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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용-저효율 노사문화 개선해야-중]노사협력으로 되살아난 폭스바겐·벤츠


입력 2018.12.10 06:00 수정 2018.12.10 09:52        조인영 기자

[기획] 기업이 병든다-기업재도약 위한 4가지 개혁

독일·미국, 위기 때마다 노조의 적극 협조로 위기 극복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종훈 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광주형 일자리' 일방 추진 중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6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종훈 민주당 의원과 금속노조 현대·기아자동차지부 조합원들이 '광주형 일자리' 일방 추진 중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기획] 기업이 병든다-기업재도약 위한 4가지 개혁
1. '100년 기업의 꿈' 발목잡는 상속세
2. 어설픈 개혁이 기업 잡는다
3. 규제공화국-혁신만이 살길이다
4. 고비용-저효율 대립적 노사문화 개선해야

(중)노사협력으로 되살아난 폭스바겐·벤츠
독일·미국, 위기 때마다 노조의 적극 협조로 위기 극복


#1.저임금 완성차 공장 설립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동차 업계에는 경쟁력 있는 생산기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추진된 ‘광주형 일자리’가 번복과 파행 속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노동계 입김에 협상 주체인 광주시가 이리저리 흔들린 탓이다.

#2.한국GM은 신차 연구개발을 위한 R&D 부문 법인분리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반대 속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제기한 법인분리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승인되면서 경영정상화 플랜도 난관에 봉착한 것. GM 본사가 내년 2곳의 해외공장을 추가로 닫겠다고 밝히면서 구조조정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다. 고임금·저효율 구조는 오래됐고, 강성노조의 입김에 정치권까지 휘둘리면서 생산성만 낮아지고 있다. 근로자-투자자간 상생 방안까지 반대에 부딪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침몰 위기를 넘긴 선진국 사례는 한국의 경우와 다르다. 노조는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기 보다 장기 성장을 위해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과감히 양보하는 희생정신을 보였다.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정부와 단체도 전방위로 지원사격에 동참하면서 위기 돌파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제조업 중심지 슈투트가르트와 볼프스부르크에서 이뤄진 노사 주도의 지역경제부흥 프로젝트다.

자동차·기계 산업이 발달한 슈투트가르트는 1990년대 초반 세계화에 따른 전세계적 경쟁구도 하에서 일본 자동차 산업의 거센 추격과 경쟁력 약화로 수출 감소, 투자 감소, 기업 도산, 실업률 증가 등 구조적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1991~1993년 사이 제조업 수출 감소율 5%, 투자 감소율 31%을 기록했으며, 1992~1996년 사이 11만 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1980년대 4% 미만이었던 실업률이 1990년대 중반 9%를 넘어섰다. 현재 한국 경제 상황보다 비관적인 지표들이었다.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노조였다. 금속노조(IGM)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일방적 인원감축과 인건비 인하가 아닌 노동생산성 향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 및 시장전략 개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에 맞는 새로운 작업구조(팀제) 정착, 직업능력 개발 교육 실질화 등을 주장했다.

이어 1993년 기계산업 사용자협의회와 개혁추진방안에 합의하고, 종업원평의회(Betriebsrat)를 통해 신제품 개발, 연구개발비 확대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대신 임금인상 요구는 최대한 자제하고 생산효율성 향상을 위한 각종 조치에 합의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노조의 경우 당시 2%대의 낮은 임금인상률은 물론, 3교대제 도입, 주말근로, 휴식시간 단축 등을 모두 수용했다.

지자체도 슈투트가르트 지역협의회, 지역경제육성회사를 설립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노조의 양보와 지역사회 지원으로 인력감축 없이 교육훈련과 연구역량 강화에 집중할 수 있었고 노조는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숙련도 향상이라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얻게 됐다.

볼프스부르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1990년대 초반 통일 특수가 끝난 볼프스부르크는 1992년 7.9%였던 실업률이 1996년 18.1%로 증가하고, 1989~2001년 사이 폭스바겐 본사인 볼프스부르크 공장 생산량과 고용이 각각 38.9%, 16% 감소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정이 한 팀이 됐다. 1999년 볼프스부르크시와 폭스바겐이 5대 5로 공동출자해 볼프스부르크 주식회사(Wolfsburg AG)를 설립, 2003년까지 폭스바겐 외부에 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볼프스부르크주식회사는 2001년 5000마르크의 월 임금으로 5000명의 실업자를 채용해 새로운 자동차 공장을 설립한다는 5000×5000프로젝트를 추진, 2001년 ‘아우토 5000 유한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광주형 일자리’의 원조 사례이기도 하다.

아우토 5000은 노조의 양보로 확보한 5000마르크의 임금 수준이 8년간 유지되면서 향후 폭스바겐사 통합 이후에도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는 계기가 됐다.

미국에도 침몰 위기는 존재했다.

1980년대 세계 경제 하락으로 위스콘신주 산업기반이 4분의 1 가량 붕괴되고 지역사회 빈곤이 심화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할리데이비슨 등 기업들은 본격적인 임원감축에 돌입, 생산시설 자동화에 주력했다

위스콘신 노총(Wisconsin AFL-CIO)은 직업훈련프로그램으로 측면 지원에 나섰다. 고품질 고가 상품 생산을 통한 경쟁력 향상을 위해선 고숙련 근로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노사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와 지역 정부의 뒷받침 속 실질적인 훈련프로그램과 취업과 연계된 구직자 훈련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이 결과 원활한 인력공급과 숙련 근로자 확충으로 고품질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해외 사례를 보면 공통적으로 ▲노조의 인식 전환 ▲지역 단체 협조 ▲노사 당사자들의 리더십 ▲장기적 관점의 직업훈련 인프라 구축 등이 병행됐음을 알 수 있다. 무너지는 한국 산업에 경종을 울리는 대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독일 금속노조는 아우토 500 모델의 성공을 위해 8년간 임금인상 요구를 유보하고 협조했으며 기업과 지역정부도 밀도 있는 교육훈련을 통해 근로자들의 숙련도 향상을 지원했다"며 "노조는 단기 이익 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양보하고 적극적으로 합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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