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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어디까지 일회용 비닐봉투?"…대안 없는 규제 혼란 '가중'


입력 2019.01.09 14:34 수정 2019.01.09 15:14        김유연 기자

직원과 손님 실랑이…속비닐 사용하는 '얌체족' 늘어

모호한 기준으로 소비자 혼란만 가중…실효성 '지적'

직원과 손님 실랑이…속비닐 사용하는 '얌체족' 늘어
모호한 기준으로 소비자 혼란만 가중…실효성 '지적'


서울 합정동의 한 할인마트 신선코너에 비치된 속비닐. ⓒ데일리안 서울 합정동의 한 할인마트 신선코너에 비치된 속비닐. ⓒ데일리안

"다른 마트는 주는 데 여기는 왜 안 주느냐고 하는 손님들도 있고, 못 쓰게 할 거 왜 달아놨느냐는 손님들도 있어요. 갑자기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면서 직원들과 고객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실랑이를 벌입니다." (슈퍼마켓 계산대 직원)

환경부가 올해부터 대형마트·제과점 등에서 일회용 비닐봉투 사용을 금지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소형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에서는 이번 정책이 적용되지 않다 보니 일부 소비자들이 혼선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규제에 대한 대안은 없고 벌금만 부과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9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 위치한 한 할인마트. 신선코너와 육류, 생선코너 주변에는 속비닐이 비치돼 있었지만 별도의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신선코너에서 야채와 과일을 고른 손님은 자연스럽게 속비닐 여러 장을 뜯어 계산대로 향했다. 점원도 손님 손에 쥐어진 속비닐을 봤지만 모른체했다. 점원은 손님에게 "다음부터는 종량제 비닐봉투를 사셔야 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또 다른 계산대에서는 직원과 고객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며칠 전만 해도 마음껏 비닐봉투를 썼던 고객들은 '어떤 가게에서는 비닐봉투를 주던데 왜 여기는 안 주느냐'라든지 '지금까지 안 받던 봉투 값을 왜 내라느냐' 등의 불만을 표출했다.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 시행했다. 적용 대상은 전국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 2000여 곳과 165㎡(50평) 이상 슈퍼마켓 1만1000여 곳, 제과점 1만8000여 곳이다. 이들 매장은 일회용 비닐봉투 대신 재사용 종량제봉투, 장바구니, 종이봉투 등을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만약 업체가 이를 어기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으며 3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이다.

하지만 생선이나 육류 등 수분 있는 제품을 담는데 쓰는 속비닐은 정작 사용 금지 대상에서 빠지면서 물기가 없는 제품을 담는 데에도 쓰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일부 소비자들은 속비닐에 물건을 담아 장바구니 용도로 사용하는 얌체족까지 등장했다.

중소형 슈퍼마켓의 상황은 더욱 심했다.

인근 다른 슈퍼마켓의 신선식품 쪽에는 속 비닐이 곳곳에 비치돼 있었다. 손님은 속비닐에 물건을 담아 장바구니처럼 사용하는 편법을 쓰지만, 마트에서는 손님 유지를 위해 방관하거나 오히려 비닐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과일 한 팩을 사고도 비닐만 대여섯 장씩 뜯어 가는 손님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슢니마켓의 판매직원은 "얼굴을 다 알고 거의 매일보다시피 하는 고객들인데 봉투 때문에 인심이 야박하다는 얘기 듣고 싶지 않다"며 "그냥 한 장 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일관되지 않은 기준으로 소비자들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마트에서 만난 주부 이모 씨는 "규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벌금으로 소상공인의 발목을 잡고, 모호한 규제를 도입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킨 실효성 없는 규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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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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