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조속 보완이 정답이다


입력 2018.12.26 06:00 수정 2018.12.25 10:18        데스크 (desk@dailian.co.kr)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목적 이탈한 군사분야 합의…긴장완화 조치 국방정책의 핵심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북한 비핵화하지 않으면 모든 합의 폐기되어야

<전문가 4인 공동칼럼> 목적 이탈한 군사분야 합의…긴장완화 조치 국방정책의 핵심이 될 수 없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북한 비핵화하지 않으면 모든 합의 폐기되어야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이틀째인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2018 남북정상회담 평양 이틀째인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의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 서명을 지켜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9·19 군사분야 남북합의서 서명 직후 안보전문가들은 본 합의서가 한국에 큰 재앙을 몰고 올 ‘이적성 합의’가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지난 11월 21일 수백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이런 우려를 공유하고 정부에게 답변을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 정부는 아직도 아무런 답변을 제시하지 않고 있지만, 서명 후 3개월이 지나면서 전문가들과 예비역 장성들의 분석과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목적을 이탈한 군사분야 합의

이번 군사분야 합의서는 명기된 목적을 이탈한 해괴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합의서 전문에는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해 본 합의서를 합의한다”라고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진정한 긴장 상태를 야기하는 원천은 북한의 핵 불포기와 무력도발이다. 남북합의서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동창리 엔진시험장 미사일 발사대 영구적 폐기”라는 한마디 만을 담았을 뿐 그 어떠한 구체적 약속이 없으며, 수많은 북한의 무력도발과 한반도 평화교란 행위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 언급도 없다. 반면, 한반도 긴장 상태를 한 번도 조성해 본 일이 없는 남한의 방어적인 군사력만 불능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한반도 긴장상태를 야기하는 핵심 문제들을 회피한 채 한국군의 군사력 약화와 연합방위체제 훼손이라는 엉뚱한 처방에 합의한 것이다. 이는 마치 강도가 소지하고 있는 흉기 제거가 주목적인데 이에 대한 조치는 하나도 없이 강도를 방어하는 대문과 담장을 부수는 일에 몰두하는 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합의서 제1조 1항에 담겨있는 내용들이다. (1)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중지, (2) 무력증강 금지, (3)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금지, (4) 항행방해 금지, (5) 상대방 정찰행위 중지 등은 사실상 북한을 적으로 취급하는 대규모 한미군사훈련 및 한국 자체 군사훈련 금지와 한국군 전력증강 금지를 목표로 삼고 있는 내용이다. 즉, 적 도발 행위에 대한 사전 탐지능력을 불능화키시고 북한군의 기습공격에 카펫을 깔아주는 이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제1조 2항의 문제점은 매우 심각하다. 합의서에 명시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 중지”는 전쟁 한번 없이 한국군 군사력을 불능화시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군사분계선 5km 내 포병사격훈련 금지”는 한국군 제1차 차단력을 불능화하는 것이고, “해상기동훈련 중지”는 소위 ‘평화수역’이라는 깃발 하에 해군력 불능화와 NLL 무효화를 의미하며, “군사분계선 동‧서부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의 고정익 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 사격 등 실탄사격 전술훈련 금지”는 북한 대비 우세한 한국공군력의 불능화를 의미함과 통시 수도권 방어를 위한 정찰역량의 무력화를 의미한다. 북한의 기습남침에 대해 사전 인지를 못하거나 인지를 하고도 시스템 자체가 작동을 하기 어렵도록 해놓은 것이니 이를 두고 이적성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긴장완화 조치가 국방정책의 핵심이 될 수는 없다

9·19 남북합의서가 국방정책에 끼치는 폐해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정치와는 무관하게 군사논리에 의거하여 강군육성을 통한 튼튼한 국방에 매진해야 하는 국방부가 9·19 남북합의서의 실천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20일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2019년도 국방부 업무보고를 했다. 핵심 내용은 ▲전 방위 안보위협에 대한 튼튼한 국방태세 확립, ▲남북 군사적 긴장 완화 가속화, ▲국방개혁의 본격 추진, ▲조속한 전시작전권 전환 준비 등이다. 한국의 국방안보정책이 고도로 정치화/이념화되어 있다는 이야기이다. 국방부에 근무하는 현역군인들이 어떤 정책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국방안보를 위한 정책이고 어떤 것이 해악적인 정책인가를 모를 리가 없다. 그럼에도 2019년도 국방부 업무보고는 전력증강이나 북한의 대남도발 대비에 초점을 맞춘 국방안보 정책이라기보다는 9·19 남북합의서 실천에 초점을 맞춘 업무보고였다.

업무보고 중에는 “전 방위 안보위협에 튼튼한 국방태세 확립”이라고 표현이 들어 있기는 하지만, 동시에 추진업무로 제시하고 있는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 가속화”라는 항목에 의해 기존의 튼튼한 국방태세를 하루가 무섭게 허물고 있는 실정이다. 긴장완화를 가속화하는 작업은 이미 지난 1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고 그 내용이 위에서 언급한 군사합의 제1조 1∽2항에 의해 대한민국의 안보역량을 불능화·무력화하는 조치들이다. 이에 대해 향후 역사는 ‘안보역량을 파괴한 조치들’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업무보고에서 본격 추진하겠다는 소위 ‘국방개혁 2.0’도 이미 문제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즉,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자국의 국방역량을 축소하는 ‘약소지향적인 개혁방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예를 들어, “부대와 병력의 감축을 첨단전력 보강, 전문 하사관 증원, 민간인력 활용 등으로 보완한다”는 방안은 “예산 현실성을 결여한 공허한 주장”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북한, 중국, 일본 등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외로운 고도에서 홀로 군사력 감축’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점들을 수정하지 않고 본격 추진하겠다고 한 보고는 일정의 오기부림이나 다름이 없다.

또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조속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준비에 박차를 가해 2022년까지 실제 전환을 하겠다는 내용은 국가안보가 정치화된 극단적 사례일 수 있다. 전작권 전환은 북한의 오랜 숙원과제로서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등을 불러올 수 있어 대한민국의 안보역량에 절대적인 위해(危害)를 가할 가능성이 높은 조치이다. 그래서 1천만 명의 국민이 서명을 하여 전작권 조기전환 반대를 호소했고 미국도 동감을 표시했던 주제다. 그 주제를 또다시 끄집어내어 기어코 속전속결식으로 감행하려는 정부의 안보정책을 이해하기 어렵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DB 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사진 왼쪽부터)ⓒ데일리안 DB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귀 기울여야

최근 정부의 동향을 보면, 정부 스스로 군사분야 합의서가 비합리적이고 많은 문제점은 내포한 것을 내심 인정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예를 들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 22일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거나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 입법사항이 포함된 사항 등’에 대한 비준 의무를 명시한 헌법 제60조에 의거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서 비준했어야 하는 본 합의서를 국무회의 비준 이라는 방법으로 국회를 우회해버렸다. 이것은 정부 스스로 당당하지 못함을 인정하고 있거나 국회의원과 국민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지난 11월 21일 ‘안보를 걱정하는 예비역 장성 일동’이 대토론회가 끝난 후 그리고 이후 서면을 통해 공개 질의한 군사분야 합의서 관련 9개의 질문에 대해서도 이 순간까지 묵묵부답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답할 자신이 없거나 예비역 장성들의 질문을 무시하는 것일 수 있다.

북한은 1950년 6.25 전쟁을 도발했고 지금도 휴전상태로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다. 지금도 다수의 장병들이 엄동설한 추위에도 북쪽을 바라보면서 밤새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2017년 5월의 선거에서 국민은 새 정부가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전제 하에 투표했다. 국가의 안전은 상관하지 않은 채 특정 이념에 따라 국가를 운영하도록 전권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 국회도 설득하지 못하고 예비역 장성들의 질의에도 답변하지 못하는 군사분야 합의하면 조속히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하지 않으면 모든 합의 폐기되어야

이번 군사합의와 관련하여 정부가 주장할 수 있는 논리는 ‘북한을 비핵화시키기 위한 여건 조성’뿐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도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와해, 핵우산 철폐 등을 전제로 하는 ‘조선반도 비핵화’ 또는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할 뿐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한 적이 없다. 2018년 12월 20일 조선중앙통신의 논평도 북한은 "6·12 북미 공동성명에는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면서 “미국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북한이 이렇게 나온다면 한국도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동의한 판문점 선언은 물론이고, 군사분야 합의도 당연히 폐기하겠다고 주장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를 하지 않는데, 한국만 군사분야 합의를 준수하면서 방어태세를 약화시키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제 정부는 북한의 심기를 살피는데만 전전긍긍하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헌법 제66조 2항은 “국가의 독립과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의 보전”을 대통령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글/송대성 전 세종연구원장·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박휘락 국민대 교수·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