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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기업대출 질 악화…경제 신 뇌관 조짐


입력 2018.12.14 06:00 수정 2018.12.14 06:05        부광우 기자

부실징후 중소기업 증가세…신용위험평가 최저 D등급 급증

제조업 중심 경고등…기업 여신 크게 늘린 은행들도 먹구름

부실징후 중소기업 증가세…신용위험평가 최저 D등급 급증
제조업 중심 경고등…기업 여신 크게 늘린 은행들도 먹구름


국내 채권은행 정기신용평가 부실위험 중소기업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채권은행 정기신용평가 부실위험 중소기업 수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중소기업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은행들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죄기 시작하자 그 대신 기업대출을 늘려온 은행들로서는 관련 대출의 건전성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금융당국이 중소기업과 제조업 부활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뚜렷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 대출의 질 악화가 우리 경제에 위기를 가져올 새로운 뇌관일 수 있다는 불안만 점점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채권은행들의 정기 신용위험평가에서 C등급 53개사와 D등급 137개사 등 총 190개사가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 신용위험평가는 채권은행들이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라 부실징후기업을 판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다. 재무위험과 영업위험 등을 평가해 기업들을 나눠 상황에 맞는 사후조치를 취하게 된다.

분류 등급은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한 A등급 ▲외부환경 악화 시 부실징후 가능성이 있는 B등급 ▲부실징후기업이고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C등급 ▲부실징후기업이고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D등급 등 총 네 단계다. 이중 B등급으로 판정된 기업은 신속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대상이 되며, C~D등급은 기촉법 상 워크아웃 내지는 채무자회생법 상 회생절차 등을 밟게 된다.

이번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기업 규모별로 보면,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이 180개사로 1년 전(174개사)보다 6개사 늘었다. 그 중에서 C등급에 해당하는 기업이 같은 기간 61개사에서 48개사로 13개사나 줄었음에도, 가장 사정이 나쁜 D등급이 113개사에서 132개사로 19개사나 늘면서 위기감을 자아냈다.

반면 대기업들 가운데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곳은 지난해(25개사)보다 10개사나 줄어든 10개사였다. C등급은 13개사에서 5개사로, D등급도 12개사에 5개사로 각각 8개사와 7개사씩 고르게 줄면서 경영 환경이 나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단연 제조업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금속가공이 22개사, 기계가 20개사를 기록하며 제조업에 속하는 업종이 나란히 부실징후기업 수 상위 1~2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한 해 동안 철강은 8개사에서 13개사로, 조선은 5개사에서 10개사로 각각 5개사씩 부실징후기업이 늘면서 제조업을 둘러싼 염려를 키웠다.

이제 불씨는 이들에게 대출을 내준 은행들에게도 옮겨 붙고 있다. 은행들은 최근 정부가 천문학적인 가계 빚을 잡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하자 경쟁적으로 기업 대출 확장에 힘을 써 왔다. 기업 대출 부실에 따른 걱정이 더욱 커지는 이유다.

실제로 이미 주요 은행들의 기업대출 성장세는 가계대출을 넘어선 상태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업대출은 총 386조2210억원으로 전년 동기(357조9349억원) 대비 7.9%(28조2861억원)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해당 은행들의 가계대출은 417조128억원에서 446조760억원으로 7.0%(29조632억원) 늘며 증가세가 기업대출에 미치지 못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기업대출 확대 중심에는 중소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 기간 4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대출은 295조8448억원에서 324조6734억원으로 9.7%(28조8286억원)나 늘었다. 은행별 보유량은 국민은행이 93조465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82조2171억원)·우리은행(74조8332억원)·하나은행(74조1571억원) 등 순이었다.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제조업을 상대로 한 대출도 상당하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제조업체 상대 대출은 110조1284억원에서 4.2%(4조5834억원) 늘어난 114조7118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 역시 국민은행이 33조591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컸고, 신한은행(32조3350억원)·우리은행(26조3890억원)·하나은행(22조9287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런 구조 상 중소기업과 제조업의 부실이 이어질 경우 은행들의 짐도 함께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이들에 대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부산·경남지역 조선업 현장간담회를 개최하고 국책은행은 물론 민간은행의 자금 공급을 늘려갈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구조조정의 역풍을 겪은 조선업을 중심으로 좀처럼 업황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진 탈출이 언제쯤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특히 미중 무역 전쟁 변수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중소기업과 제조업체들은 역풍을 맞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흐름이 길어질수록 은행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G20 회의에서 성사된 미국과 중국 정상의 만남으로 미중 무역 전쟁이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든 모습이지만, 어디까지나 휴전일 뿐이어서 아직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태"라며 "자칫 상황이 개선되지 못할 경우 중소기업과 제조업에 대한 대출이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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