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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잇단 유찰 알고보니…까다로워진 입찰 기준 '탓'


입력 2019.01.23 06:00 수정 2019.01.22 17:29        권이상 기자

조합들 입찰보증금으로 입찰 여부 사전에 판가름

건설사들 수의계약 유도하기 위한 고의적인 꼼수

조합들 입찰보증금으로 입찰 여부 사전에 판가름
건설사들 수의계약 유도하기 위한 고의적인 꼼수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이 줄줄이 유찰되며 시공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사업성 검토에 따른 불참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찰 사업지들을 보면 입찰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사진은 서울 도심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이 줄줄이 유찰되며 시공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사업성 검토에 따른 불참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찰 사업지들을 보면 입찰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사진은 서울 도심 전경. ⓒ게티이미지뱅크

새해 벽두부터 정비사업이 잇달아 유찰되면서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입찰 참여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고됐던 곳들이 대부분 참여사 부족으로 경쟁입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건설사들이 사업성 검토 등 입찰에 신중해졌기 때문이라고 표면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일부 건설사들은 조합들의 공동수주 불허와 수억원의 입찰보증금 선납 등 입찰조건을 까다롭게 내세우고 있어 입찰 전부터 부담이 상당하다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안그래도 올해 물량 가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계획대로 수주가 진행되지 않으면 실적에 비상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3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재건축·재개발 사업지들이 줄줄이 유찰되며 시공자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사업성 검토에 따른 불참도 있지만, 대부분의 유찰 사업지들을 보면 입찰조건이 까다로운 편이다.

특히 수억원에 달하는 입찰보증금이 건설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유찰된 서울 노원구 월계동 주택재건축은 입찰에 한화건설 1곳만 참여해 경쟁입찰 조건이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해 현장설명회에서 한화건설을 비롯해 호반건설, 한라건설, 금강주택, 우미건설 등이 참여했지만, 막상 입찰에는 건설사들이 소극적이었다.

당초 조합이 내건 입찰공고문을 보면 찰방법은 일반경쟁입찰로, 입찰에 참여를 원하는 건설사는 입찰보증금 20억원을 입찰마감 전까지 조합에 전액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기존 시공자의 대여금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도 제시해야 한다.

다만, 입찰참여 규정 등을 위반할 경우 입찰자격이 실격 처리된 건설사의 입찰보증금은 조합으로 귀속될 수 있다는 점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조합은 최근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자를 선정하고자 준비하고 있다. 이 사업은 노원구 석계로5길 35(월계동) 일원 1만4704㎡를 대상으로 한다. 조합은 이곳에 지하 2층~지상 20층 규모의 공동주택 339가구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할 계획이다.

서울 강동구 천호3구역 재건축 사업 역시 지난 11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재입찰을 진행했지만, 대림산업의 단독 참여로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자동 유찰됐다.

지난해 11월 말 열린 현설에는 대림산업 외에도 효성중공업, 호반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이수건설, 한양 등 총 7개 건설사가 참여했지만 입찰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이곳의 입찰참가자격은 우선 입찰보증금 60억원을 입찰 접수 전까지 이행보증보험증권(보증기간 90일)으로 납부한 업체로 못박았다.

이번이 두번째 유찰이지만 수의계약을 하려면 유찰이 한번 더 이뤄져야 한다. 공사비가 3.3㎡당 기존 469만원에서 487만원으로, 공사 예정가격은 1161억9100만원에서 1206억5000만원으로 각각 변경됐기 때문이다. 조합은 대의원회 의결 등을 거쳐 향후 입찰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강남구 대치구마을3지구 재건축의 시공사 입찰에도 롯데건설이 단독 응찰해 입찰이 무산됐다. 이번이 두차례 연속 유찰이다.

지난해 11월 현설에는 롯데건설 뿐 아니라 현대건설, 대우건설, SK건설, 동부건설, 신세계건설, 한양, 중흥건설, 신동아건설 등 9개 건설사가 참여해 관심을 보였지만 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조합이 내건 입찰자격은 입찰보증금 80억원(입찰 접수전까지 현금 또는 보증보험증권 90일)을 납부한 업체로 한정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유찰되는 사업지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시공사 모집공고를 낸 대전 중앙1구역 재개발 조합은 이달 23일 시공사 현장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13일 입찰을 마감할 계획이다.

이곳의 입찰참여 자격 기준은 입찰보증금 20억원 중 2억원을 현장설명회 전 조합에 현금으로 납입 후, 현장설명회에 참석해 조합이 배부한 입찰참여안내서를 수령한 업체로 한정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재건축 조합은 역시 최근 입찰공고문에 입찰보증금 50억원 중 2억원을 현장설명회 전까지 납부한 업체에게만 입찰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건설사들의 공동도급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

한 조합 관계자는 “입찰보증금을 높게 책정하는 것은 건설사들이 간만 보고 정작 입찹에서는 빠지는 사례가 많아 사업지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라며 “유찰 여부를 조기에 판단할 수 있고, 적극적인 수주의사를 밝힌 건설사와 추후 수의계약 등을 논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업계의 속사정은 다르다. 한 건설사 도시정비팀 팀장은 “자금여력이 충분한 대형사들 역시 수십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조달하기는 만만치 않다”며 “수의계약을 고의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입찰보증금의 장벽을 높이려는 조합들의 꼼수다”고 지적했다.

권이상 기자 (kwonsg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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