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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릭 '고강도 규제' 임박…"업계에 책임 전가" 비판 빗발


입력 2018.12.10 06:00 수정 2018.12.09 20:01        손현진 기자

지난 7월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 후폭풍…연내 규제 도입 예고한 정부

공동 생동 제한·약가인하 등 예고…"제약사 엄벌 구도 옳지 않아" 비판

지난 7월 '중국산 발사르탄 사태' 후폭풍…연내 규제 도입 예고한 정부
공동 생동 제한·약가인하 등 예고…"제약사 엄벌 구도 옳지 않아" 비판


정부가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난립을 개선하겠다고 칼을 빼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난립을 개선하겠다고 칼을 빼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불순물 발사르탄 사태를 계기로 제네릭(합성의약품 복제약) 난립을 개선하겠다고 칼을 빼들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제네릭 개수가 많은 건 발사르탄 사태의 근본 원인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정부는 큰 폭의 규제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은 제네릭 허가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지난 7월 구성하고, 연내 완성을 목표로 종합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행 제도를 부분적으로 고치는 게 아니라 제네릭 허가 기준부터 약가 정책까지 제도 전반을 손보는 것이 이번 대책의 큰 방향성이다.

제도 손질의 발단은 지난 7월 발생한 발사르탄 고혈압약 사태다. 정부는 당시 중국에서 만든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 복제약에서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되자, 제네릭 난립을 문제시하며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식약처는 발사르탄 고혈압약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위탁 생동 등 제네릭 관련 허가제도 전반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검토 중"이라며 규제 강화 방침을 시사했다.

여기에는 당시 한국에서 회수된 의약품 수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았던 것이 정부의 규제 방침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따른다. 우리나라에선 고혈압약 115품목(54개사)이 회수됐지만 영국은 5품목(2개사), 미국은 10품목(3개사), 캐나다는 21품목(6개사)에 그쳤다.

업계는 고강도 제네릭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건 식약처가 언급한 공동·위탁 생동(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제한이다. 생동은 제네릭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등한 효능·효과가 있다고 입증하는 시험으로, 식약처장 승인을 받도록 돼 있다. 현재로선 제약사가 자체 제조 능력이 없더라도 공동 생동을 거치면 제네릭을 위탁 생산해 판매할 수 있다.

공동 생동은 다수 제약사가 함께 생동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참여 제약사 수에 제한이 없다. 그렇다보니 오리지널약 특허가 만료되면 다수 제네릭이 쏟아져 나오는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같은 약효의 경쟁 약물이 많으니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성행하게 된다는 지적도 있었다.

(오른쪽 두번째부터) 지난 9월 제약 바이오 업계 채용 부스를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오른쪽 두번째부터) 지난 9월 제약 바이오 업계 채용 부스를 찾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하지만 공동 생동을 규제할 경우 R&D(연구개발) 및 생산 기반이 약한 중소업체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약사들이 제네릭으로 거둔 수익을 신약 개발에 투입하는 R&D 선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장기 투자가 필요한 탓에 자본력이 약한 제약사일수록 제네릭을 캐시카우로 삼을 수밖에 없다"며 "제네릭 문제를 개선하려다 제약산업이 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부는 약가인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에서 오리지널약 특허가 만료된 뒤 첫번째 출시된 제네릭 약가는 오리지널의 59.8%로 정해지고, 1년 뒤 53.55%로 인하된다. 반면 해외에서는 정부 통제가 없어 시장 경쟁에 따라 복제약 가격이 오리지널의 10% 수준으로 대폭 떨어지기도 한다.

우리 정부는 해외에 비해 제네릭 약가가 높게 매겨져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 출시에 사활을 거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2012년 철폐됐던 계단형 약가인하가 부활하는 방안이 유력시되고 있다. 계단형 약가인하는 제네릭 진입 시기에 따라 약가를 차등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최초 등재된 제네릭(퍼스트 제네릭)은 오리지널 약가의 68%를 받고, 이후 한 달 단위로 10%씩 인하된 약가가 지급된다.

정부는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동일제제 최고가'를 택해 시장 자율 경쟁을 유도하고자 했지만 기대만큼의 경쟁 효과는 없었다고 보고 있다.

계단형 약가인하는 제네릭 개발을 억제하는 효과가 예상되나 오히려 제약사들의 퍼스트제네릭 개발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온다. 국내 대다수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로 수익을 실현할 역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제네릭 약가를 낮춰버리면 오히려 역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재가 예고되자 정부가 발사르탄 사태의 책임을 제약사에 모두 전가하려 한다는 불만까지 커지고 있다. 애초에 불순물이 든 의약품 원료를 허가해준 정부의 잘못도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 주요 제약사 관계자는 "엄연히 식약처 승인을 받고 적법하게 출시한 고혈압 복제약이 문제가 된 건데 이를 개발한 제약사를 엄벌하는 구도로 가는 건 문제가 있다"며 "전체 제네릭 수를 줄인다고 해서 제약사들이 저가 원료로 단가 절감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제약·바이오 사업을 육성한다면서도 제약사들을 규제 대상으로만 판단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진정으로 '제2의 발사르탄 사태'를 막고자 한다면 제약업계에 철퇴를 내리는 게 아니라 정부의 허술한 사전 관리를 보완하는 데 방점을 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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