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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나비효과-중]'카드사…밴…모집인까지'…일자리 도미노 증발할 판


입력 2018.12.12 06:00 수정 2018.12.12 09:50        배근미 기자

수수료 인하 정책에 카드 배송업체·카드 모집인도 고용 불안 '전전긍긍'

카드업계 유관 종사자만 10만명 추산…"현 정부 일자리 정책에 역행"

수수료 인하 정책에 카드 배송업체·카드 모집인도 고용 불안 '전전긍긍'
카드업계 유관 종사자만 10만명 추산…"현 정부 일자리 정책에 역행"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단행되면서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분야는 비단 대기업-전문직군에 속하는 카드사 직원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와 가맹점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밴사부터 카드 영업에 나서는 모집인, 신용카드 등을 직접 전달해야 하고 있는 배송인력 등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 위기에 떨고 있다. ⓒ데일리안 카드 수수료 인하가 단행되면서 구조조정 위기에 직면한 분야는 비단 대기업-전문직군에 속하는 카드사 직원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와 가맹점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밴사부터 카드 영업에 나서는 모집인, 신용카드 등을 직접 전달해야 하고 있는 배송인력 등도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 불안' 위기에 떨고 있다. ⓒ데일리안

“여기 모인 여러분들 댁이나 직장에서 신용카드를 직접 받아보신 경험들 한번씩은 있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생소한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신용카드 배송업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카드 수수료 인하 폭풍이 예고된 지난 11월 초순, 카드업계 종사자들 틈에서 아직은 앳된 얼굴의 한 남성이 마이크를 잡았다. 자신을 카드 배송업체 종사자라고 소개한 A씨는 정부의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자신과 같은 중소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담담하게 설명했다.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예고된 이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심경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그동안 택배기사의 어려움은 여러 매스컴을 통해 접해보셨을 것”이라며 “그러나 저와 같이 카드사와 협력관계를 맺고 신용카드 배송업체에 종사하는 이들은 택배 수수료보다 더 낮은 수수료를 받아가며 가정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카드배송업에 종사하는 분들의 나이는 대부분 50을 넘어 60을 바라본다. 자녀들이 한창 자라거나 대학에 진학하는 등 경제적 지출이 많은 시기”라며 “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은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에 일정 부분 유익한 정책이 될 수 있겠지만 카드사의 긴축정책을 불러올 것이고 카드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업체 근로자, 또 그 가족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용카드의 경우 카드 도용을 막기 위해 일반 택배와 달리 전문 배송업체에서 사람을 통해 직접 배송한다. 대부분 도보를 통해 카드 이용자에게 카드를 전달하는 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A씨와 같은 신용카드 인편배송 종사자는 대략 5000여명,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약 2만여 명의 생계가 신용카드 배송업체에 달려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카드 이용자를 모집해 수수료를 받는 카드 모집인들 역시 수수료 인하에 따른 고용 위협에 직면해 있다. 정부가 앞서 모집인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 및 단체교섭권 적용 검토 등 종사자 보호정책을 내놓으면서 모집인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확대된 데 이어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가 발표됨되면서 고비용 모집인 채널 축소를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 카드사들은 이미 모바일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한 카드 상품군 비중을 확대하는가 하면 인력 구조조정의 첫 단추로 외곽조직인 전속 모집인 감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불과 2년 전까지 2만2000여명에 달했던 카드모집인 수는 올 6월 말 기준 1만3881명으로 감소했다. 카드업계는 내년이면 카드 모집인 수가 1만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에서 신용카드 거래승인과 자금정산 중개, 가맹점 모집 등 역할을 하는 밴(VAN) 업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를 지속적으로 낮추면서 밴 업계의 실적 역시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서다. 카드사들이 수수료인하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1위 밴사인 나이스정보통신의 올해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1년 전보다 11.1% 감소했다. 카드사용액 증가의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대비 14.5%(2674억원→3064억원) 증가했지만 수익성은 도리어 악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카드 수수료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한다는 것이 카드 업계의 지적이다.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카드 산업 유관 종사자가 10만명이며 가족 단위로 하면 40만명에 달한다”면서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은 채 포퓰리즘 정책을 더 이상 유지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같은 카드산업 유관종사자만 대략 10만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일선 카드사들 역시 카드 수수료 인하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미 내부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거나 은행과의 합병까지도 검토하고 있어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카드업계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온다.

이에 카드사 노조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업계의 경영 악화를 우려하며 금융당국에 구조조정 방지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현정 위원장은 “카드산업 유관 종사자만 10만명이며 가족 단위로 하면 40만명에 달한다”면서 “카드사 정규직원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구조조정 가능성을 고민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카드 수수료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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