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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존 존스가 일으킨 씁쓸한 흥행효과


입력 2019.01.13 07:00 수정 2019.01.13 16:45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사고뭉치' 존 존스 복귀 이후 체급 새로운 활기

비난과 야유 쏟아져도 승리하는 존스의 가치 입증

UFC 라이트헤비급 존 존스(오른쪽). ⓒ 게티이미지 UFC 라이트헤비급 존 존스(오른쪽). ⓒ 게티이미지

UFC에서 라이트헤비급은 전통적인 '효자' 체급이다.

초창기 척 리델, 랜디 커투어, 티토 오티즈가 라이벌 구도를 이루며 흥행을 이끌었다. TUF 시즌1이 낳은 최고 스타 포레스트 그리핀은 스테판 보너와의 혈전을 통해 데이나 화이트 대표를 활짝 웃게 만들었다.

이후 료토 마치다, 비토 벨포트, 라샤드 에반스, 마우리시오 쇼군, 필 데이비스, 글로버 테세이라,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같은 쟁쟁한 파이터들이 전국시대를 형성했다. '화수분 체급'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라이트헤비급에 위기가 찾아든 것은 존 존스(31·미국) 때문이었다. 존스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강자들을 연파했다. 챔피언 시절의 쇼군이 일방적으로 당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전력 면에서 기존 선수들과는 비교 자체를 불허했다. 라이트헤비급 역대 최강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압도적인 강자가 버티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톡톡 튀는 개성에 강한 화력까지 갖춰 많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웰터급 레전드 조르주 생 피에르처럼 지루하지도 않고, K-1 헤비급을 집어삼켰던 세미 슐트처럼 인기가 없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옥타곤 밖에서의 행실이다. 존스는 사고뭉치다. 뺑소니, 음주운전, 마약복용에 금지약물 적발까지 여러 사건 사고를 일으키며 자멸했다. 연거푸 출장정지 처분을 받으며 스스로 발목에 족쇄를 채웠다. 전국시대를 정리한 최고의 장수가 나서지 않자 전장은 식어버렸다.

설상가상 앤서니 '럼블' 존슨(34·미국)은 갑작스런 은퇴로 체급을 떠났고, 'DC' 다니엘 코미어(39·미국)는 헤비급 챔피언 타이틀을 두르며 떠났다. 최상위 선수들의 연이은 이탈은 탄탄하기만 하던 라이트헤비급에 위기를 가져왔다.

빈스 생 프뤼, 지미 마누와, 미샤 서쿠노프, 볼칸 오즈데미르, 이온 쿠텔라바, 조던 존슨, 마르셀 포르투나, 요아킴 크리스텐센, 폴 크레이그, 사파벡 사파로프, 타이슨 페드로 같은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이 물갈이되는 등 선수층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정상권에서 끌어줄 주축이 없다는 점에서 UFC의 고심이 깊다.

존스는 오는 3월 3일 'UFC 235'에서 스미스와 일전을 예약했다.ⓒ 게티이미지 존스는 오는 3월 3일 'UFC 235'에서 스미스와 일전을 예약했다.ⓒ 게티이미지

때문에 UFC 측에서는 돌아온 존스를 파격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존스는 돌아오기 무섭게 작은 사고를 쳤다. 소량의 튜리나볼이 검출, 네바다 주 체육위원회의 출전 허가를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UFC 측은 네바다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더포럼으로 ‘UFC 232’ 대회 장소를 바꾸면서까지 존스를 살렸다. 그만큼 존스가 가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존스 역시 그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줬다. 코미어가 타이틀을 반납한 라이트헤비급 벨트를 걸고 맞붙은 알렉산더 구스타프손(31·스웨덴)과의 일전에서 KO승을 거뒀다. 자신을 비난하는 많은 안티 팬들에게 보란 듯이 극강의 포스를 다시 한 번 뿜어낸 것이다.

존스의 ‘확실한 악역’ 효과는 구스타프손과의 경기 이후 더욱 크게 일어나고 있다. 거듭된 악행으로 존스의 안티팬은 더욱 늘었다. 그들은 존스의 처참한 패배를 원한다. ‘권선징악’ 스토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체급에서 딱히 대항마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존스는 라이벌 관계를 이뤘던 헤비급 챔피언 코미어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 상위체급으로 올라가야 맞는 그림이지만 코미어에게 내려오라고 도발하는 모양새다.

여러 이유가 있다. 코미어는 헤비급에서 뛰던 선수다. 본인 스스로도 감량 문제가 적은 헤비급에서 뛸 때 좀 더 좋은 컨디션에서 매치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존스는 생소한 전장에서 코미어와 붙을 마음이 없어 보인다.

코미어를 이긴다 해도 스티페 미오치치(37·미국), 프란시스 은가누(32·프랑스) 등 리얼 헤비급 파이터들과의 격돌도 부담이 따른다. 장점인 신체능력을 살리기 어려운 상대라는 점에서 난적임은 분명하다. 그러면서도 확실히 이길 것으로 자신하는 브록 레스너(42·미국)와의 매치는 바란다. 얄밉기 그지없는 행보다.

어쨌든 존스는 라이트헤비급은 물론 UFC 모든 체급 통틀어 가장 핫한 선수 가운데 하나다. 그와 붙는다는 자체만으로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혹시 승리라도 한다면 단숨에 가치는 치솟는다.

코리 앤더슨(29·미국), 앤서니 스미스(30·미국) 등 상당수 선수들이 존스와의 대결을 원하며 도발한 바 있다. 체급 상향을 발표했던 전 미들급 챔피언 루크 락홀드(34·미국)까지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존스는 오는 3월 3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서 열리는 'UFC 235'에서 스미스와 일전을 예약했다.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복귀와 함께 체급전선을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확실한 악역 하나가 일으킨 씁쓸하면서도 놀라운 흥행효과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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