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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t Korea] 박항서 열풍에 속도 내는 ‘금융 한류’...“후광 효과 극대화” 특명


입력 2019.01.02 06:00 수정 2019.01.04 16:31        데일리안(베트남 호찌민) = 조태진 경제부장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신한은행 박항서 광고모델 기용 후 고객 20% 증가

"후광효과 보자" 국민·우리은행 등 볼륨 확대 나서, 미래에셋 1000억 증자

한국 기업과 금융회사에 있어 동남아시아는 가장 손꼽히는 기회의 땅이다. 현 정부가 막혀있는 한국 경제의 활로로 ‘신남방 전략’을 정조준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개발도상국 리스크는 상존하지만 이 지역 성장잠재력이 갖는 메리트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특히 금융권의 동남아 진출은 급가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신흥시장으로 떠오르는 미얀마와 캄보디아 시장 선점을 위한 ‘퀀텀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금융시장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는 동남아 4개국에서 신남방 금융벨트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의 활약상을 직접 들여다봤다.

[신남방 금융벨트를 가다]신한은행 박항서 광고모델 기용 후 고객 20% 증가
"후광효과 보자" 국민·우리은행 등 볼륨 확대 나서, 미래에셋 1000억 증자


베트남 호찌민시 금융중심지 제1군에 위치한 엠플라자사이공타워. 이 건물에만 국내 은행 지점 4곳이 영업중이다.ⓒ조태진 데일리안 경제부장 베트남 호찌민시 금융중심지 제1군에 위치한 엠플라자사이공타워. 이 건물에만 국내 은행 지점 4곳이 영업중이다.ⓒ조태진 데일리안 경제부장

베트남 호찌민시 외곽에 위치한 떵선넛 국제공항. 여권 심사대를 통과하고 나면 ‘박항서 신드롬’을 짐작케하는 대형 광고 걸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신한은행 광고모델로 활약 중인 박항서 베트남 축구감독과 K리그 활약으로 국내 축구팬에도 친숙한 쯔엉 선수가 활짝 웃으며 현지인과 여행객을 맞이한다. 국제선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신한은행이 각인되는 순간이다. 신한은행 로고와 함께하는 박 감독은 호찌민 시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스즈키컵 우승으로 인민 최고 영웅으로 추앙받는 호치민 주석급 인기를 구가하는 탓에 박 감독의 후광 효과는 신한은행을 베트남 진출 외국계 은행 1위 자리를 굳힐 정도로 컸다. ‘금융 한류’를 활용하기 위한 현지 진출 금융기관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었다.

박항서 광고 띄우고 계좌 20% 증가, 최적 마케팅 발굴 고심

기자가 호찌민을 방문했을 당시, 스즈키컵은 예선전을 치르고 있었다. 이 때문에 베트남 우승이 결정된 지난달과 같은 축구 열기를 느끼는 건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만난 베트남신한은행 관계자들은 박항서 효과로 대화를 풀어가자마자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송현우 베트남신한은행 부장은 현지 영문매체에 실린 박항서 감독의 광고 지면을 보여주며 “현지 대부분 신문과 TV 광고에 하루가 멀다하고 노출되고 있는 컨셉”이라며 “박 감독을 광고모델로 기용하고 나서는 어떻게 마케팅으로 연결하냐가 관건이 됐는데 거리응원을 비롯해 스즈키컵 이후 추진할 다양한 고객 접점 이벤트를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베트남은행이 지난해 박 감독을 광고모델로 기용한 이후 고객 계좌 수가 20% 정도 늘었고, 소매 영업 거점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인 카드 고객도 19만명에서 21만명으로 1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젊은 층에 어필하면서 인터넷뱅킹 이용자는 50% 가까이 늘어 18만명으로 급증했다.

사실 신한베트남 법인이 박항서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뻔도 했다. 지난해 9월 광고 계약기간이 종료됐을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모델이 교체될 수도 있었던 것.

이에 대해 신동민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은 “광고계약기간이 끝나고 이런저런 이유로 박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가지 못할 수도 있었는데 내부에서 꼭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밀어부쳤다”며 “돌이켜보면 상당히 후회스러운 선택의 순간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영자매체인 사이공타임즈에 실린 신한은행 광고로 박항서 감독을 홍보모델로 기용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데일리안 조태진 경제부장 베트남 영자매체인 사이공타임즈에 실린 신한은행 광고로 박항서 감독을 홍보모델로 기용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데일리안 조태진 경제부장


‘박 감독 후광’ 우리도 보자…너도나도 볼륨 키우기 나서

베트남 진출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지난해 성적표는 합격점이다. 호찌민시 금융기관 밀집지인 제1군에서도 다이아몬드플라자, 엠플라자 사이공, 엠프레스타워 등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오피스 빌딩에 영업점이 위치해 있다. 이 가운데 베트남인민위원회 건물 옆에 위치한 엠플라자 사이공 타워에만 국내 은행 4곳의 지점이 들어선 상태다.

단단한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여신금융이 팽창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서다. 호찌민시를 둘러싸고 있는 4개 산업단지 내 수 천여 기업이 배후 수요인데다 사드 후폭풍과 한국 최저임금제 실시 등으로 상당 수 중소기업들이 중국과 한국에 위치한 생산시설을 베트남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최인식 IBK기업은행 호찌민지점장은 “베트남 영업이 11년 됐는데 사드와 최저임금제 영향으로 기업이 늘면서 여신 볼륨이 커졌고 지난해 순이익만 700만달러를 거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호찌민에서 영업하고 있는 대부분 국내 은행들의 실적이 전년보다 좋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영업거점을 다양한 형태로 키우기 위한 노력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김현종 KB국민은행 호찌민본부장은 “지난 2015년 부임한 이후 금융거래 기업 수를 두 배로 늘려 경쟁 은행들과 어깨를 견줄 수준은 됐다”며 “앞으로는 점포 대형화를 통해 토털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신한은행과 더불어 현지 소매금융 진출에 공격적인 우리은행도 영업망 확충에 불을 당기고 있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박닌, 하이퐁, 타이응웬, 빈증 지점을 개설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초 한인밀집지역인 푸미흥 출장소를 개설해 영업점을 7개로 늘렸다.

주식·부동산 투자 기상도 역시 맑음…금투업계도 공격 행보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공격 행보도 두드러진다. 외국인 부동산 투자 제한이 완화되고, 주식 당일 거래시스템 도입이 검토되는 등 투자 환경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어서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지난해 호찌민법인에 1000억원 증자를 단행했다. 중국에서 부동산 투자로 큰 수익을 낸 박현주 회장이 베트남 부동산 등 투자금융(IB)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이동원 미래에셋 호치민법인 본부장은 “현재 호찌민, 하노이, 붕따오, 다낭 등에 5개 지점인데 연내 두 배 늘릴 방침”이라며 “특히 IB인력은 10명까지 배치시켜 회사채, 기업공개, 기업인수합병 등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도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ELW 등 파생 부문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다.

박원상 한투증권 베트남법인장은 “현재 10명 수준의 리서치 인력을 대폭 증원해 기관투자가 공략을 강화하면서 올해 열리는 커버드워런트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진 기자 (tjjo7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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