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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 전속 설계사 5년새 30% 떠났다


입력 2018.12.20 06:00 수정 2018.12.20 06:02        부광우 기자

최근 1년 동안 8904명 줄어…2012년 이래 매년 만 명꼴 '아웃'

시장 역성장·IFRS17 부담·판매 채널 다양화 등 악재 겹겹

최근 1년 동안 8904명 줄어…이전 5년 동안 5만명 '아웃'
시장 역성장·IFRS17 부담·판매 채널 다양화 등 악재 겹겹


국내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 전속 설계사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생명보험사에서 최근 1년 동안 9000명에 이르는 전속 설계사들이 빠져나가면서 연간 1만명에 달하는 이탈 러시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역성장 위기를 맞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의 현실과 보험사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판매 채널 다양화 등으로 인해 이런 흐름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 때 보험업계의 꽃으로 불리던 생보사 전속 설계사들의 위상은 이제 과거의 잔상이 되고 있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국내 생보사 소속 전속 설계사는 10만1015명으로 전년 동기(10만9919명) 대비 8.1%(8904명)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사별로 봐도 전속 설계사 수가 줄어든 곳이 19개사로 늘린 곳(3개사)보다 훨씬 많았다.

이 기간 전속 설계사를 1000명 이상 대폭 축소한 생보사도 세 군데나 됐다. 우선 한화생명의 전속 설계사가 1만9686명에서 1만8059명으로 8.3%(1627명) 줄었다. 신한생명 전속 설계사도 7926명에서 6604명으로 16.7%(1322명)나 감소했다. 교보생명 전속 설계사 역시 1만7617명에서 1만6406명으로 6.6%(1157명) 줄며 1000명이 넘는 감소폭을 나타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비단 최근의 일이 아니다. 불과 5년 새 5만명에 가까운 생보사 전속 설계사들이 자리를 떠났다. 연 평균 1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생보사 전속 설계사를 관두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2012년 말만 해도 생보사 전속 설계사는 15만2882명에 달하며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이후 ▲2013년 말 14만2165명 ▲2014년 말 12만2965명 ▲2015년 말 11만7311명 ▲2016년 말 11만1813명 ▲2017년 말 10만7037명 등으로 빠르게 줄어 왔다.

이처럼 생보사 전속 설계사들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이유는 우선 생보업계 자체가 전반적으로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국내 생보업계는 사상 첫 3년 연속 역성장이 전망될 정도로 업황이 좋지 못하다. 이에 설계사들의 영업 환경도 나빠지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전년 대비 국내 생보사들의 수입보험료는 지난해 4.9% 감소한데 이어 올해도 4.5%, 내년 역시 3.8%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IFRS17에 대비해 생보사들이 몸을 사리면서 기존 영업 조직에 대한 지원이 늘어나기 힘든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측면도 전속 설계사들에겐 악재다. 2022년부터 보험업계에는 부채를 현행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보험금 적립 부담이 커지게 된다. 특히 과거 자산 규모 경쟁 속에서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들을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생보사들로서는 고민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요즘 생보사들이 다방면으로 지출을 줄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배경이다.

판매 채널이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전속 설계사들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저렴한 보험료와 편리함을 앞세운 온라인 보험이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전속 설계사를 대체하고 있다. 보험사는 대면 판매 조직에 비해 운영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채널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특히 독립법인대리점(GA)의 약진은 전속 설계사들의 이탈을 촉진시키는 주요인이다. GA는 여러 회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보험사 상품을 한 군데 모아놓고 파는 대리점으로, 이른바 보험 백화점이라 불리며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도 GA에 지급하는 판매 수당을 늘리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를 설계사 입장에서 보면 전속 조직에 속해 있을 때보다 GA로 옮겼을 때 더 많은 판매 수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GA로 자리를 옮기는 전속 설계사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보험 설계사들 중 GA 소속으로 활동하는 숫자는 이미 전체의 과반을 넘어섰다. 유력 보험사에 몸담고 영업을 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보험 모집인보다 이제는 GA 명함을 가지고 고객을 만나는 보험 설계사가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GA 소속 설계사는 21만8000명으로 전체 보험 설계사(41만2000명)의 52.9%를 차지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여러모로 전속 설계사 조직에 대한 생보업계의 수요는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보장 내용과 조건이 어렵거나 보험료가 고액인 상품 등은 판매 시 상세한 설명이 필요해 설계사의 역할이 중요할 수 있으나, 이처럼 몇몇 특화된 영역이 아니면 대면 영업의 필요성이 줄고 있는 만큼 전속 설계사의 위상은 점차 예전만 못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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