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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회계 위기론' 현실로…보험사 M&A 발목잡는다


입력 2019.01.21 06:00 수정 2019.01.21 06:02        부광우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자본 확충 이슈로 보험사 인수 쉽지 않아"

새 국제회계기준 부담 가시화…보험사 새 주인 찾기 '안개 속'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자본 확충 이슈로 보험사 인수 쉽지 않아"
새 국제회계기준 發 부담 가시화…보험사 새 주인 찾기 '안개 속'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국내 보험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국내 보험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국내 보험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기우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비(非)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이 될 것으로 봤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이를 이유로 당분간 보험사 인수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IFRS17에 따른 공포는 한층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이미 M&A 매물로 거론되는 보험사들로서는 새 주인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손 회장은 우리금융 재출범을 맞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쏠려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비은행 금융사 M&A를 추진해갈 것”이라며 “우선은 규모가 작은 자산운용사나 부동산 신탁사, 저축은행 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당분간 인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 확충 등 이슈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손 회장이 보험사 M&A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 이유로 든 보험업계의 자본 확충은 IFRS17 시행을 앞둔데 따른 위험을 가리키는 것으로 풀이된다.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 운영에 있어 상당한 재무적 부담을 감내해야하기 때문이다.

2022년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보험금 부채 부담은 크게 늘게 된다. 요즘 보험사들이 자본 확충에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는 배경이다.

보험사 인수에 가장 공격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던 손 회장이 직접 나서 IFRS17로 인한 어려움을 내비치면서 보험업계는 얼어붙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은 4년여 만에 지주 체제로의 부활을 알리긴 했지만,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금융사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 때문에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들이 M&A 매물로 거론될 때마다 우리금융은 유력 매수자로 떠올라 왔다.

특히 우리금융의 경우 지주 전환으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하게 됐음에도 자본 확충을 이유로 보험사 M&A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점은 보험업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대목이다. 우리금융은 이번에 지주로 구조를 전환하면서 7조원에 달하는 추가 출자 여력을 확보하게 됐다. 지주사는 자기자본의 20%로 규정된 은행법상의 출자 한도를 적용받지 않아서다.

이처럼 보험사 매수 가능성이 가장 높았던 후보가 한 발 물러서면서 현재 매각 대상으로 시장에 나와 있는 보험사들의 행보는 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도 자본 확충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곳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M&A에 가장 마음이 급한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11월 롯데손보를 외부에 매각하겠다고 공식 발표하고 인수자를 검토하고 있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지주사를 설립할 때부터 롯데손보 매각설은 끊이지 않아 왔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어서다.

KDB생명 역시 수년째 보험사 M&A 매물로 올라 있다. KDB산업은행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KDB생명(옛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줄곧 매각 대상을 물색해 왔지만, 불안한 재무 상태로 인해 주인을 찾지 못해 왔다. 하지만 지속적인 유상증자 등을 통해 KDB생명은 이제 지급여력(RBC)비율 200%를 넘기며 희망을 보고 있다. RBC비율은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제재 대상이 된다.

MG손해보험도 어려운 경영 여건으로 인해 M&A 가능성이 꾸준히 점쳐지는 곳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말 기준 RBC비율이 규제 하한선인 86.5%까지 떨어지며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때문에 IFRS17을 앞두고 대규모 자본 확충이 필요한 만큼 MG손보를 사는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짐을 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 손 회장의 발언으로 회계 이슈로 인한 보험사 경영의 부담이 확인된 셈"이라며 "지난해 신한금융그룹이 인수한 오렌지라이프처럼 확실한 자본 여력을 갖춘 사례가 아니라면, IFRS17이 시행되기 전까지 보험사 M&A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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