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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김정은의 고민…고조되는 '남남갈등'


입력 2018.12.10 11:28 수정 2018.12.10 11:35        박진여 기자

북미 교착 속 남북 의제 조율 난항

北 내부 행사 등 신년사 준비 촉박

靑 "징후 없어…서두르지 않을 것"

기약없는 일정속 남남갈등만 '활활'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하고 있는 차량을 12명의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4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1차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하고 있는 차량을 12명의 경호원들이 둘러싸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북미 교착 속 남북 의제 조율 난항
北 내부 행사 등 신년사 준비 촉박
靑 "징후 없어…서두르지 않을 것"
기약없는 일정속 남남갈등만 '활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를 두고 각종 추측과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북한은 공식입장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연내 성사될 것으로 주목됐던 김 위원장의 답방이 사실상 내년 초로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서울을 방문하는 것은 분단 이후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역사적 이벤트다. 이에 경호·준비를 비롯해 정상회담 의제 조율까지 고려하면 물리적으로 연내 개최가 빠듯한 것이 사실이다.

북한 내부 일정을 고려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일(17일)과 조모 김정숙 생일(24일), 내년 신년사 준비로 연말 일정이 촉박한 상황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로 크리스마스(25일) 전후가 꼽히지만, 성탄절 행사와 연말 시즌이 겹쳐 국가적 대형 행사를 치르는 데 적합한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연내 답방을 자신하던 청와대도 북측의 침묵이 길어지자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답방 '데드라인'이었던 지난 주말 청와대는 "지금까지 진척된 상황이 없고 발표할 것도 없다"며 별다른 징후가 없다고 밝혔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서울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해왔지만, 현재로선 확정된 사실이 없다"며 "우리로서는 서두르거나 재촉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을 둘러싼 관심이 뜨거워지자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의 답방이 기약 없이 밀리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답방을 촉구하는 '환영파'와 이에 반발하는 '반대파' 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김정은'을 연호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이를 고발하는 등 좌우로 갈라져 '남남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인맞이 환영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위인맞이 환영단 발족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화문 광장에서 "공산당이 좋다"고 외쳐 논란이 된 '위인맞이환영단'을 비롯해 김 위원장 환영 단체는 지난달에만 7개가 결성됐다. 이 단체들은 서울 도심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곳곳에 환영 플랜카드를 설치하는 등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반대로 '백두청산위원회' 등 김 위원장 답방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단체는 "김 위원장이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는 독재자란 점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답방을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또 다른 갈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환영 퍼포먼스가 남북 평화 분위기에 일조할 수 있지만, 북핵 문제 독재정권 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 간 남남 갈등을 조장해 통일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도 이를 우려하고 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10일 김 위원장의 답방과 관련 "연내에 오든 안 오든 남과 북 모두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내에 온다 해도 김 위원장으로선 얻을 게 별로 없다. 북·미회담 전이라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하고, 북한 지도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방한했는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김정은 서울 방문 결사반대 긴급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찢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김정은 서울 방문 결사반대 긴급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북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종이를 찢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북측의 결단이 미뤄지는 것은 지지부진한 북미 협상 속 남북 간 주고 받을 의제와 북한 내부 일정 등이 겹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선제적 비핵화에 상응하는 미국의 제재 완화 등 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미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기존의 제재를 유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 답방 계기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이후 북미정상회담, 남북미 연쇄회담을 갖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협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현재로서는 북미 간 비핵화 문제나 제재 완화 조치를 둘러싼 여러 합의들이 잘 이루어져야만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김 위원장의 방문 시기가 내년이 될 경우 1~2월 중 예고된 북미정상회담 전이 될지 후가 될지도 관심이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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