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최대 수혜자, SBS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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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종원 최대 수혜자, SBS는 억울하다
    <하재근의 이슈분석> 이해관계에 따라 가볍게 정했던 방송사 관행의 자승자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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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 : 2018-12-31 08:00
    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이슈분석> 이해관계에 따라 가볍게 정했던 방송사 관행의 자승자박

    ▲ ⓒSBS 연예대상 홈페이지 캡처

    2018 SBS 연예대상 이승기 대상 사태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백종원이 아닌 이승기였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을 ‘멱살 잡고’ 끌고 가며 원맨쇼로 ‘하드캐리’한 백종원의 대상 수상이 당연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에 당연히 파장이 일었다.

    방송사가 이해관계가 결부된 톱스타에게 무리하게 대상을 안겨주는 관행이 또 도졌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백종원이 억울하게 대상을 강탈당했다고 말이다. 과거 김명민 연기대상 공동수상 사건 이래 최대의 공분 사태가 터졌다.

    하지만 백종원이 대상을 강탈당한 것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연말 시상식을 ‘상 나눔 상조파티’ 정도로 치르는 우리 방송사들의 관행으로 봤을 때, SBS는 어떤 식으로든 백종원에게 상을 안겨주려 했을 것이다. 대상이 아니라면 대상에 버금가는 특별상이라도 만들어 시상했을 법하다.

    그런데 백종원에겐 단 하나의 상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것은 상을 난사하는 기존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방송사가 스스로 그럴 리는 없기 때문에, 백종원의 선택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즉, 백종원이 애초에 아무 상도 받지 않겠다고 아주 강력하게 고사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공분 사태 이후 사실은 백종원이 수상을 고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조차 믿지 않으며, 대중의 비난에 궁지에 몰린 방송사가 언론플레이로 사후수습에 나섰다고 했다. 그러나 정황을 보면 이 보도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억울하게 된 건 SBS다. 졸지에 백종원의 대상을 빼앗은 파렴치 방송사로 몰렸으니 말이다. 남의 대상을 가로챈 꼴이 된 이승기의 처지도 난감해졌다.

    SBS의 실수다. 백종원 대상이 신동엽도 아닌 이승기에게 넘어갔을 때 어떤 반발이 나올지 예측했어야 했다. 백종원이 고사한다고 그대로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서 백종원 품에 대상을 안겼어야 했다. 당연히 받을 만한 사람에게 상이 주어지는 것이 순리이고 공정이다. 요즘은 그런 가치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는 점을 SBS가 간과했다.

    SBS는 백종원의 시상식 참석은 이끌어냈다. 원래 백종원은 시상식 참석조차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연예인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그래도 참석은 이끌어냈는데 이게 또 SBS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최대 공로자를 자리에 초대해서 앉혀놓고 상 하나도 안 주고 문전박대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우리 방송사 시상식은 참석상이라고 할 정도로 일단 부른 사람에겐 상을 하나씩 안겨주는 ‘훈훈함’(?)을 자랑하는데 백종원만 부르고도 안 주는 게 야박해보였다.

    반대로 백종원에겐 최고의 구도가 됐다. 상을 주지 않는데도 자리를 지키며 밝은 얼굴로 다른 사람들의 수상을 축하해주는 대인배 이미지가 성립됐기 때문이다. 사업가 백종원에게 사실 연예대상은 별 의미가 없다. 이런 상까지 받으면 좋은 걸 독식한다며 반발심만 초래될 수 있다. 반대로 상을 뺐기는 피해자 이미지와 다른 사람들을 축하해주는 대인배 이미지는 백종원의 향후 행보와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백종원 무관 사태로 SBS의 신뢰성이 추락한 반면 백종원이 최대 수혜자가 된 것이다. 자사 시상식 대상의 무게를 간과한 SBS의 패착이다. 연예대상 대상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아무한테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꼭 받을 사람에게 반드시 주어져야 하는 엄중한 상이라고 인식했다면 백종원이 받을 상을 이승기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태로 초래된 SBS의 피해는 방송사 시상식 수상자를 자사 이해관계에 따라 가볍게 정하곤 했던 방송사 관행의 자승자박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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