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79분간 침대축구’ 이란 축구사까지 바꾼 바레인


입력 2019.01.22 17:38 수정 2019.01.22 17:4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한국, 선취골 내주면 침대 축구 시달릴 수 있어

이란도 바레인에 패한 뒤 침대 축구 받아들여

이란은 2001년 한일월드컵 예선서 바레인 침대축구에 호되게 당했다. ⓒ 게티이미지 이란은 2001년 한일월드컵 예선서 바레인 침대축구에 호되게 당했다. ⓒ 게티이미지

벤투호가 16강서 마주할 바레인은 이른바 ‘침대 축구’로 명성이 자자한 팀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2일 오후 10시(한국시각), 막툼 빈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2019 AFC 아시안컵’ 바레인과 16강전을 벌인다.

한국은 바레인과의 역대 전적에서 10승 4무 2패의 우세를 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바레인에 당한 2패 모두가 아시안컵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한국의 바레인전 가장 최근 승리 역시 아시안컵(2011년)에서 이뤄졌다.

바레인은 이번 대회 A조에 속해 조별리그 1차전서 개최국 UAE와 1-1로 비긴 뒤 태국전에서 0-1로 패해 탈락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지만 인도와의 최종전에서 1-0 승리, 와일드카드 레이스 1위를 차지하며 한국과의 매치업이 이뤄졌다.

바레인 축구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침대 축구’다. 아시아에서 중위권 전력으로 평가받는 바레인은 한국 등 강팀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시키는 ‘침대 축구’를 구사했다.

바레인 침대 축구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편이다. 특히 중동 지역 최강자 이란을 침몰시켰던 2002년 한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은 침대축구의 극치를 보여준 한 판이었다.

당시 한국과 일본의 공동 개최로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 주어진 본선행 티켓은 단 2.5장이었고, 2개조 1위팀만이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다.

최종전을 앞두고 이란은 4승 3무(승점 15), 사우디아라비아가 4승 2무 1패(승점 14)로 치열한 1위 싸움을 전개 중이었다. 그리고 사우디는 탈락이 확정된 태국을 홈으로 불러들였고, 이란 역시 본선행이 물 건너간 바레인과 원정 경기를 동시간대에 펼쳤다.

당시 이란은 침대 축구의 지옥을 맛보게 된다. 승점 3이 필요했던 이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공세를 퍼부었지만 바레인의 노골적인 시간 지연 작전에 당황하기 시작했고 전반 8분 선취골을 얻어맞았다.

잔디에 데굴데굴 구르며 한껏 여유를 보이던 바레인은 급기야 수비 라인을 바짝 끌어올린 이란을 상대로 전반 45분 추가골을 넣기에 이르렀다. 이란은 후반 37분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종료 직전 한 골을 더 내주며 침몰하고 말았다. 그리고 사우디가 태국을 4-1로 물리치며 이란은 플레이오프로 떨어지고 말았다.

당시 경기는 이란 축구의 방향성을 바꿔버린 일대 사건으로 기록됐다. 침대축구에 격분한 이란 선수들은 바레인과 신경질적인 몸싸움을 펼쳤고 2명이 퇴장, 또 다른 2명이 경고를 받아 자멸했다. 바레인 역시 고의적으로 시간을 끌었다는 이유로 1명이 레드카드를 받기도 했다. 바레인이 침대 축구로 허비한 시간은 무려 79분에 달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이란은 이를 계기로 침대 축구를 도입하게 된다. 페르시아인 특유의 우월한 피지컬에서 나오는 이란식 침대 축구는 아랍 국가들보다 뛰어났고 2000년대 중반부터 위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실력까지 곁들여져 이란은 아시아 강호 반열에 오르게 된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