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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체제' 순항…지장·덕장에 복장 면모 더할까


입력 2019.01.07 00:00 수정 2019.01.06 23:28        정도원 기자

결렬·파행 유혹 견디며 '국회의 싸움' 이끌어

옛 친박계 등에 업었다는 말 무색한 통합 행보

지금껏 안 따랐던 복장의 면모까지 갖추게 되나

결렬·파행 유혹 견디며 '국회의 싸움' 이끌어
국조·특검으로 가면 '운영위 포석' 결실 거둬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긴급 소집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공익제보 관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긴급 소집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공익제보 관련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해 12월 11일 출범한 '나경원 원내대표' 체제가 대여투쟁·당내통합 등에서 호평 받으며 한 달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용장(勇將)·맹장(猛將)으로 분류됐던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는 달리 나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일단 지장(智將)·덕장(德將)의 면모가 엿보인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야당이 가장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유혹은 결렬과 파행, 장외투쟁이다. 당장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면 보기에는 시원하고 강성 지지자들에게 환호받지만, 시일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출구전략이나 고민해야 하는 게 고작이다.

5선 중진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은 일찍이 "소수당이 의정을 중단해봤자 명분과 실리 없는 싸움으로 백전백패한다"며 "국회의원은 국회 내에서 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야당에게 최고의 전장은 국회이며 상임위인데, 나 원내대표가 각 상임위에서 전선(戰線)을 잘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까지 불러낸 국회 운영위가 '한 방' 없이 끝났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지만, 이러한 시각은 주로 상대 정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정작 한국당 내의 여론은 이와 다르다.

임 실장과 조 수석을 공개된 국회 상임위 회의장으로 끌어내 기록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발언을 쏟아내게 한 것 자체가 유의미한 성과라는 지적이다. 추후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가게 되면, 그 때는 각각 국회 위증죄와 형사처벌 문제가 되기 때문에 이미 꺼내놓았던 말을 바꿀 수 없게 된다.

운영위 도중 나 원내대표가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의 말이 앞뒤가 자꾸 다르다"며 "제대로 증인선서를 하고 거짓말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청문회나 국정조사로 가야 한다"고 경고하자, 임 실장이 "우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냐"고 '발끈'한 것이 '사전 포석'을 제대로 깔아놓은 지장의 면모라는 분석이다.

옛 친박계 등에 업었다는 말 무색한 통합 행보
원내 인사 탕평…계파 조장 발언에는 엄중 대응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 앞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달 26일 의원총회에 앞서 무언가를 논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덕장의 면모는 당내 통합 행보로부터 나오고 있다. 원내수석을 비롯한 원내지도부 구성을 어느 한 계파에 치우치지 않고 불편부당하게 했다. 인사만 하면 으레 나오기 마련인 계파 관련 잡음이 전혀 일지 않았다.

나 원내대표가 선출된 이튿날 KBS라디오에 출연해 "(나 원내대표가) 우리 (수당파)의 의견을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일 것"이라며 의기양양했던 홍문종 의원은 되레 나 원내대표로부터 "윤리위에 회부하겠다"는 '옐로카드'를 받았다.

홍문종 의원은 이 경고를 CBS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전해듣자 "나를 윤리위에 보내겠다고 그렇게 말했느냐"고 되묻더니 "뭐가 해당행위인지 잘 모르겠는데,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당혹스런 모습을 보였다. 이후 홍 의원은 당내 현안과 관련해서는 목소리를 낮추고 있는 중이다.

옛 친박계의 지지를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선출됐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원내수석에 정양석 의원을 중용하는 한편 옛 친박계의 핵심으로 꼽히는 홍 의원에게 경고를 하면서 그같은 말도 쑥 들어갔다. 당내를 통합으로 이끄는 덕장의 모습을 보이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눈에 띄는 대목이 복장(福將)이다.

한국당 초선 의원은 "원래부터 지모는 뛰어난 분이고, 이유제강(以柔制剛)을 내세운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분이니 덕장이라는 말도 예상치 못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복장의 면모는 뜻밖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맹장은 지장만 못하고, 지장은 덕장만 못하며, 덕장은 복장만 못하다'라는 말이 손자병법에 나온다.

그런데 나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 첫 등원한 이래 4선 의원에 원내대표가 되는 동안, 운은 정말 따르지 않았던 축에 속한다. 선수(選數)를 하나 더할 때마다 순탄하게 공천을 받았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

친이·친박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다 마침내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움켜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밉보이면서 불출마를 선언해야만 했다. 이후 33개월의 휴지기를 가진 끝에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야권연대'를 한 노회찬 전 의원을 상대로 신승을 거두며 여의도에 재진입했다.

원내대표 도전사도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잔혹사다. 3선 타이틀을 늦게 달며 원내대표에 도전할 타이밍을 놓쳤다. 4선 고지에 오른 뒤에야 뒤늦게 도전을 시작했으나 정진석·정우택 의원에게 연패하며 3수 끝에 원내대표를 달았다.

지금껏 안 따랐던 복장의 면모까지 갖추게 되나
"정치적으로 잘되려면 지식·덕 뿐 아니라 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열린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자, 밝게 웃으며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열린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사회자의 소개를 받고 참석자들의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오자, 밝게 웃으며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온갖 어려움 끝에 4선 중진에 보수정당 첫 여성 원내대표가 됐는데 전화위복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원내대표 선출 직후 '이슈 블랙홀'이 될 수 있었던 북한 김정은의 답방은 불발로 끝났다. 전임 지도부를 궤멸로 몰아넣었던 '위장평화쇼' 공세를 저절로 피해갈 수 있게 됐다.

연말연시에는 김태우 검찰수사관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 등 공익제보자가 잇따라 등장했다. 한국당과 아무런 사전조율이나 의사연락 없이 나타난 이들 공익제보자들로 인해 대여 공세의 분위기가 자연스레 조성됐다. 순풍에 돛단 격이다.

가장 결정적으로 야당의 반사이익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고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한 해의 마지막날에 "'경제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더니, 새해 벽두에는 "가보지 못한 길이어서 정부도 예상하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뼈아픈 목소리도 들리지만, 우리 경제를 바꾸는 이 길은 반드시 가야하는 길"이라고 이른바 '소득주도성장'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고집을 분명히 했다.

나 원내대표는 7일 오후 대한상의·경총·중기중앙회 등 경제단체 핵심관계자를 초청해 긴급간담회를 연다. "앞으로 대안정당으로서 해법을 제시하는 노력을 다하겠다"는 게 나 원내대표의 설명인데, 문 대통령의 '고집'이 제1야당 원내사령탑에게는 '기회'가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이종구 한국당 의원이 지난 3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면전에서 한 말이 의미심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은 당시 "정치를 우리 어른(선친 이중재 전 의원)을 따라서 수십 년을 옆에서 보기도 하고 직접도 해봤는데, 정치적으로 잘되려면 지식이 많고 덕이 있는 것만으로는 소용이 없다"며 "운이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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