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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교협 “행정계획 통해 탈원전 정책 추진…절차적 정당성 결여"


입력 2018.12.18 16:32 수정 2018.12.18 16:39        조재학 기자

대만‧이탈리아‧스위스 등 탈원전 관련 국민투표 실시

“규범형식 이탈한 에너지전환 정책…법개정‧개헌 통해 추진해야”

1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에교협 4차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 및 토론패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1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에교협 4차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 및 토론패널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대만‧이탈리아‧스위스 등 탈원전 관련 국민투표 실시
행정계획 통해 탈원전 정책 추진…절차적 정당성 결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법적 규범형식을 이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이하 에교협)는 1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의 법적, 윤리적 문제’를 주제로 4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올 3월 출범한 에교협은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에너지 정책 방향 제시를 목표로 전국 57개 대학, 교수 200여명이 참여해 만들어졌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헌법재판소장 인사청문회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정지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계획 백지화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문제를 지적했다”며 “공무원의 고의나 중과실이 있다면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이 붕괴된다는 공론화가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구상권 청구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지난주 창원에 위치한 원자력 협력업체와의 간담회에서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 사장이 최소 10년 이상의 숙련된 근로자가 필요한데 다 떠나고 있다고 우려했다”며 “이전에 접촉을 피하던 협력업체들이 고사 직전이 돼서야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규범형식 ▲국민투표 규범형식 ▲법률 규범형식 ▲행정입법 규범형식 ▲행정계획‧행정행위 등 국가정책결정시 요구되는 규범경로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대통령 공약이 곧 헌법이나 법이 아니며, 공약은 헌법 및 법 개정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수도이전 공약도 헌법 규범형식이 요구됐기 때문에 개헌 문제가 논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법 규범형식이 가장 어렵고, 행정계획 변경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한국은 가장 간편한 행정계획을 통해 공약을 이행했고, 이는 법치국가가 아닌 폭치국가”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대만 사례를 들어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추진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대만은 2000년 민진당 출신 천수이볜 총통이 당선 이후 제4기 원전 건설을 중단했다. 하지만 2011년 대만 대법원회(헌법재판소)는 입법원(국회)의 승인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원전 건설 중단 결정은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만은 지난해 1월 ‘2025년까지 모든 원전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다. 탈원전의 상징인 전기사업법 조문은 지난달 24일 국민투표를 통해 폐기됐다.

반면 한국은 행정계획인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에너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원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지난 6월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원전‧대진원전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 사업 포기를 결정했다.

정 교수는 “대만은 정부가 법률 개정으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고, 국민들의 힘으로 법률안이 폐기됐다”며 “정부는 정정당당하게 국회에 법률안을 제출, 국회를 통과해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거나 국민투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이탈리아, 스위스 등도 국민투표 절차를 거쳤다”며 “현행법상 대통령이 국민투표 부의권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성진 경성대 에너지학과 교수는 숟가락(匙)과 귀이개(刓耳匙)를 비유해 현 정부의 정책을 지적했다. 숟가락은 원전, 귀이개는 재생에너지에 빗댄 것이다.

조 교수는 “숟가락과 귀이개에 ‘시(匙)’자를 동일하게 사용된다고 같은 것으로 봐선 안된다”며 “재생에너지는 산간지역, 섬 등에서 사용하면 좋지만, 용도에 맞춰 적재재소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만 가면 재생에너지 전문가가 돼서 돌아온다”며 “유럽은 국내 환경과 전혀 다르다. 이는 주마간산(走馬看山)도 아닌 주차간산(走車看山)인 꼴”이라고 꼬집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국내에서는 워험하다며 탈원전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국가가 다른 나라에는 수출하겠다는 것이 상식적인 윤리 수준에서 나올 수 있는 사고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도 일부 특정 집단에 사업권이 넘어가고 있고, 사업자 선정 절차에서도 윤리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공학과 교수는 교차보조문제로 발생하는 역로빈훗(역활빈당) 에너지 정책에 대해 지적했다. 교차보조문제는 특정 소비자에 대한 판매 가격을 높게 받아 다른 특정 소비자에게 싼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에 의해 발생하는 형평성 문제를 말한다.

정 교수는 “독일의 경우 가정용 소비자의 가격을 높이 책정하고 대형 사업체에 저렴한 전기를 공급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영국에서도 토지‧주택 등을 보유한 태양광 설치 소비자의 보조금을 모든 가정용 전기 사용자가 부담하는 교차보조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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