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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로 없는 자영업-하] "폐점도 못해 울며 겨자 먹기로 버틴다"


입력 2018.12.17 06:00 수정 2018.12.17 06:05        김유연 기자

자영업자, 위약금·시설투자금 '발목'

가족 경영체제·과로 근무로 버티는 상황

자영업자, 위약금·시설투자금 '발목'
가족 경영체제·과로 근무로 버티는 상황


소상공인·자영업자 2만여 명이 지난 8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 철회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 2만여 명이 지난 8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 철회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 전업주부 김모씨는 최근 남편이 운영하던 음식점에 나가 서빙일을 돕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후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1명만 남기고 모두 해고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들이 명절·공휴일도 쉬지 않고 일하는 이유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서인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생각만 든다"며 "남편도 당장 가게 문을 닫고 싶어 하지만 계약기간이 남은데다 초기 시설투자 비용 때문에 가게를 쉽게 포기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내년 또 다시 돌아오는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자영자들의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9%나 치솟은 최저임금 후폭풍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한다. 경기가 좋아 장사라도 잘되면 모를까 장사는 이전보다 더 안된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폐업마저도 할 수 없어 울며 겨자 머기 식으로 영업을 이어가는 자영업자들도 많다.

골목 상권 상인들 상당수가 "폐업이라도 할 수 있으면 다행"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시설투자금, 남은 계약기간으로 인한 위약금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때문에 가족 경영체제와 12시간 이상 근무로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 14일 서울 을지로 인근 한 편의점. 퇴직금으로 3년째 점포를 운영 중인 정모 씨는 최근 매장에 나와 포스기(계산기), 통신사 할인법, 제품명 외우기를 시작했다.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정리하고 본인이 직접 저녁 시간대 근무를 시작하면서다. 나이가 들어 기계를 다루는데 서툰 그는 계산 실수로 손님과 실랑이를 하기 일쑤다.

그는 "임대료, 가맹비, 인건비를 주고 나면 순이익이 200만원 남짓인데 내년에는 더 줄어들게 될 것 아니냐"면서 "문을 닫고 싶어도 5년이라는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을 내야 해 그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대신 내가 일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뾰족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모두가 죽는다"며 현실을 외면한 정부에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임시·일용직과 중년층, 영세 자영업자, 업종 등에 대한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을지로에서 커피전문점을 운영 중인 하모 씨는 "최저임금은 영업이익이 낮은 영세산업의 실태나 업종별로 격차가 큰 생산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저소득층과 영세 자영업자를 고려한 최저임금 지원이 보강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올해 단행된 최저임금 16.4% 인상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청사진과는 달리 당장 고용 쇼크 후폭풍으로 이어졌다. 특히 임시·일용직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했고, 이는 저소득 가구의 소득 감소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소득 부문) 결과'를 보면 7∼9월 상용직 취업자는 매월 20만∼30만명 증가했지만, 임시직과 일용직은 각각 10만명대 수준의 감소세를 보였다. 산업별로는 도소매·숙박음식업 취업자가 많이 줄었다.

강남구 신사동 한 레스토랑은 매출 감소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주방에서 일하는 3명의 직원을 다시 돌려보냈다. 직원 최모 씨는 "셰프를 꿈꾸며 일을 배우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갈 곳을 잃게 돼 막막하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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