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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려지는 회계 변경 시계에 보험사들 대혼란


입력 2018.12.04 11:37 수정 2018.12.04 11:29        부광우 기자

IFRS17 도입 2022년으로 연기…유럽보험협회 "1년 더 미루자"

부담 줄이긴 했지만…착실히 자본 확충해 온 보험사들은 '씁쓸'

IFRS17 도입 2022년으로 연기…유럽보험협회 "1년 더 미루자"
부담 줄이긴 했지만…착실히 자본 확충해 온 보험사들은 '씁쓸'


전 세계 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이 지연되면서 보험사들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이 지연되면서 보험사들의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을 가져올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당초 2021년으로 예정돼 있던 도입 시기가 최근 2022년으로 공식 연기된데 이어 유럽을 중심으로 1년을 더 늦추자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새로운 회계에 쫓겨 자금 수혈을 두고 고심하던 보험사들은 한시름 덜 수 있게 됐지만, 제 때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자본 확충에 나섰던 곳들은 김이 빠진 모양이 되면서 IFRS17를 둘러싼 혼란은 증폭되고 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정례회의를 열고 IFRS17 도입을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나오자 유럽보험협회는 한술 더 떠 2023년까지 IFRS17 시행을 미루자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럽보험협회는 다음 달 열릴 IASB 회의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내기 위해 초안을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선진 지역인 유럽이 이런 반응을 내보이는 이유는 생각보다 IFRS17에 대한 대비가 만만치 않은 현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회계 기반으로 구성돼 있는 전산 체계를 IFRS17에 맞춰 실시간으로 전환하는 시스템 구성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IFRS17 관련 규제를 손보고 있던 우리 금융당국도 당장 영향을 받게 됐다. 금융위원회는 기존 IFRS17 적용 시기에 맞춰 2021년에 국내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던 새로운 자본 규제인 신 지급여력제도(K-ICS)를 2022년에 도입하기로 했다. 다만, 만약 IASB가 유럽보험협회의 의견을 받아들여 IFRS17 가동을 1년 더 미루게 되면 K-ICS 적용도 또 다시 미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처럼 보험업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IFRS17가 경영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요소여서다. IFRS17이 시행되면 우선 보험금 부채 평가 기준이 기존 원가에서 시가로 바뀌게 된다. 저금리 상태에서도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한다. 이 때문에 과거 높은 최저보증이율을 앞세워 저축성 보험을 대거 판매했던 생보사들의 재무 리스크는 상당할 전망이다.

아울러 IFRS17은 시행 전부터 이미 보험사의 수익과 영업 구조까지 재편하고 있다. 현 회계 기준에서 판매 첫해 손해가 발생하는 보장성 보험은 IFRS17 적용 시 오히려 처음부터 이익이 나게 되는 효자 상품으로 변하게 된다. 저축성 보험은 이와 정반대로 변하게 된다. 요즘 들어 보험사들이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확정적으로 보였던 IFRS17 시행 시점이 오락가락하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반응은 저마다 엇갈리는 분위기다. IFRS17이 도입되지 않은 현재도 재무 건전성 위기에 내몰려 있는 보험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반면 원래의 IFRS17 계획에 맞춰 서둘러 자본 확충을 진행해 온 보험사들은 일정 부분 헛물을 켠 꼴이 됐다. 타임 테이블을 맞추기 위해 미리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대규모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을 단행했던 곳들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2015년 10월 금융당국이 IFRS17에 대비해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 정책을 내놓을 이후 2016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보험사들이 확충한 자본은 약 9조원이 넘는다. 종류별로는 유상증자가 2조2000억여원, 후순위채 발행이 2조8000억여원,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4조여원에 이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에서 가장 큰 위험은 결국 불확실성 증대"라며 "IFRS17 연기로 보험사들의 전반적인 부담은 완화될 수 있겠지만, 2021년에 맞춰 경영 개선을 진행해 오던 보험사들로서는 착실히 준비를 해 왔음에도 유무형의 비용을 치르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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