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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 에너지 정책, 왜 5년 단임 정권이 독단으로 결정하는가


입력 2018.11.27 09:00 수정 2018.11.27 08:14        데스크 (desk@dailian.co.kr)

<서정욱의 전복후계> 국가적 탈원전 정책, 문 대통령 원전 세일즈는 자기모순

현 정권, 일부 좌파 환경단체 목소리만 귀기울여…여론엔 눈 감고 귀 막아

<서정욱의 전복후계> 국가적 탈원전 정책, 문 대통령 원전 세일즈는 자기모순
현 정권, 일부 좌파 환경단체 목소리만 귀기울여…여론엔 눈 감고 귀 막아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앞에서 탈원전반대시민모임과 신고리 5,6호기 중단반대 범울주군민 대책위원회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지난 9월 27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앞에서 탈원전반대시민모임과 신고리 5,6호기 중단반대 범울주군민 대책위원회가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탈(脫)원전 등 에너지 정책은 교육과 더불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백년대계(百年大計)다. 따라서 보수, 진보를 불문하고 어느 정권이든 천하의 공의(公議)를 묻지 않고 임의로 결정할 문제는 결코 아니다. 공론조사든, 국민투표든 국민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확인하여 신중히 추진해야 할 국가적 대사(大事)다.

그런데 현 정권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가? 신고리 5, 6호기 공사 중단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공론조사를 통해 공사 재개를 결정했지만 탈원전 등 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해서는 어떠한 공론조사나 국민투표도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국가 내부적으로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도 문 대통령이 27일 체코를 방문해 원전 세일즈 외교에 나서는 등 자기모순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안전성과 경제성이 떨어져 없앤다면서 외국에는 우리 원전을 사라고 얘기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필자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되기 전에 현 시점에서 시급하게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총의(總意)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하여 만약 국민의 뜻이 탈원전 정책 폐기라면 지금이라도 에너지 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본다.

지금 대학의 원자력학과에는 학생 지원이 끊기고 부품 업체들이 무너지면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던 우리 원전산업은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만약 정부 계획대로 2029년까지 원전 10기를 폐쇄하고, 2023년 신고리 6호기를 끝으로 더 이상 신규 원전을 짓지 않는다면 60년간 육성한 원전 인프라는 근본부터 허물어지게 된다.

반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태양광, 풍력발전이 계속되면 전국 산지를 깎고, 숲을 없애고, 저수지를 뒤덮어 국토는 황폐화된다. 아울러 10조원을 들여 매립한 새만금까지 태양광 패널로 깔리는 황당한 일이 계속 벌어지게 된다.

위와 같은 상황이 5년 내내 지속되면 과연 어떻게 되겠는가? 가사 정권이 바뀌더라도 현재의 상황을 되돌릴 수 있겠는가? 현 정권이 일방통행식 독선과 아집으로 수많은 법까지 고치면서 박아 놓은 대못을 과연 뺄 수 있겠는가?

지난 24일 대만이 탈원전 정책을 도입한 지 2년 만에 국민투표로 폐기시켰다. 대만과 우리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95% 이상을 수입할 정도로 해외 의존도가 높고, 비상시에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끌어올 수 없는 고립된 '전력 섬' 이라는 기본적인 공통점이 있다. 우리가 대만의 결정을 벤치마킹,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이유다.

정부는 대만과 우리는 다르다며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필자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우리는 1958년 원자력법을 제정한 이래 자체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 보유국이 됐지만, 대만은 지금도 원전을 해외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탈원전으로 우리가 잃을 게 더 많지 않은가? 대만보다 훨씬 뛰어난 기술을 갖고서도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산업의 생태계와 경쟁력을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어이없는 일이 아닌가?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세계 원자력 산업 현황 2018' 보고서에서 지난해 2,503TWh였던 전 세계 원전 발전량이 2040년 3,654TWh로 46%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미국, 중국, 인도, 일본,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국 대부분은 여전히 친(親)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중국은 현재 38기의 원전을 운영 중이고, 18기를 건설 중이며 2030년까지 100기 이상을 가동할 계획인데, 이러한 중국의 원전굴기(原電崛起)는 우리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이는 한 전기 설비 회사에서 공사가 중단된 몇 개월 동안 기술자들의 9할이 중국에 스카우트돼 떠난 사실이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위와 같은 세계적 추세를 감안할 때 필자는 탈원전 정책은 소득주도 성장 등 대부분의 현 정권 정책과 마찬가지로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의해 검증된 정책이 아니라 '교조적 이념'과 '허구적 논리'에 의한 잘못된 정책이라고 단언한다.

"實踐的 檢驗 眞理的 唯一標準(실천적 검험 진리적 유일표준)",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고 경험해보는 유일한 표준이다."

중국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이 갈파한 경구인데, 필자는 탈원전 정책이야말로 철저히 실천과 경험에 의해 검증된 진리가 아니라 공허한 이념이나 탁상공론식의 뜬 구름 잡는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탈원전의 가장 큰 논거가 '환경'인데,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효율성이 낮아 현실적으로 천연가스와 화력발전으로 전력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훨씬 더 늘어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안전 문제는 근거 없는 유언비어 수준의 낭설이므로 생략한다. 상식적으로 지진시 원전발전소가 먼저 무너질지 자기 아파트가 먼저 무너질지 생각해보라)

그렇다면 현 정권은 더 이상 지금처럼 독선과 아집으로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현 정권이 모델로 삼는 독일은 탈원전을 결정하기 위해 20년 넘게 국민 의견을 모았고, 스위스는 다섯 번이나 국민투표를 했다.

그런데 명색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입에 달고 사는 촛불정권이 탈원전 같은 국가의 중요 정책을 국민의 뜻을 묻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야 되겠는가?

"한 개의 눈으로 보는 것보다 두 개의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잘 보이고, 하나의 귀로 듣는 것보다 두 개의 귀로 듣는 것이 더 잘 들리므로 천하의 모든 백성의 실정을 보고 진실된 소리를 듣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요도(要道)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모든 사람을 차별 없이 사랑하라는 ‘겸애설(兼愛說)’을 주장한 묵자(墨子)가 갈파한 경구처럼 정치의 요체는 천하의 목소리를 두루 듣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 정권은 일부 좌파 환경단체의 목소리에만 귀기울이고, 한국원자력학회가 8월과 1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원전 찬성률이 70% 안팎 나온 것에 대해서는 철저히 눈 감고 귀를 막고 있다. 정부는 이 조사를 믿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중립적인 기구를 구성해 국민의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되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국가의 100년 에너지 대계가 5년짜리 정부의 일방통행식 오기에 의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게 폐기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현 정권은 전기료 폭등으로 서민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블랙아웃으로 산업 현장이 마비되는 재앙이 닥치기 전에 세계적 추세와 역행하는 위험한 실험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

"탈핵·탈원전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 민주주의는 '위험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다. 탈핵과 에너지 전환이 정답이다."

지난해 대선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주장한 내용인데, 그 결론은 필자와 다르지만 민주주의는 '위험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는 사회이므로 탈원전 여부는 국민투표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전적 동의한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서정욱 변호사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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