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한국경제 망한다" 경제계 절규 무시한 정부, 최저임금 개정 강행


입력 2018.12.20 16:30 수정 2018.12.20 18:43        박영국 기자

20일 차관회의 거쳐 24일 국무회의서 최종 확정

5000만원 대기업 근로자도 임금 인상해야…양극화 심화

8월 2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8월 2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경제계의 우려를 무시하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업 규모와 업종을 막론하고 전 경제계가 한국 경제를 몰락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20일 차관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정부 스케줄대로라면 오는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이 최종 확정된다.

정부가 마련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기존 ‘소정 임금(분자)’을 ‘소정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누던 최저임금 시급 산정방식에 ‘소정근로시간 외에 유급처리된 시간’까지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즉, 실제로 근로를 하지 않았는데도 임금을 지급(주휴수당 등)하는 가상의 시간까지 ‘분모’에 포함시킴으로써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이 20~40%가량 낮게 평가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이 적용되면 기존 최저임금법 체계 하에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던 사업주들도 임금을 20~40% 올려주지 않을 경우 범법자가 된다.

이에 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17개 경제단체는 지난 18일 “최저임금 산출시 실제 일한 시간만 근로시간에 포함시켜야 한다”면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냈지만 정부의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장관과 차관은 같은 날 오후 소상공인연합회와 경총을 각각 방문해 최저임금 체계를 개편할 계획이라고 사실상 통보했다. 오히려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개정해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만 일방적으로 주장했다.

이튿날 경총이 반박 자료를 내고 반대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철회를 요구했지만 끝내 개정안의 차관회의 상정을 강행한 것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될 경우 임금은 현행보다 최대 40%까지 증가하겠지만 정작 수혜를 입는 것은 임금이 5000만원을 넘는 대기업 근로자들이고, 저임금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오히려 임금이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월급제 근로자의 경우 현행 대법원 판례 기준인 현 시행령대로라면 월 145만2900원(8350원×174시간)을 지급하면 되지만, 시행령 개정시 토요일까지 유급으로 처리하는 기업의 경우는 최저임금법을 위반하지 않으려면 월 202만9050원(8350원×243시간)을 지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고임금 근로자도 추가적인 임금인상이 불가피해진다. 고용노동부는 대우조선해양, 현대모비스 등도 최저임금에 미달한다고 판단하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기본급 비중이 낮은 국내 기업들의 특성 때문이다. 임금체계를 개선하려고 해도 강성노조가 합의를 해주지 않으니 바꿀 도리가 없다.

그렇다고 저임금 근로자들이 수혜를 입는 것도 아니다. 지난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최저임금이 고용구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시 저소득층의 근로시간과 임금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최저임금 미만자와 영향자의 비율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들의 월 평균 근로시간은 각각 2.1시간, 2.3시간 줄어들고, 근로시간 감소로 이들의 월 평균 급여 또한 1만2000원, 1만원이 감소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당초 취지인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인상이 아니라 대기업 임금인상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지는 셈이다.

중소·영세기업들이 어려움에 빠지며 산업 생태계가 뒤흔들릴 우려도 크다. 가뜩이나 2년간 30%에 달하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임금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데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까지 발효될 경우 폐업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최근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내놓고 적극 지원을 약속한 자동차 부품업계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고사 상태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다.

최근 경영환경 악화로 인해 자동차 주요 부품사인 ‘리한’의 워크아웃, ‘다이나맥’ ‘금문산업’이 법정관리에 도입하는 등 부품사 전체가 경색되고 있다.

중견 부품사 100개사 중 84개사는 올 상반기에만 평균 영업이익이 작년대비 반토막이 났고,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영업이익률이 한계에 이른 기업도 1.84%에 이른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시행령 강행에 따른 인건비 증가까지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양대노총 소속의 대다수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토요일도 유급으로 지정해 시행령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위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들에게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 강행으로 또 다시 부담을 안기는 것은 노동계에 진 정치적 부채를 갚느라 경제를 포기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