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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 포문' 삼성화재 행보에 손보사들 '곤혹'


입력 2018.12.27 06:00 수정 2018.12.27 06:06        부광우 기자

車보험료 인상폭 비교적 낮아…실손보험료는 인하 단행

업계 1위 시장 점유율 강화 전략에 경쟁사들 진퇴양난

車보험료 인상폭 비교적 낮아…실손보험료는 인하 단행
업계 1위 시장 점유율 강화 전략에 경쟁사들 진퇴양난


국내 최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가격 경쟁의 포문을 열어 젖히면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삼성화재 국내 최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가격 경쟁의 포문을 열어 젖히면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삼성화재

국내 최대 손해보험사인 삼성화재가 가격 경쟁의 포문을 열어 젖히면서 경쟁사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른 손해보험사들에 비해 자동차보험료 인상률을 낮게 가져감과 동시에 실손의료보험료까지 전격 인하하기로 하는 등 국민보험 상품들에서의 입지를 더욱 다지겠다는 각오다. 해당 상품들의 악화된 실적에 허덕이는 경쟁사들로서는 삼성화재의 행보에 동참할 경우 출혈경쟁을 우려할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마냥 지켜만 볼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지게 되면서 곤혹스런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27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화재는 상품위원회를 열고 다음 달 31일 책임개시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3.0% 인상한다. 아울러 법인용 차량 1.7%와 영업용 차량 0.8% 등을 포함한 전체 평균 인상률은 2.7%다.

이 같은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은 다른 손보사들이 예고한 비해 낮은 수준이다. 앞서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는 다음 달 16일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각각 3.4%와 3.5%, 3.3% 인상한다고 밝혔다. KB손해보험도 같은 달 19일 갱신 계약 고객부터 3.4%, 한화손해보험도 21일부터 3.2%씩 개인용 자동차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큰 차이는 아니지만, 삼성화재의 상대적으로 낮은 보험료 책정은 관련 시장에 끼칠 영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은 보험사별로 보장 내용 차이가 거의 없는 상품이어서 가격이 선택의 주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화재가 국내 자동차보험 시장의 단연 1위 손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 영향을 더욱 클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2조4757억원으로 손보사 전체(8조4911억원)의 29.2%에 달했다. 우리나라 자동차보험 3분의 1 가까이를 삼성화재 한 곳이 점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어 DB손보(19.3%)와 현대해상(19.0%), KB손보(12.7%)가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두 자릿수 대로 점유율이 높은 편이었지만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최소 10%포인트 가량 차이를 나타냈다. 나머지 손보사들의 점유율은 모두 한 자릿수 대에 그쳤다.

삼성화재는 실손보험에서도 경쟁사들에 앞서 칼을 빼들었다. 삼성화재는 내년에 실손보험료를 평균 1.6% 내리기로 했다. 삼성화재가 실손보험료를 내린 것은 상품 판매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가격 인하 대상은 2009년 10월 1일 이후 판매한 표준화 실손보험이다. 실손보험은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과 표준화 실손보험, 신(新)실손보험 등 3가지로 나뉘는데 표준화 실손보험 계약이 가장 많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2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는 실손보험도 자동차보험과 같이 보험사별로 보상에 차이가 없는 상품이다. 이 역시 보험료가 가입을 결정하는 제일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다.

이처럼 삼성화재가 공격적인 보험료 낮추기에 돌입할 수 있는 배경에는 낮은 손해율이 자리하고 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와 비교해 내준 보험금 등 손해액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수치가 낮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상품에서의 수익성이 높다는 의미로, 경쟁사들에 비해 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3분기까지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3.0%로 같은 기간 손보사 전체 평균(86.8%) 대비 3.8%포인트 낮다. 또 삼성화재가 실손보험에서 기록한 손해율 역시 지난해 103.1%로 보험업계 평균(114.3%)보다 11.2%포인트 낮았다.

결국 삼성화재는 두 보험 상품군에서 경쟁사들보다 비교적 나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보험료 경쟁에 들어가더라도 좀 더 여유가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삼성화재가 자산이나 이익 등 모든 면에서 다른 손보사들보다 훨씬 규모가 큰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을 감내할 여력은 더욱 크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이제 공은 다른 보험사들로 넘어간 모양새다. 향후 점유율 유지를 위해서는 삼성화재의 보험료 정책을 따라가야 맞지만, 그러기엔 실적 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반대로 수익성만 따지면 시장 영향력 축소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은 특성 상 가격 경쟁력이 점유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보험료를 낮추면서 경쟁사들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며 "수익성이 높진 않지만 워낙 많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는 상품들이라는 점에서 경쟁사들의 셈법도 분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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