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신재민은 왜 폭로자가 됐을까?


입력 2019.01.03 03:00 수정 2019.01.03 06:07        이유림 기자

스스로 '공익제보자'라 칭했지만… 여당 "유명세 얻으려 노이즈마케팅"

이어지는 폭로에 일각선 정의감·정계입문·개인적 특성 등 해석 나와

스스로 '공익제보자'라 칭했지만… 여당 "유명세 얻으려 노이즈마케팅"
이어지는 폭로에 일각선 정의감·정계입문·개인적 특성 등 해석 나와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의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청와대의 KT&G 사장 인사 개입과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의 의혹을 폭로한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 경제정책 결정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신재민(33.행정고시 57회)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재부에 전화를 걸어 국채발행 관련 보도자료 취소 압박을 한 인사가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이라고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이 유튜브가 아닌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스스로를 '공익 제보자'라고 칭하며, 자신을 둘러싼 의심 섞인 시선을 해소하기 위해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그의 진술도 상당히 구체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선 이같은 신 전 사무관의 폭로 내용이 '신빙성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폭로도 공직사회의 부조리를 견디지 못한 '정의감'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한다.

그는 "처음 행정고시를 준비할 때 제 나름대로 국가관과 사명감, 각오가 있었다"며 "이후 기재부에 들어가 KT&G 사건을 보고난 뒤 절망감과 막막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이어 "(적자국채 발행 압력 등) 정부의 비상식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분노했다"며 "나라의 녹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부채 의식을 느꼈고, 다른 공무원들은 저와 똑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길 바라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기자와 통화에서 "(폭로 배경이 무엇인지) 아직은 두고 봐야한다"면서도 "명문대·행정고시에 합격해 권한 있는 부처에서 있다가 그냥 사표내서 나오기는 쉽지 않다. 통상적인 상식과 맞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또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처럼 비위 행위자로 몰려 폭로한 게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반면 여권에선 "스타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둔 사람"이라며 '유명세'를 얻고자 소위 노이즈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신 전 사무관이 특정 교육그룹의 광고를 자신의 영상에 게재한 것과 유튜브 채널에 자신의 계좌를 공개해 후원금을 모금한 것을 근거로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행(奇行)이 점입가경이다.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뛰는 것인가"라며 "신 전 사무관이 기재부를 나온 이유는 알고 싶지도, 궁금하지도 않다. 문건의 무단 유출과 국가공무원상 비밀유지의무 위반만큼은 명백한 불법이란 점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비판했다.

신 전 사무관이 유명세를 얻어 정계에 입문하려는 게 아니냐고 보는 시선도 있다. 실제 정치권에선 공익제보자를 영입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있었다. 자유한국당은 신재민 건을 계기로 기재위원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어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그가 정계에 입문하기 위해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고 보기에는 감내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반박도 나온다.

아울러 그의 '개인적 캐릭터'(특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의감과 별개로 요즘에는 자신이 생각하고 느낀 부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김태우 전 특감반원과 달리, 김 전 사무관은 딱히 해를 입은 게 없는데도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굉장히 독특하다"고 봤다.

이 평론가는 "과거 '늘공'(늘 공무원)들은 참고 자리를 유지한다는 생각이었다면, 지금 세대는 그런 게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며 "그에게 공공의 마인드가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사익을 추구한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유림 기자 (loveso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이유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