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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 ‘황금의 나라’ 미얀마, 향후 10년 ‘포스트 베트남’ 꿈꾼다


입력 2019.01.07 06:00 수정 2019.01.11 16:25        데일리안(미얀마 양곤) = 배근미 기자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시간 멈춘 '황금의 나라'…대내외 악재 여전

천연자원·위치·인건비 ‘3박자’…규제 완화·국내 기업 진출 러시 '쾌재'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시간 멈춘 '황금의 나라'…대내외 악재 여전
천연자원·위치·인건비 ‘3박자’…규제 완화·국내 기업 진출 러시 '쾌재'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쉐다곤 파고다 외관. '파고다'는 부처나 제자들의 유골, 유품, 경전, 불상 등을 모신 탑을 의미하는 단어로 양곤 시민 뿐 아니라 미얀마 국민 모두에게 상징적인 사원으로, 외벽은 순금으로 장식됐고 파고다 정상부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으로 꾸며졌다. ⓒ데일리안 배근미 기자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쉐다곤 파고다 외관. '파고다'는 부처나 제자들의 유골, 유품, 경전, 불상 등을 모신 탑을 의미하는 단어로 양곤 시민 뿐 아니라 미얀마 국민 모두에게 상징적인 사원으로, 외벽은 순금으로 장식됐고 파고다 정상부에는 다이아몬드와 루비 등으로 꾸며졌다. ⓒ데일리안 배근미 기자

'박항서 매직'으로 한층 가까워진 베트남, 발리 등 관광지로 유명한 인도네시아 등 여타의 아세안(ASEAN) 국가들과 달리 미얀마는 한국인에게 아직은 낯설다. 그나마 로힝야족 사태와 같은 부정적 이슈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일까. 중국과 인도를 잇는 동남아 요충지이자 천연자원의 보고, 매년 7%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기회의 땅' 미얀마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불심으로 빛난 미얀마 상징 '쉐다곤 파고다'…기부 문화 활발

미얀마에 도착한 첫 날 이곳이 바로 '황금의 나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늦은 시각 차량을 통해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던 중 멀찌감치 모습을 드러낸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를 통해 은은하지만 강렬한 황금빛 야경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미얀마의 자존심이자 세계적인 불교 성지순례지, 쉐다곤 파고다의 쉐(Shwe)가 미얀마어로 '황금'을 의미한다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그보다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지금의 크고 웅장한 황금불탑의 역사가 생각보다 오래되지는 않았다는 대목이다. 1453년 건립 초기만 해도 금빛이 아니었던 쉐다곤 파고다에 본격적으로 금판을 붙이게 된 것은 지난 1990년. 관리위원회에서 일반인들에게 금판 기증(보시)을 권유하면서였고, 미얀마 역대 왕들과 불자들이 기증한 금판으로 화려한 외관을 갖추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붙여진 금만도 60여톤 이상, 그 값어치만 최소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2018년 기준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은 1200달러(134만원), 전세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에 속하지만 세계기부순위에서는 매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홍석우 신한은행 미얀마 사무소장은 "어느날 현지 직원이 생일이라고 해서 (초대하는 건가 하고)가봤더니 절에서 스님과 밥을 푸고 있더라"며 "이곳 사람들은 생일이 되면 절에 기부를 하고, 절은 그 돈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을 먹이거나 재운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남을 챙기거나 배려하고 나눔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간 시간 멈췄던 '황금의 나라'…대내외 악재 여전

군부독재와 서방제재의 영향으로 50여년 간 멈춰섰던 미얀마의 시계는 군부독재가 일단락된 2011년에야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세계가 고속 성장하던 시기를 놓친 대가는 다소 뼈아프다. 당장 경제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도로와 전기, IT 등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실제로 양곤 등 주요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비포장도로가 펼쳐지고, 전력 보급률이 30%에 불과한 가운데 정전도 잦아 일부에서는 자체적으로 발전기를 갖추고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 리스크와 금융시스템의 미비 역시 주요 위험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미 기준금리 인상과 외환보유고 부족 등 영향으로 미얀마 환율은 최근 1년 새 13%나 뛰었다. 특히 제조 인프라 미비 속에서 원자재와 공산품에 대한 미얀마의 높은 수입의존도는 만성화된 경상수지 적자를 불러왔고, 이는 물가변동성 확대를 유발해 안전자산인 달러 강세에 한 몫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아직 체계를 갖추지 못한 금융시스템은 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얀마 안팎의 정치적 요인 역시 시장 전반에 걸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최근 소수민족 탄압 논란을 불러온 로힝야 사태와 관련해 미 상원은 지난달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로힝야족 탄압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내용의 법안 발의와 함께 북한 무기 구매 시 원조 중단 등 경제제재를 가하겠다는 조항을 포함시켰고, 유럽 등 서구권은 직접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불안감이 확대되면서 지난 2015년 사상 최대(468만명)를 기록했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17년 290만명으로 급감했다.

천연자원·위치·인건비 ‘3박자’…규제 완화·국내 기업 진출 러시 '쾌재'

이처럼 산적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미얀마가 ‘포스트 베트남’으로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한반도의 3.5배 규모 영토에 매장된 천연가스와 원유, 구리, 아연 등 각종 천연자원의 보고이자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노동력, 중국, 인도, 태국 등 거대 신흥시장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연 평균 7%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구매력 확대 기조 역시 미얀마의 잠재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외국계 금융회사에게 한없이 높던 미얀마 현지 금융시장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미얀마 정부는 최근 투자법상 투자승인 필요대상을 축소하는가 하면 작년 8월부터 회사법 개정을 통해 외국계가 현지기업에 대한 35% 이하 지분 보유 시 자국기업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또 외국계 은행에 대해 불허하던 국내기업 대출을 허용하는 한편 지점 증설 또한 가능하도록 했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중 양곤 도심과 달라를 잇는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교량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GS건설 GS건설은 올 상반기 중 양곤 도심과 달라를 잇는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교량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GS건설

한국 기업들의 활발한 현지 진출 역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LH는 올 하반기 미얀마 양곤주 야웅니핀 지역 내 여의도의 약 78% 면적의 '한-미얀마 경협산단' 착공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는 미얀마 정부가 정부소유 토지를 제공하고, 한국정부가 원조자금(EDCF)으로 전기, 상수, 진입도로를 설치해 가격경쟁력 확보 및 및 인프라 조성에 나설 예정이다.

GS건설은 올 상반기 중 양곤 도심과 달라를 잇는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 교량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고, 지난 2017년 양곤 롯데호텔이 들어선 데 이어 최근에는 롯데제과가 미얀마 현지 제과업체 메이슨(L&M Mayson Company Limited)을 인수하는 등 롯데그룹 차원의 미얀마 진출 움직임 또한 가시화되고 있다.

국경도, 총성도 없는 전쟁…미얀마 금융시장 둘러싼 금융권 경쟁 '치열'

한편 미얀마를 둘러싼 국내외 금융권의 경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중은행(1금융)에 해당하는 상업은행의 경우 미얀마 로컬은행 26곳과 외국계 13곳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신한은행이 지난 2016년 유일하게 현지 은행업 허가를 획득해 현재는 기업금융 중 시설대출과 결제 시스템 등을 제공 중이다.

신한은행은 미얀마 현지에서 KBZ은행 등 로컬은행, 그리고 외국계 가운데서도 일본계 은행들과 경쟁을 펼치고 있다. 외국계 금융회사에 대한 은행업 인가 자체가 워낙 쉽지 않은 가운데 일본계 금융회사들은 엄청난 자본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물량공세를 펼쳐 무려 3곳이 미얀마 당국 인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한편 아직 은행업에 진출하지 못한 국내 은행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사무소를 개설하고 향후 1~2년 안에 있을 ‘은행업’ 인허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자산 규모 1위 캄보자(KBZ)은행 영업점 내부.ⓒ데일리안 미얀마 양곤에 위치한 자산 규모 1위 캄보자(KBZ)은행 영업점 내부.ⓒ데일리안

미얀마 상업은행 가운데 후발 주자에 속하는 신한은행은 로컬은행 대비 저렴한 수수료를 기반으로 신규 고객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석우 신한은행 미얀마 사무소장은 “미얀마는 금융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보니 고객이 은행에 현금을 입금하려면 수수료를 내야 한다. 특히 로컬은행의 경우 수수료가 2%에 이르는 폭리를 취하는 상황”이라며 “반면 저희의 경우 민간은행 수수료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저희 같은 외국계은행이 들어오면서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MFI(소액대출) 금융사들 역시 적극적인 현지 영업을 바탕으로 빠른 흑자 전환 기조를 보이고 있다. KB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는 영업 초기인 2017년 상반기 적자에서 1년 새 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고, 신한카드 마이크로파이낸스 미얀마 법인 역시 지난해 처음 흑자로 돌아선 뒤 상반기 1억2500만원의 순익 달성에 성공했다.

몸집 불리기와 시장 진입에도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미얀마 법인 소속 현지지점을 14곳 늘린 데 이어 올 1분기 중으로 추가로 6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17년 미얀마 중앙은행으로부터 대표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고 미얀마 시장 진출 준비에 한창인 KB국민카드는 할부금융과 신용카드사업을 할 수 있는 종합여신전문금융기관 형태로 진출을 추진하고 있고, 대구은행 역시 MFI 시장 진출을 위해 미얀마 금융당국과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김태경 IBK기업은행 미얀마 사무소장은 “아직 아무런 인프라가 갖춰 있지 않다는 부분을 뒤집어 생각하면 앞으로 이 나라가 발전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며 "이제 갓 깨어난 상황에서 아직 잠재력을 표출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고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장점을 전달하고 교감하면 충분히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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