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만 가르치나, 밤일도 가르쳐야지" 그래도 체육계 미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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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동만 가르치나, 밤일도 가르쳐야지" 그래도 체육계 미투는 없었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피해자들 두려움 없이 목소리 낼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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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9-01-11 08:09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피해자들 두려움 없이 목소리 낼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 지난 10일 심석희 선수의 용기있는 고백으로 체육계의 고질적인 폭력과 성폭력 문제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이 10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선수 대상 폭행 및 성폭행 죄에 대한 형을 받은 지도자는 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형 확정 이전에도 선수 보호를 위해 그 자격을 무기한 정지 시킬 수 있는 '운동선수 보호법' 발의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코치에게 상습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해 충격을 안겼다. 조 코치가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관계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 부분과 별개로 체육계에선 언제든 터질 일이 터졌다는 분위기다. 성폭력이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였기 때문이다.

    2007년에 태권도 사범이 대학 진학을 미끼로 수년 동안 10대 여제자들을 성추행한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해 여자프로농구팀 감독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성폭행 미수, 성추행을 저질러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일도 있다.

    2008년에는 KBS <시사기획 쌈>이 체육계 성폭력을 고발해 큰 파문이 일었다. 당시 여론은 격분했고 정부와 체육계는 결국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하지만 재발 방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2010년엔 쇼트트랙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가 여중생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2013년엔 역도 대표팀 감독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중학교 펜싱부 코치, 인라인스케이팅 코치 등이 제자를 성추행한 사건도 터졌다.

    여론이 들끓자 또 대책이 나왔다. 대한체육회에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교육도 하고, 선수 인권회도 만들고, 공정체육센터라는 시스템도 완비한다고 했다.

    하지만 무관용의 원칙은 지켜지지 않았다. 2013년에 제자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실업팀 감독이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처분을 받았지만, 2014년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재심사를 통해 3년 자격정지로 구제받았다. 성폭력 제명 후에 돌아와 오히려 승진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요즘엔 국내 자격 정지된 지도자가 해외 코치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심석희 선수를 때린 조재범 코치도 한때 중국으로 진출한다고 알려졌었다.

    이렇게 가해자들이 완전 퇴출되지 않고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환경에서 피해자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다. 미운털 박혔다가 체육계라는 좁은 바닥에서 퇴출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 여자농구팀 감독이 기자에게 "우리 애들이 있는데 룸살롱은 왜 가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큰 파문이 일었었다. "운동만 가르치나, 밤일도 가르쳐야지"라는 말이 여자 중등학교 운동부 감독의 발언이라며 보도된 바 있다. 한 여학교 운동부에선 합숙훈련을 할 때 밤에 감독에게 끌려 나가지 않으려고 서로 손을 묶고 잤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른 여학교 운동부에선 3학년 진학시기 합숙 훈련 때 모두를 위해 희생해 ‘감독님을 모실’ 한 명을 정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이야기들인데 이런 일들에 대한 어느 체육계 지도자의 반응도 놀랍다. "젊은 사람들 모아 놓으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왜 직장 내 성폭력 같은 것도 항상 있는 일 아닙니까…." 이런 발언이 나왔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 환경에서 사건은 계속 터졌고 그게 쌓여 여론이 비등해지면 대책을 내놓는 패턴이 반복돼왔던 것이다.

    지금도 체육계의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심석희 선수의 폭로 직전에 대한체육회는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선수가 2010년 26.6%에서, 2018년 2.7%가 됐다며 체육계 성폭력이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 조사원이 찾아가는 방식의 조사에서 선수가 피해를 폭로할 수 있었을까? 신뢰성이 떨어지는 수치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것 같은 느낌의 조사결과다. 대한체육회의 현실인식에 의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불신을 누구보다도 선수들이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투운동 열기가 대단히 뜨거웠을 때 이상했던 것이 체육계 폭로가 안 나온다는 점이었다. 사례가 아주 많을 것 같은데도 폭로가 거의 없었다. 체육계 풍토상 폭로해봤자 본인만 더 불이익을 당할 거라는 체념이 널리 퍼졌기 때문에 모두가 침묵했을 것이다. 체육계는 일이 터질 때마다 무관용,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선수들은 믿지 않았다. 그러니까, 체육계 미투가 없었던 것은 체육계의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었던 것이다.

    수직적 권력관계와 폐쇄성 때문에 체육계 자정이 가능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정부와 국회가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체육계 바깥에서 강력히 개입해 피해자들이 두려움 없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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