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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 ‘태동기’ 미얀마 금융…"함께 합시다" 손 내민 국내 금융사들


입력 2019.01.07 06:00 수정 2019.01.11 17:20        데일리안(미얀마 양곤) = 배근미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낙후마을서 관계형금융…서민 대상 'MFI' 안착

”1~2년 내 기회” 은행업 추가 인가 예고…"강점 어필" 경쟁력 제고 분주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낙후마을서 관계형금융…서민 대상 'MFI' 안착
”1~2년 내 기회” 은행업 추가 인가 예고…"강점 어필" 경쟁력 제고 분주


높은 상업은행 인허가 문턱 대신 소액대출(MFI)를 통해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도심 대신 낙후된 외곽지역에 단독건물 형식으로 자리를 잡고 지역민들과 부대끼며 관계형금융을 이어가고 있었다. 왼편부터 농협 파이낸스 미얀마,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데일리안 높은 상업은행 인허가 문턱 대신 소액대출(MFI)를 통해 미얀마에 진출한 국내 금융회사들은 도심 대신 낙후된 외곽지역에 단독건물 형식으로 자리를 잡고 지역민들과 부대끼며 관계형금융을 이어가고 있었다. 왼편부터 농협 파이낸스 미얀마,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데일리안

외곽 마을에 둥지 튼 한국 금융회사들…관계형금융으로 서민금융 'MFI' 안착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우리 파이낸스 미얀마 법인사무소. 경제중심지 양곤에 설립된 한국 사무소인 만큼 미얀마에 진출한 다른 한국 금융회사들과 함께 번듯한 도심 빌딩에 옹기종기 모여있을 거라는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화려한 도심 한복판이 아닌 현지 미얀마인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생활하는 다소 허름한 외곽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미얀마에서 마이크로파이낸스(MFI, 소액대출) 사업을 진행 중인 다른 금융회사들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미얀마 국민들의 계좌 보유 비중은 전체의 20% 안팎, 국민 10명 중 8명은 계좌가 없는 현실에서 우리에게 보편화된 계좌이체 등 비대면 거래는 아직 먼 이야기였다. 대신 현지 관행에 따라 금융회사 직원들이 직접 대출자를 찾아 자금을 회수하고 또 자금이 필요한 누구나 손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현장과의 접근성을 높이는 '관계형금융'이 접목됐다.

미얀마에서 소액대출사업(MFI)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건물 한 층을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라면 참석자들을 위한 의자 등이 비치돼 있었겠지만 좌식 생활 중심의 현지 문화를 고려해서인지 넓은 강당을 통으로 비운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미얀마에서 소액대출사업(MFI)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은 저마다 건물 한 층을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설명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국내에서라면 참석자들을 위한 의자 등이 비치돼 있었겠지만 좌식 생활 중심의 현지 문화를 고려해서인지 넓은 강당을 통으로 비운 점 또한 눈길을 끌었다.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제도권 금융이 아직 낯선 이들을 위해 국내 금융회사들은 마을을 직접 찾아 소액대출상품을 설명하는가 하면 대출을 희망하는 이들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신용을 파악했다. 접점을 넓히면서 현지 서민들을 위한 상품 개발과 지원도 이뤄졌다. 우리파이낸스 미얀마는 의료비와 학자금 지원을 위한 소셜론을, 농협파이낸스미얀마는 영농자금과 농기계할부상품을 출시했고, KEB하나와 KB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는 주택 신축 및 개량자금을 지원하는 등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에 팔을 걷었다.

안정균 우리파이낸스 미얀마 법인장은 "소액대출이기는 하지만 담보나 신용평가정보가 전무한 상황에서 현장 중심 영업은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이라며 "금융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현지인들에게 우리가 판매하는 상품을 알리거나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영업권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병행돼 서민 지원 뿐 아니라 인지도 제고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회사 사무실 벽면에는 여지 없이 사람 키만한 미얀마 지도가 부착돼 있다.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는데다, 미얀마의 잠재력에 눈을 뜬 국내외 금융회사들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역 당 최대 2개 회사까지만 영업이 허용돼 좋은 조건의 지역을 하루 빨리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데일리안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회사 사무실 벽면에는 여지 없이 사람 키만한 미얀마 지도가 부착돼 있다. 한반도 면적의 3.5배에 달하는 광활한 영토를 갖고 있는데다, 미얀마의 잠재력에 눈을 뜬 국내외 금융회사들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역 당 최대 2개 회사까지만 영업이 허용돼 좋은 조건의 지역을 하루 빨리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데일리안

또 미얀마 금융시장에 진출한 금융회사 사무실마다 미얀마 현지 대형 지도를 찾아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마치 부동산에 온 착각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크기와 디테일을 자랑하고 있는데, 미얀마 전역을 비롯해 양곤, 나간, 에야와디 등 현재 사업 중이거나 앞으로 진출할 예정인 곳, 혹은 관심 있는 지역의 지도를 저마다 제작해 비치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현재 어느 곳에 지점이 설립돼 있는지, 또 앞으로 어느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과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국내 대부분 금융회사들이 뛰어드는 소액대출(MFI)는 불법 사금융이나 전당포, 고금리 대부업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이 주 고객이다. 연 7~8%의 높은 성장률에도 불구하고 국민 5명 중 1명이 빈곤층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고, 열악한 금융 인프라 속 농촌지역 고금리 문제 역시 빈곤층 확산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이에 현지 당국은 이같은 소액대출사업을 주민들의 빈곤율 감소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하고 있다. MFI 라이선스 발급 시 도시(50%)와 지역(50%) 간 대출 비중을 할당해 '서민금융 활성화'를 꾀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소액대출 이자는 연 30% 수준, 우리 기준으로는 상상을 뛰어넘는 고금리지만 이곳 서민들이 주로 찾는 대부업이나 불법 사금융 금리(연 50~120%)와 비교하면 착한 수준이어서 이용객들의 호응도가 높다. 게다가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이번 생에 빚을 갚지 않으면 지옥에 가거나 다음 생까지 화를 입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보편화돼 있어 연체율이 1%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은 높고 리스크와 진입장벽은 상대적으로 낮으니 해외 진출을 고려하는 금융권의 관심 역시 뜨거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2018년 말 기준 미얀마 내 MFI 운용사는 180여곳, 이중 국내 금융회사는 13곳으로 집계됐다. 소액대출사업에 뛰어든 외국계 회사(40여곳) 3곳 중 1곳이 국내 금융회사일 정도로 우리나라의 미얀마 금융시장 진출이 유독 활발했다. 그만큼 미얀마 MFI시장을 둘러싼 금융회사 간 경쟁, 국내 금융기관 간 경쟁 역시 치열해졌다. 현지 정책 상 한 지역에 최대 2개 회사까지만 진출하도록 하고 있어 특정 지역에서의 과당 경쟁까지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대신 영업하기 좋은 지역을 찾아 하루 빨리 선점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탓이다.

또한 MFI 라이선스가 신청지역에 한정돼 있어 새로운 지역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당국의 허가를 거쳐야 한다는 점 역시 이들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진입 주자들이 늘고 시장이 포화될수록 가장 먼저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MFI 영업구역 허가나 지점 신청에 대한 당국 기조가 한층 강화될 여지가 높기 때문이다. 각 사무소마다 대형 지도가 비치된 부분도, 미얀마 현지 주재원들끼리 일명 '땅따먹기'라는 우스갯소리가 통하게 된 배경 역시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1~2년 내 기회” 은행업 추가 인가 예고…"강점 어필" 경쟁력 제고 분주

한편 개별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얀마에 진출해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궁극적 목표가 은행업(상업은행) 진출에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다만 외국계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미얀마 은행업 진출 기회 자체가 가뭄에 콩 나듯 하다보니 우선 MFI 등 우회적 방식으로 진출해 수익 창출 및 은행 설립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등 시장 다지기에 나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외국계 금융회사의 시장 진출에 엄격하던 당국 기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작년 8월 전면 통제되던 외국인 지분 보유 규제를 35%까지 완화하는가 하면 같은해 11월 외국계 은행들의 자국 내 기업에 대한 대출·송금 서비스 제공을 허용하는 등 시장 개방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이후 문이 닫혀 있던 제3차 외국계 금융회사 대상 은행업 인가 공모가 향후 1~2년 내에 실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금융회사들이 들썩이고 있다.

미얀마 은행업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요건을 갖춘 국내 금융회사는 총 8곳으로, 이 중 어느 곳이 출사표를 낼지 아직은 미지수다. 일단 해당 금융회사 가운데 은행업 추가 인가에 일찌감치 도전 의사를 나타내고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는 곳으로는 KB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정도가 꼽히고 있다.

우선 지난 2016년 당시 신한은행과 함께 은행업 진출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셨던 KB국민은행은 과거 주택은행 당시 경험을 살려 미얀마 건설부에 주택금융 노하우를 전수하고 주택금융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또 추가 인가 계획이 가시화된 최근에는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직접 미얀마 정부 산하 특수은행인 주택건설개발은행(CHDB)에 대한 지분 투자 방안을 타진하는 등 은행업 라이선스 획득을 위한 지원을 전사적으로 진행 중이다.

IBK기업은행 역시 자신들의 핵심 역량인 ‘중소기업’을 미얀마 은행업 진출의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미얀마 은행업 라이선스를 통해 기은의 중소기업 대출이 가능해질 경우 국내 기업들의 미얀마 진출 움직임으로 확산될 수 있고, 이는 미얀마 내 일자리 확대 뿐 아니라 내수 진작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대기업, 중견기업과 달리 본국 보증 없이는 해외에서의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현지 진출 중소기업들에게도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경 IBK기업은행 미얀마 사무소장은 “국내에서도 중소기업이 많은데 왜 기은이 해외로 나서야 하느냐는 시각도 일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대기업 뿐 아니라 중소기업들 역시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규모의 차이로 인해 소외받는 중소기업들을 뒷받침하는 것이 기은의 역할이고, 이를 미얀마 현지에 전파하는 식으로 우리만의 색깔을 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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