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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늪' 투자 부진에 동양생명 위기감 고조


입력 2018.12.12 06:00 수정 2018.12.12 06:07        부광우 기자

올해 1~9월 운용자산이익률 2.92% 그쳐…10대 생보사 중 꼴찌

저축성 보험 역마진 우려 증폭…모기업 중국 자본도 입지 흔들

올해 1~9월 운용자산이익률 2.92% 그쳐…10대 생보사 중 꼴찌
저축성 보험 역마진 우려 증폭…모기업 중국 자본도 입지 흔들


동양생명의 올해 1~9월 운용자산이익률이 2.92%로 국내 10대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동양생명의 올해 1~9월 운용자산이익률이 2.92%로 국내 10대 생명보험사들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동양생명의 투자 수익률이 올해 들어 2%대에 머물며 국내 10대 생명보험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몸집을 불리기 위해 높은 이율을 보장한 저축성 상품을 대거 팔았던 동양생명으로서는 역마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수준이다. 더욱이 모기업인 중국 자본으로부터 예전 같은 지원을 바라기 힘든 처지인데다, 당장의 재무적 여력도 생명보험업계 평균 이하인 실정이어서 동양생명을 둘러싼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자산 기준 국내 10대 생보사의 올해 1~9월 운용자산이익률은 평균 3.49%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3.59%)와 비교하면 0.10%포인트 가량 떨어진 수치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자신이 보유한 자산 중에서 수입을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산을 가지고 얼마나 이익을 창출했는지 보여주는 투자 수익률 지표다.

생보사별로 보면 동양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이 2.92%로 가장 낮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2.72%)보다 다소(0.20%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조사 대상 생보사들 가운데 최저를 기록했다. 생보업계 전체 평균보다는 0.57%포인트 낮다.

이밖에 다른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NH농협생명 2.95% ▲미래에셋생명 3.16% ▲신한생명 3.37% ▲흥국생명 3.39% ▲한화생명 3.62% ▲오렌지라이프생명 3.67% ▲메트라이프생명 3.90% ▲삼성생명 3.92% ▲교보생명 3.96% 등 순이었다.

동양생명의 낮은 운용자산이익률에 남다른 우려가 쏠리는 이유는 중국 안방보험에 인수된 이후 저축성 보험 판매를 급격히 늘렸기 때문이다. 시장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저축성 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한 상황에서 이처럼 낮은 투자 수익률이 이어지면 역마진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15년 말 안방보험에 인수되던 해 1817억원에 그쳤던 동양생명의 저축성 보험 초회보험료는 이듬해 2조3477억원으로 1192.1%(2조1660억원) 급증하면서 단숨에 국내 생보업계 최대로 불어났다. 지난해에는 1조1507억원으로 줄긴 했지만 이 역시 삼성생명 다음으로 큰 액수로, 동양생명의 회사 규모에 비해 만만치 않은 액수다.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로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로 활용된다.

동양생명이 이처럼 공격적으로 저축성 보험을 판매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안방보험의 든든한 자본력이 자리하고 있었다. 실제로 지난해 동양생명의 유상증자의 형태로 안방보험으로부터 5000억원대의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안방보험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면서 동양생명도 당분간 이 같은 대규모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가 올해 초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의 경제 범죄 혐의 연루를 이유로 1년 간 안방그룹에 대한 위탁경영에 들어간 상태여서다. 안 그래도 보감회가 안방보험의 해외자산 확대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던 터라 동양생명의 불안감은 더욱 컸다.

그렇다고 안방보험의 지원 사격 기간 동안 동양생명이 여유 있는 자본력을 확보해 뒀다고 보기도 힘든 현실이다. 올해 상반기 말 동양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204.7%로 국내 생보사 전체 평균(263.3%)보다 58.6%나 떨어진다. RBC비율은 보험사가 고객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지를 수치화 한 것으로, 보험사의 자본 여력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다.

여기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다고오고 있다는 점은 동양생명에 큰 악재다.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은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동양생명처럼 높은 이율을 보증한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판매했던 생보사들의 재무 리스크는 상당할 전망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최근 동양생명이 보장성 보험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고 있긴 하지만, 안방보험에 넘어간 뒤 판매한 높은 최저보증이율의 저축성 상품들은 계속 짐으로 작용할 것"며 "특히 IFRS17을 기점으로 이에 대한 부담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와중,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투자수익률은 압박을 한층 키울 요소"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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