.01.24 05:57        데일리안(캄보디아 프놈펜) = 부광우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Liiv 전도사 박용진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

전화보다 잘 터지는 와이파이에 주목…모바일 앱 대출 年 1억달러 돌파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 Liiv 전도사 박용진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
전화보다 잘 터지는 와이파이에 주목…모바일 앱 대출 年 1억달러 돌파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데일리안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데일리안

"리브(Liiv)는 이제 캄보디아의 대표 핀테크 플랫폼이 됐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장은 현지에서 한국판 핀테크의 저력을 선보이고 있는 선구자다. 박 법인장은 국민은행의 모바일 금융 어플리케이션인 Liiv를 캄보디아 버전으로 출시한 뒤 말 그대로 대박을 쳤다. 안 그래도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 시내 곳곳에서 만난 Liiv 로고가 반가웠다는 칭찬에 박 법인장은 부끄럽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도, 자신의 자식을 얘기하는 것처럼 애정을 쏟아냈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법인장은 Liiv 캄보디아를 선보인 이후 이전까지 상상하기 힘들었을 만큼 많은 고객을 끌어 모았다. 2009년 현지 진출 이후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이 오프라인을 통해 유치한 고객은 3000여명. 그런데 2016년 내놓은 Liiv 캄보디아 앱으로 모집한 누적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7만3605명에 이른다. 출시 첫 해 1만1903명에 이어 이듬해까지 2만7182명이 Liiv에 가입했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고객이 확 늘었다.

이처럼 Liiv 캄보디아가 대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생각보다 잘 갖춰진 무선 통신 인프라 덕분이었다. 박 법인장은 프놈펜 어디에서나 와이파이가 터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때마침 본국의 국민은행이 출시한 모바일 플랫폼 Liiv가 눈에 들어왔다.

박 법인장은 "캄보디아의 경우 일반 음성 전화보다 데이터 통신을 이용한 통화의 품질이 나을 정도로 유선에 비해 무선 통신망이 발달해 있다"며 "또 은행 이용률은 20%에 불과하지만 휴대전화 가입률은 100%에 가까운 만큼 모바일 금융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라고 평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건물 안 벽에 붙어 있는 리브(Liiv) 어플리케이션 홍보 포스터.ⓒ데일리안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의 한 건물 안 벽에 붙어 있는 리브(Liiv) 어플리케이션 홍보 포스터.ⓒ데일리안

이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성공은 구체적인 사업적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Liiv 캄보디아에서만 총 1억달러에 달하는 대출 신청이 접수됐다. 그리고 이중 1870만달러는 이미 실제로 대출이 실행됐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은 140만달러의 이자수익을 거뒀다.

Liiv를 통해 캄보디아와 한국 사이의 실시간 송금을 가능하게 해보자는 박 법인장의 시도도 빛을 발했다. 이전까지 캄보디아와 한국 간 송금된 돈을 현금으로 찾기 위해서는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그런데 박 법인장은 현지 송금전문은행인 윙(Wing)과 연계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자 지난해 Liiv 캄보디아에서는 1만7828건의 해외송금이 이뤄졌다. 액수로는 1700만달러 규모다.

Liiv에 힘입어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의 성장세에는 더욱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로 현지 사업 10년차를 맞은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은 특히 최근 들어 빠르게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최근 3년 동안에만 자산이 2배 넘게 불었을 정도다. Liiv라는 무기가 본격적으로 힘을 내기 시작한 올해 성적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실제로 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의 지난해 말 자산은 1억7600만달러로 2015년 말(7566만달러) 대비 132.6%(1만34달러)나 늘었다. 같은 기간 대출 역시 4470만달러에서 1억3817만달러로 209.1%(9347만달러) 급증했다. 대출에서 발생한 이자수익도 387만달러에서 788만달러로 103.6%(401만달러)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84만달러에서 28.3%(52만달러) 늘어난 236만달러를 기록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데일리안 캄보디아 프놈펜에 위치한 KB국민은행 캄보디아법인 본점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데일리안

박 법인장은 아직 캄보디아 금융시장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파이가 작아 보일지는 몰라도 미래에 투자할 가치는 확실히 갖고 있는 시장이란 평이다. 캄보디아 금융의 장밋빛 청사진에 대한 그의 설명은 좀처럼 멈출 줄 몰랐다.

박 법인장은 "캄보디아 전체 금융 자산은 아직 우리 돈으로 40조원 수준으로 한국에 있는 시중은행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대출과 예금 모두 해마다 20%씩 성장하고 있다"며 "단순히 못 사는 나라라는 인식을 버리고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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