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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 유시민’ 토론 빅매치를 기대한다


입력 2019.01.07 08:35 수정 2019.01.07 14:09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유시민의 등장에는 홍준표가 필수였다

양 승부가 차기 대권의 향배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위험

<김우석의 이인삼각> 유시민의 등장에는 홍준표가 필수였다
양 승부가 차기 대권의 향배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위험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필자가 어렸을 때 만해도 권투가 최고 인기스포츠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 분위기가 그랬다. 세계권투계에서 레너드, 헤글러, 헌즈, 두란 등의 명성이 하늘을 찔렀다. 70년대에는 헤비급 무하마드 알리와 조지 포먼이 있었다면, 80년대는 이들 미들급 선수들이 권투계를 이끌었다. 이후 타이슨 등이 등장하긴 했지만, 필자는 이들이 권투의 마지막 황금기 주역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실력도 뛰어났지만, 그런 선수들은 어느 시대에게 있기 마련이다. 이때가 특이한 것은 그렇게 출중한 선수들이 동시대에 활동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빅매치가 많았고 화제거리도 많았다. 이들은 경기를 하며 각각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은 경기가 ‘레너드 대 헤글러’ (Sugar Ray Leonard vs Marvin Hagler)간 빅매치였다. 원초적 폭력인 권투를 좋아하지 않았던 필자마저 권투의 아름다움에 빠져 버렸다. 그 경기를 보면서 느꼈던 놀라움과 감동은 한참 후까지 잊혀 지지 않았다.

나중에 든 생각이다. 만약 이들이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역사에 남을 멋진 승부는 없었을 것이고, 기억이나 열광도 없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은 권투선수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좋은 적수는 그 사람을 돋보이게 하고 기억하게 한다. 삼국지의 공명과 사마의, 미국 남북전쟁의 리 장군과 그랜트 장군, 음악에서도 모차르트와 살리에르가 그런 관계다.

최근 한국 정치판에서도 비슷한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유튜브’라는 링 위에서다. 보수진영의 대표주자인 홍준표 전 한국당대표(이하 홍준표)가 성가를 올리자, 이에 맞서 진보진영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하 유시민)이 도전장을 던졌다. 오픈하지 마자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홍 전 대표의 ‘홍카콜라TV’를 크게 따돌렸다. 1월 6일 현재, 홍카콜라TV 구독자수는 약 20만명으로, 노무현재단의 절반 수준이다. 홍카콜라 영상 최다 조회 수는 47만건으로, 알릴레오의 3분의 1에 못 미친다. 알릴레오 영상 조회가 150만건을 돌파하며 팟캐스트 종합 순위 1위 오른 것이다. 이 숫치만 보면 유시민의 완승으로 보인다. 많은 언론이 실제 ‘유시민 압승’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단순비교는 불공평하다. 유시민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란 대표선수 자격으로 나섰는데, 홍준표는 보수진영 논객 중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었다. 정치지형 만으로 보면 ‘주류 세력’과 ‘비주류세력 중 비주류’의 대결이다. 거대세력과 일개 개인의 대결이니 숫자가 일방적인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실제로 유시민은 그 지위를 활용해 상대방이 엄두도 내지 못할 섭외력을 과시했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다. 그는 우리말 뿐 아니라 영어로도 달변이다. 정보도 많고 따끈따끈하다. 문특보는 학계, 경제계에서 ‘섭외하고 싶은 인물’ 1순위다.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그를 모시려고 각축이다. ‘북핵’이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그의 가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지난 해 그가 해서 구설이 됐던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을 한자리로 불러 모으는 것’은 웬만한 국가원수도 못하는 일이다. 그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이다. 그런 인물을 게스트로 초청한 것이다. 이게 바로 주류의 강점이고, 초기 성과는 이를 백분 활용한 결과인 것이다.

하지만 힘있는 주류가 장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유시민은 ‘어용논객’을 자임한다. 자원은 많지만, ‘언론의 자유’는 제한적이다. 그게 결정적 한계다. 뻔한 이야기는 한두번이면 족하다. 다양해 보이는 요리라도 재료나 요리법이 창의적이지 않으면 대중들은 금방 등을 돌린다. 유튜브가 ‘비주류의 무기’가 된 것은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말’을 하고 듣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제도권 언론에서 금기시 하는 내용을 다루기 때문이다. 앞에서 감히 대들지 못했던 권력자에게 ‘뒷담화’를 하는 매체인 것이다. 그런 매체의 특징은 ‘어용논객’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유시민의 등장에는 홍준표가 필수였다. 홍준표가 뜨자 문재인정부 지지자들의 욕구가 넘쳤고 그 욕구가 유시민은 끌어냈다. 이제 일정한 성과가 보이니, 예상대로 유시민의 ‘정계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당사자는 펄쩍 뛰고 앞으로도 계속 손사례를 치겠지만, 대중은 믿지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다. 정치인이 ‘말바꾸기’는 이미 놀랄 일도 욕먹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고 국가가 부른다’는데 뭐라 하겠는가? ‘정계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 매체의 영향력은 급격히 떨어질 것이다. 가뜩이나 ‘어용’인데, 개인의 ‘정치적 욕심’까지 더해지면 ‘메신저 불신’이 가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차기 주자들이 계속 낙마하는 와중에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여권에는 소중한 자원임에 틀림없다.

유시민이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준 홍준표에게도 중요한 기회다. 유시민 각광의 최대 수혜자는 홍준표다. 유시민과 홍준표는 ‘적대적 공생’관계다. 홍준표가 최근 유튜브채널에서 두각을 보이기는 했지만 명확한 한계를 보인 것도 사실이다. 보수진영의 대표선수가 아니었다. 오히려 ‘사면초가(四面楚歌)’ 신세였다. 보수진영은 홍준표체제 이후 친홍과 반홍으로 나뉘었다. 김병준 비대위가 친박과 비박 대표의원들을 솎아 내면서 동시에 홍준표 직계 위원장들을 말끔히 정치했다. 홍준표는 진보진영과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으며 보수진영을 대변한다고 했으나 인정받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아마 그가 당권을 잡고 대권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 정도로 진영내에서 미움을 사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수진영의 놀이터’가 된 유튜브에서 그가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는다 해도 마땅한 상대가 없으면 힘을 모으질 못한다. 그런데, 그 상대가 등장한 것이다. 보수진영이 모두 놀랄만한 위력을 보이며 말이다. ‘원 오브 뎀’ 논객이던 홍준표에게 보수진영의 대표선수가 될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강한 유시민에 맞설 사람은 지금으로서는 홍준표밖에 없어 보인다.

이제 ‘1대1’ 빅매치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유시민은 노무현재단과 ‘어용’의 힘에 의거해 단번에 1위에 등극했다. 그러나 전쟁터에서 개인 경쟁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계급장 때고 맨주먹으로 붙으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둘 중에 베팅을 하라면 나는 홍준표에게 하겠다. 유지민은 폭넓은 학식과 화려한 언변을 가지고 있지만 전투력이 부족해 보인다. 홍준표는 화려한 초식은 없지만 실전 전투에 강하다. 한마디로 직설적이고 군더더기가 없다. 현실정치에서 갈고 닦은 전투력이다. 거기에 검사시절 조폭을 상대하던 근성도 있다. 아무리 무예의 고수라도 저자거리 싸움꾼을 상대하긴 힘든 법이다.

승패를 떠나 이 승부가 차기 대권의 향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위험하다. 언변이 아무리 좋아도 실천이 없으면 사기꾼일 뿐이다. 그것을 알고 스스로 삼가면 좋은 평론가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패가망신하고 사회도 위태로워진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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