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노무현정부 시즌2, 문재인정부에서도 반복되는 ‘죽음의 향연’


입력 2018.12.10 08:30 수정 2018.12.10 08:22        데스크 (desk@dailian.co.kr)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유사한 자살 벌써 네 번째

노무현정부, 자살로 시작해 자살로 끝나…기록 계승하고 갱신하려나

<김우석의 이인삼각>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유사한 자살 벌써 네 번째
노무현정부, 자살로 시작해 자살로 끝나…기록 계승하고 갱신하려나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이 자살을 했다. 故 이재수사령관은 육군사관학교 37기의 선두주자로, 많은 사람이 ‘육군참모총장감’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의 아들이자,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와 동기라는 사실이 그의 발목을 잡아 대장이 되지 못했다. 급기야, 정권이 바뀌고 ‘적폐’가 되어 감옥 담장 위를 걷는 신세로 전락했다. 자존심이 강했던 그는 결국 담장 위에서 내려오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다.

야당은 이 사령관이 ‘적폐청산의 칼춤’에 희생됐다며, 현 정부와 검찰에 집중포화를 가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검찰의 과잉수사와 정치보복’이 그를 죽음으로 내 몰았다고 비난했고, 한국당의 차기 원내대표 도전자인 나경원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살기등등한 적폐청산의 칼끝이 또 한 명의 무고한 목숨을 앗아갔다”고 한탄하며, 문재인정부 출범이후 유사한 자살이 벌써 네 번째임을 상기시켰다.

현 정권 출범 후 2년도 안된 시점에, 벌써 네 번째니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갈지 알 수 없다. 박근혜 전대통령을 비롯해 전정권의 자존심강한 고관대작들이 줄줄이 감옥에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제 겨울의 혹한이 시작됐다. 또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 까마득할 것이다. 노무현정부때 봄을 보지 못하고 자살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일기에는 감옥에서 겪은 추위의 두려움과 고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문재인정부는 명실공이 노무현정부를 계승했다. 노무현 정권 ‘시즌 2’다. 노무현정부는 자살로 시작해서 자살로 끝난 정권이다. 취임직후, 검찰은 다방면에서 칼춤을 추었다. 그 결과 2003년 8월 ‘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 관련 검찰 조사를 받던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이 투신자살했다. 이어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 전남지사, 이준원 전 파주시장, 이수일 전 국정원 2차장,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 강희도 전 경위 등의 고위직 공무원과 유명 기업인 등이 검찰조사 도중 자살했다.

다른 죽음도 그렇지만, 필자는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이 가장 충격적이었다. 다른 사건들은 대부분 검찰을 통해 간접적으로 압박한 사건이라면, 남 사장은 대통령이 직접 언론에 나와 국민앞에서 실명으로 비난 한 직후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씨에게 인사로비를 했다는 죄목이었다. 노건평씨는 잘 알려진 데로 각종 이권과 인사에 개입해 수뢰혐의로 징역을 산 일명 ‘봉하대군’이다. 그런 형을 ‘시골에 있는 별볼일없는 사람’이라며 구속시키지 않고, 남사장에게만 칼끝을 들이 댄 것이다. 그것도 직접 대통령의 입을 통해서 말이다. 모멸감을 느낀 남 사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 한(恨)은 세상에 남아 떠돌았을 것이다.

임기가 끝나고, 봉하마을 고향으로 내려간 전직대통령이, 자전거에 손자를 태우고 동네를 돌며, 촌노, 동네 아낙들과 어울리던 어느 날 갑자기 바위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말의 비보’는 많은 사람을 경악케 했다. 이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사건이기도 했지만, 업보(業報)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형의 죄를 숨기려 타인을 죽음으로 몬 업보가 자신에게 돌아와, 아내의 죄목을 감추려고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한 것’이라는 평가였다.

노무현정부의 시즌 2,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희생으로 등장한 정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희생으로 ‘폐족’을 ‘왕족’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등장한 문재인정부는 같은 과오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전정권에 대한 ‘적폐수사’에 이어, ‘사법적폐’, ‘생활적폐’ 등 끝도 없다. 희생자들이 양산되고 원한은 계속 쌓이고 있다. 오죽했으면 김명수 대법원의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환부를 정확하게 지적해서 단기간 내에 수술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 명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고 했겠는가? ‘해부’는 죽음을 뜻한다. 살아있으며 해부한다면, 더 잔인하고 비극적인 일이다.

문재인정부는 계승할 것이 없어 노무현정부의 수많은 자살기록을 계승하고 기록갱신을 하려는가? 만약 앞으로 희생이 계속되고 더 큰 희생양이 생긴다면, 현 정부도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밟히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 정부 지지자들 상당수는 ‘현 정부 핵심들에게도 똑같이 갚아주자’며 원한을 되씹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정부가 앞으로 거듭된 보복의 희생양이 된다면, 그것은 단순히 한 정부의 비극이 아니다. 나라의 비극이고 국민의 비극이다. 프랑스 혁명에서 혁명과 반혁명을 거치는 수십년 동안 수많은 국민이 희생됐다. 사화(士禍)와 반정(反正)의 연속이었던 조선왕조는 그 반목이 곪아터져서 국민은 나라를 왜국에 빼앗겼다.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안정적으로 계승되지 않는 나라는 너무도 많은 희생을 국민에게 강요하게 된다. 그런 희생을 우리나라에서 또 재생산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고, 결국 국민으로부터 심판(審判)과 단죄(斷罪)를 받게 될 것이다.

더 많은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지금 벌려놓은 ‘적폐수사’를 수습하고, 이제는 ‘제도적 보완’에 힘써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악순환을 끊는 길이고 ‘치유’와 ‘통합’을 하는 길이다. 임기 말 레임덕을 빼면, 벌써 임기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상처를 치유하고 국민의 뜻을 통합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하다. 마침 내년은 선거가 없는 해다. 정치적 싸움이 없으니 ‘사회통합의 적기’다. ‘갈등’으로 정권을 잡을 수는 있지만, 유지할 수는 없다. 국가의 기본전제이자 정치의 본령인 ‘국민통합’을 이뤄야 정권에 미래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내후년 ‘2020 총선’이후 국정운영의 동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겨울이다. 경험자에 의하면 구치소와 감옥은 ‘지상의 지옥’이란다. 더 심한 혹한이 오기 전에, ‘지옥같은 겨울’을 더 이상 만들지 말기 바란다. 구치소와 감옥은 이미 정치인으로 차고 넘친다. 그 지옥을 피하기 위해 삶을 포기토록 하는 일은 더더욱 만들어서는 안된다. 다시 한 번 충고한다. ‘원한(怨恨)’이 쌓이면 정권에겐 치명적인 독(毒)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고 권력자에겐 말이다.

글/김우석 (현)미래전략연구소 부소장·국민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