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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우민호 "'마약왕', '내부자들' 팬 실망할 수도"


입력 2018.12.21 09:12 수정 2018.12.23 10:36        부수정 기자

"송강호, 처음부터 이두삼"

1970년대 아이러니함 주목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 영화 '마약왕'으로 돌아왔다.ⓒ쇼박스 '내부자들'을 만든 우민호 감독이 영화 '마약왕'으로 돌아왔다.ⓒ쇼박스

"송강호, 처음부터 이두삼"
1970년대 아이러니함 주목


"'내부자들'을 좋아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마약왕'을 만든 우민호 감독(47)이 강조한 부분이다. '내부자들'과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로 900만명 이상을 동원하며 청소년관람 불가(청불) 영화 흥행 역사를 다시 쓴 그는 '내부자들'과는 결이 다른 작품을 들고 왔다.

'마약왕'은 1970년대 근본도 없는 한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송강호)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18일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우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설레고, 긴장된다"면서 "특히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기본 상업영화와 다른 지점이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마약왕'은 언론시사회 이후 호불호가 갈린다. 감독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우 감독은 "소재도 그렇고, 범죄자의 삶을 다뤄서 모두가 좋아할 만한 영화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은 '열 번 실패해도 한 번 성공하면 팔자 고친다'는 한탕주의와 '일본에 마약을 수출해서 중독자를 양산하는 건 애국'이라는 반일 감정이 더해져 일본에 마약을 수출하는 마약 범죄자들이 애국자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였다. 감독은 이 '아이러니함'에 주목했다.

우 감독은 '내부자들'이 개봉하던 시점부터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 철두철미한 사전 조사와 자료 수집을 했다. 또 1년 가까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실제 마약 제조 경력이 있는 사람들, 치료를 마친 마약 관련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민호 감독은 영화 '마약왕'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라고 했다.ⓒ쇼박스 우민호 감독은 영화 '마약왕'에 대해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이라고 했다.ⓒ쇼박스

당시 관련 사건 사진과 기사를 인터뷰장에 들고 온 우 감독은 '마약왕'의 모티브가 된 사건을 자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엔딩이 상상력이라고 하는데 진짜 있었던 일입니다. 독재정권 시대에서 이런 사람이 어떻게 나올 수 있나 가장 궁금했어요. 이두삼의 10년을 어떻게 담아야 할지 가장 고민했죠. 소시민에서 마약왕이 되는 변화무쌍한 과정을 그리는 게 어려웠습니다."

139분이라는 상영 시간에 대해선 "줄일 수 있었는데 후반부에 이두삼이 자멸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어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헛된 욕망에 빠져서 성에 갇히는 인물입니다. 이두삼이 서서히 몰락하는 장면을 연극 '리어왕'의 느낌처럼 찍었어요."

'내부자들' 후속 작품이라 부담이 될 법도 하다. 우 감독은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또 청불 영화를 만들고 싶진 않았는데 실존했던 실화와 소재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서 작품을 찍게 됐다"고 전했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 900만명을 모은 건 기적 같은 현상입니다. 청불 영화는 200만명이 넘기 힘들거든요. '내부자들'은 직선적인 영화이지만, '마약왕'은 좀 더 은유적인 작품입니다. 숨겨진 의미를 찾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관객들이 실망할 순 있고, '내부자들' 팬들은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언제까지 '내부자들'만 할 순 없잖아요.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영화로 남고 싶어요. 흥행을 기대하진 않고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목표입니다."

'마약왕'은 송강호가 다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 감독은 송강호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고 했다. 10년의 삶을 다채롭게 연기할 배우는 송강호뿐이었다. "송강호 선배가 무척 외로웠을 겁니다.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연기하는 걸 보고 '이래서 송강호구나' 싶더군요. 후반부 장면에서 제가 한 건 없어요. 디렉션이 없이 배우 오롯이 해냈죠."

영화 '마약왕'을 만든 우민호 감독은 "송강호가 아닌 이두삼은 떠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쇼박스 영화 '마약왕'을 만든 우민호 감독은 "송강호가 아닌 이두삼은 떠올릴 수 없었다"고 했다. ⓒ쇼박스

1970년대를 표현하기 위해서 다채로운 색을 쓰려고 했다. 찬란하고 화려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다소 선정적인 장면에 대해선 "마약이라는 소재 때문에 그릴 수밖에 없었고, 당시 일본에서 그런 장소에서 술에 타서 마약을 했다고 하더라"고 했다.

호불호가 갈릴 법한 엔딩과 관련해선 "통쾌하진 않은 엔딩"이라고 소개했다. "이두삼이 자멸해가는 과정을 연극처럼 보여준 모습을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이두삼의 묘한 표정은 '이런 괴물은 또 나온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김인구 검사 역을 맡은 조정석은 극 중 오프닝 내레이션을 맡았다. 제 3자의 눈으로 본 인물이라는 이유에서다.최근 부산항에선 부산항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인 1900억원 상당 코카인 63.88㎏이 발견됐다. 우 감독은 "나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영화엔 '내부자들'로 뜬 조우진이 또 나온다. 우 감독은 "조우진을 보면 나도 흐뭇하다"며 "조우진 씨가 '내부자들' 이후 잘 돼서 기분이 좋다. 많은 작품 속에서도 다양한 캐릭터를 하더라"고 했다.

1970년대를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인 프로덕션 디자인이나 영화 내내 흐르는 70년대 팝 음악과 클래식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이두삼 역시 음악을 좋아하고 이두삼의 아내인 성숙경도 피아노 음악학원 원장이다. 이두삼의 일대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신경 썼단다.

우 감독은 이병헌 이성민 주연의 '남산의 부장들'을 준비 중이다. 이 작품도 1970년대 얘기다. '내부자들'에 이어 권력, 사회 고발적인 영화에 집중하고 있다. "헛된 욕망을 좇는 인물들에게 관심이 생겨서 그래요. 아직도 성에 안 차요. 하하. 휴먼 드라마도 해보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내부자들', '마약왕', '남산의 부장들'은 '욕망 3부작'이죠."

두 작품이나 함께한 이병헌의 반응을 묻자 "송강호 씨에 대한 기대가 큰 것 같더라"고 웃었다.

영화 속 기억에 남는 대사를 꼽아달라고 하자 감독은 "이 나라는 내가 다 먹여 살렸다"를 읊었다. 살면서 '내가 다 먹여 살렸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는 이유에서다.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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