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Reset Korea] 희망이 안 보인다…3% 성장 포기한 정부, 더 비관적인 경제계


입력 2019.01.01 06:00 수정 2019.01.04 16:37        박영국 기자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2.6~2.7% 전망…민간 전망치는 더 낮아

정부 올해 경제성장률 2.6~2.7% 전망…민간 전망치는 더 낮아

서울 광화문 광장 뒤편으로 청와대가 보이는 가운데 교통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광화문 광장 뒤편으로 청와대가 보이는 가운데 교통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거시지표가 견고하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대체 무엇을 근거로 한 것인가. 정부가 아직도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지, 알고도 외면하는 건지 모르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올해 경제전망에 대한 의견을 나누던 중 지난달 11일 국무회의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한숨을 쉬었다.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새해를 맞았지만 우리 경제에는 희망이 보이질 않는다. 정부와 청와대만 희망을 외칠 뿐 기업들은 절망에 빠져있다.

정부는 지난달 17일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2.6~2.7%(실질 국내총생산 기준)로 발표했다.

2008~2009년 금융위기로 경제성장률이 급락한 이래 3%대 경제성장률은 우리 경제가 정상적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다. 역대 정부 경제팀은 항상 3%대 경제성장률 수성을 목표로 내걸고 이를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하지만 이번엔 대놓고 2%대 중반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내놓았다. 그나마도 ‘경제 불확실성’이 상당히 존재함에도 불구, 정부가 경제활력을 높여 성장률을 견인해서 달성하겠다는 목표치가 이 정도다.

실제 경제성장률은 연말에 뚜껑을 열어보면 정부 전망치에 미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2.9%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았지만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올해 목표치와 같은 2.6~2.7% 수준이었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 숫자에도 정부의 ‘대책 없는 낙관론’이 반영됐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이보다 더 낮은 수준의 전망치를 내놓고 있고, 개별 기업들도 비관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2019년 경제정책 방향’ 발표 당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정부 전망치보다 0.2~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경연은 소비와 투자 등 내수의 극심한 부진과 수출 증가세 둔화가 내년 국내 성장 흐름 약화를 주도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1.5%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2.0%까지 감소율이 확대되고, 같은 기간 수출 증가율은 3.1%에서 2.9%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국내경제전망.ⓒ한국경제연구원 2019년 국내경제전망.ⓒ한국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정부 전망치보다 비관적인 수치를 내놨다. 올해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하면서 2%대 저성장 기조 고착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기업의 투자는 위축되는 반면 예금 보유는 늘어나는 등 성장동력 상실이 우려되고, 노동투입 축소의 대안이 될 수 있는 노동생산성 개선도 정체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면서 올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슈로 근로시간단축, 최저임금인상, 기업의 엑소더스 현상 가속 가능성 등을 꼽았다.

개별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대체적으로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11월 주요 기업 24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고경영자 2019년 경영전망 조사’에서 응답자의 69.4%가 현 경기 상황을 ‘장기형 불황’이라고 답했다. 이는 2017년 실시한 ‘2018년 경영전망 조사’(49.1%)보다 20.3%포인트 증가한 수준이다.

특히 장기형 불황이라는 응답은 300인 이상 기업(58.5%)보다 300인 미만 중소기업(72.5%)에서 높게 나타났다.

조만간 경기가 회복되리라는 희망도 사라졌다. ‘현 경기가 저점이지만 향후 경기 회복을 예상한다’는 응답은 11.2%로 전년(22.7%)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경기저점 통과 후 회복 국면으로 진입한다’는 응답은 5.0%로 전년(21.6%)의 4분의 1 미만까지 떨어졌다.

국내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되는 시점에 대해서는 ‘2021년 이후’(60.3%)라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올해 뿐 아니라 내년까지 불황이 지속된다는 시각이 기업들 사이에서 보편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경연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매달 조사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역시 연초부터 비관적인 수치를 나타냈다. 1월 전망치는 92.7로 전월(88.7)보다 소폭 개선됐지만 여전히 기준선인 100을 한참 밑도는 수치다.

1월 전망치가 기준선을 하회한 것은 정부의 신년 경제정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기업들의 부정적 심리는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수출전망(92.1)·내수(93.5)·투자(95.9)·자금(94.0)·재고(104.9)·고용(99.7)·채산성(98.1) 등 전 무분에서 부진한 전망을 보였다. 재고는 100 이상일 때 부정적 답변(재고과잉)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내수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고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도 둔화세도 뚜렷해 새해 경제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또 한경연은 실제 각 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새해 경제전망을 살펴보더라도 성장률이 지난해 대비 0.1~0.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체감경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 방향을 내놓고 경제활력 회복에 힘쓰겠다고 했지만 그 발표내용을 듣고 희망을 되찾은 기업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면서 “부정적 경기전망에는 물론 미·중 무역분쟁이나 환율 등 대외 악재도 원인으로 작용하지만, 정부가 성장보다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정책방향을 고집해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악재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