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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동남아 몰려간 K뷰티…중심가 '1호 매장' 열기 활발


입력 2018.12.18 06:00 수정 2018.12.17 18:02        손현진 기자

내수는 저성장 허덕이는데…아세안 시장은 두 자릿수 '고성장'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진출…"경제 인프라 원조 늘려야" 지적도

내수는 저성장 허덕이는데…아세안 시장은 두 자릿수 '고성장'
현지 맞춤형 전략으로 진출…"경제 인프라 원조 늘려야" 지적도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니스프리 필리핀 1호점 매장. ⓒ아모레퍼시픽그룹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니스프리 필리핀 1호점 매장. ⓒ아모레퍼시픽그룹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아 동남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과의 사드갈등 이후 중국 외 신흥시장을 개척하는 '탈중국' 흐름이 강해졌고, 내수 부진의 탈출구를 마련하고자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는 기업이 나날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 13일 마닐라의 쇼핑 중심지 마카티 지역에 있는 'SM 마카티' 백화점에 라네즈 단독 매장을 열었다. 아울러 라자다 등 필리핀 주요 이커머스 채널에 동시 입점해 필리핀 전역의 고객이 라네즈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필리핀은 1억700만의 인구를 보유해 성장 잠재력이 큰 국가로 분류된다. 라네즈가 타깃으로 하는 프리미엄 화장품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고, K뷰티(화장품 한류)에 대한 관심도 높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 라네즈 론칭을 시작으로 필리핀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아세안 시장에서 성장을 가속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8월 아모레퍼시픽그룹은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에 필리핀법인을 설립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마닐라 최대 쇼핑몰 'SM 몰 오브 아시아'에 브랜드숍 이니스프리 1호점을 열었다. 그룹은 아세안을 주요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지역으로 선정하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이어 필리핀에서는 10월 한국화장품의 브랜드숍 '더샘'이 그룹 세븐틴 팬 사인회를 열어 현지 고객의 이목을 끌었고, 더마 브랜드 '리더스코스메틱'은 피부 진단 등을 제공하는 브랜드 행사를 지난 8월 열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아세안 화장품 시장 규모는 73억달러(약 8조2700억원)로 전년도에 비해 8.8% 성장했으며, 2020년까지 연평균 10%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세안 내 최대 화장품 시장은 태국이다. 2016년 26억달러(2조9500억원) 규모로 아세안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 상대적 성숙시장은 2020년까지 연평균 4~8%의 성장률을,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베트남 등 신흥시장은 연평균 10~1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태국 어퓨 1호점. ⓒ에이블씨엔씨 태국 어퓨 1호점.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의 브랜드숍 어퓨는 지난 9월 태국 방콕 시내 중심가에 있는 대형 쇼핑몰 '센트럴 플라자 삔끌라오'에 1호 매장을 연 데 이어, 방카피 지역의 대형 쇼핑몰 '더 몰 방카피'에도 2호 단독 매장을 열었다. 내년 1월에는 방콕 최대 쇼핑 메카인 시암스퀘어에도 매장을 열 예정이다.

태국 주요 드럭스토어인 '이브앤보이'에도 입점한 어퓨는 현지 고객들의 호응이 고무적이라고 보고 있다. 조정민 어퓨 사업본부장은 "소프트론칭 행사 반응이 매우 좋아 태국 이브앤보이 입점 등 매장 확대 계획이 모두 앞당겨졌다"며 "단독 매장 오픈은 물론 드럭스토어 입점도 적극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잇츠스킨은 최근 베트남의 대표 전자상거래 사이트 '쇼피'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베트남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쇼피에 입점한 뒤 오프라인 유통으로 판매처를 넓혀 해외 매출 다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잇츠스킨은 현지 인플루언서 마케팅 기업과 협업해 온라인 마케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베트남 인구 평균연령은 30대로 소비 주도층이 젊고 온라인거래에 익숙한 만큼 디지털 마케팅 회사와의 협업이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매출증대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동석 잇츠한불 대표이사는 “베트남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6.8%을 기록하고 있고, 2021년까지 뷰티시장 성장률이 8.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번 쇼피 입점을 통해 수많은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베트남에서 K뷰티의 위상을 높이고, 동남아 시장 공략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은 올해 1월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대형 쇼핑몰 '리뽀몰'에 1호점을 오픈한 당일에만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위성도시인 반둥과 수라바야 그리고 발리까지 확장해 연내 10개 매장을 선보일 것”이라며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장기적으로는 중동과 유럽 등으로 확대해 해외 시장 다변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장품 연구·개발·생산(ODM) 전문회사 코스맥스는 2012년 인도네시아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연간 1억100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가동 중이다. 2016년에는 할랄 화장품 인증을 획득하고 100조원 규모의 할랄 화장품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이처럼 신시장을 개척한 공로로 지난 7일 열린 제55회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민경 코스맥스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처음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시기에는 업계 관계자들도 ODM이라는 개념을 몰랐을 정도로 척박한 상황이었다"며 "끊임없는 연구·개발과 제품력으로 인도네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코리안 뷰티'를 알리려 노력한 점을 인정받아 영광"이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간한 '한일 차이나 플러스 전략 비교연구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7월 한국 정부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심화되면서 베트남을 비롯해 아세안, 인도 등 신흥 시장으로 한국 기업들의 진출이 증가했다.

한국무역협회 측은 "신흥시장에서 격화되는 경쟁에 대비해 효과적인 수출 다변화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신흥시장에 대한 경제 인프라 부문 원조를 늘리고, 이와 연계해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지원하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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