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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나비효과-하]카드사-자영업자 상생?…'을을갈등'만 더 키운다


입력 2018.12.13 06:00 수정 2018.12.13 06:03        배근미 기자

3명 중 2명 카드 내미는 시대…"카드사 위기, 소비자·자영업자와 별개 아냐"

시장경제 무시한 근시안적 정책에 을을갈등 계속…"풍선효과 어디까지?" 우려

3명 중 2명 카드 내미는 시대…"카드사 위기, 소비자·자영업자와 별개 아냐"
시장경제 무시한 근시안적 정책에 을을갈등 계속…"풍선효과 어디까지?" 우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정부의 일방적인 카드수수료 인하 조치가 금융권 일자리 감소에 이어 자영업자와 카드사 간 갈등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자영업자 지원에 방점을 찍은 시장 개입 정책을 통해 내수경제 활성화에 나서겠다는 취지이지만 그 부작용에 따른 대비책은 전무해 카드업계의 반발을 불러오는 등 정부가 그동안 강조해온 금융권과 소상공인 간 상생경영, 이른바 '포용적 금융' 외침 역시 무색해지고 있다.

수수료 인하에 제로페이까지…인위적 시장 개입에 예견된 카드업계 '반발'

정부가 카드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한 지난달 26일 자영업자 단체와 카드사 노조가 나란히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 섰다. 그러나 한 정책을 둘러싸고 자영업자단체와 카드업계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날 소상공인연합회 등 자영업자단체들은 잇따라 환영 성명을 발표하며 축배를 드는 분위기를 연출한 반면, 수익 감소에 따른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카드사 노조는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카드사 노조는 앞서 지난 11월 이후 3차례의 기자회견과 무기한 천막농성을 통해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침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다. 이들은 정부가 줄곧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들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를 천명해왔던 상황에서 업계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대책 강구가 필요하다며 그 대안 중 하나로 가맹점 규모에 따라 서로 다른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차등수수료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따라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낮추고, 대신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대기업 소유 대형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높이는 '차등수수료율제' 제안에 대해 자영업자들도 동의하고 나섰고, 수수료 대책 발표 전인 지난달 중순 카드업계와 자영업단체들이 수수료 인하 관련 합의안을 도출해 차등수수료율제 등 내용이 담긴 '공동요구안'을 발표했으나 이같은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해당 요구안은 이번 정책 반영에 아무런 힘도 미치지 못했다.

카드사 노조는 결국 업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까지도 불사하겠다며 대정부투쟁을 예고하고 나선 상태다. 여전법 상 대형가맹점이 카드사에 무리하게 낮은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리베이트를 요구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그에 따른 규제안이 전무해 상대적 '을'인 카드사가 '갑'인 대형가맹점에게 수수료 인상을 통보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대책 없이 일방적 양보만 요구하는 정부 조치는 결국 카드업계 전체를 위기로 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카드사가 마케팅비용을 줄일 경우 수수료 인하가 가능하다며 강공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마케팅비용 감소로 무이자 할부나 포인트 적립, 즉시 할인 등 카드 소비자 혜택 축소는 물론이고 그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결국 정부가 총력 지원에 나섰던 자영업자들의 매출에도 악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다.

3명 중 2명 카드 내미는 시대…"카드사 위기, 소비자·자영업자와 별개 아냐"

이러한 가운데 카드결제 여부가 우리 일상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고가 발생해 눈길을 끈다. 앞서 지난달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국사(지사) 통신구 화재가 바로 그것이다. 당초 1시간이면 가능하다던 화재 진화는 10시간이 지나서야 마무리됐고 서울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경기도 고양시 일부 지역의 전화와 TV, 인터넷은 모두 먹통이 됐다. 특히 이번 화재로 인해 미처 생각지도 못한 파장이 불거졌으니, 바로 통신망 단절로 은행 ATM기기는 물론 카드결제까지 ‘올스톱’된 것이다.

카드 결제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역 상권에 미친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특히 가게에 들어온 손님들조차 돌려보내야 하는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은 먹통이 된 카드결제 단말기와 포스(POS, 판매시점 정보관리 시스템)를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국내의 카드 결제 비중은 70% 이상으로, 3명 중 2명 이상의 고객들은 자연스럽게 현금 대신 카드를 내미는 현실에서 카드 결제가 막히자 손님들까지 발길을 돌리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실제로 국회 과방위 노웅래 위원장이 9일 BC, KB국민, 신한, 삼성카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신구 화재가 발생한 11월 넷째주 주말 24~25일 이틀 동안 마포구와 서대문구 내 카드결제액은 약 538억9563만원으로 일 주일 전보다 30억원(5.3%)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가 8개 카드사 중 4곳을 대상으로 진행됐고 그 피해규모 파악 역시 일부 지역에 한정해 진행됐다는 등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고로 카드업계가 입은 피해 역시 적지 않다. 신촌 등 주요 상권을 포함해 서울지역 4분의 1에서 카드 결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결제불가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 뿐 아니라 자사 가맹점 및 고객 안내를 위한 비용 역시 직접 부담하면서 예상치 못한 비용이 소요됐다. 최근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안 발표를 기점으로 마치 대결구도처럼 비춰진 소상공인과 카드사가 결코 대척점에 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경제 무시한 근시안적 정책에 을을갈등 계속…"풍선효과 어디까지?" 우려

한편 카드 결제가 활발할수록 수익을 얻는 카드업계 입장에서 경제 활성화와 소비 촉진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과제다. 이에 카드사들은 최근 소상공인들을 위한 마케팅 서비스를 속속 내놓고 있고, ‘카드 수수료율’로 대립각을 보이던 카드사 노조와 소상공인단체가 초대형가맹점들의 수수료 인상을 통해 중소형가맹점 수수료 인하분을 메꾸는 ‘차등수수료제’ 도입을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업계가 상생하기에 여전히 장애물이 적지 않다. 당장 차등수수료율에 대해 손사레를 내젓고 있는 금융당국과 정부, 그리고 자영업자 표심 자극을 위해 선거 때만 되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외치는 정치권이 그 첫 문턱이다. 한때 세수 투명화를 위해 카드 결제를 권장하던 정부는 어느덧 국내 카드결제 비중이 과도하다며 시장 경쟁 촉진 대신 정부 주도의 '제로페이'를 통해 카드 수수료 '0원' 정책을 이끌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을 내세우더니 이제는 카드결제 비중이 너무 높다거나 카드 수수료만 해결되면 모든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며 “카드사와 자영업자들이 진정 상생하기를 바란다면 모든 고통을 한 곳에 몰기보다는 납득 가능한 일관된 정책 제시와 두 업계가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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