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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의 독립이 검찰수사나 국회탄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인가


입력 2018.11.23 06:00 수정 2018.11.23 05:57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 국회에 선배판사 목 쳐달라는 자해행위

현실화된다면 대법원장부터 그 자리서 물러나야

<칼럼> 국회에 선배판사 목 쳐달라는 자해행위
현실화된다면 대법원장부터 그 자리서 물러나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국회를 향해 판사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결의한 것과 관련해, 삼권분립 위배와 법원의 정치화라는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6월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던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국회를 향해 판사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결의한 것과 관련해, 삼권분립 위배와 법원의 정치화라는 역풍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올해 6월 사법연수원에서 열렸던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모습(자료사진). ⓒ데일리안

몇 달째 계속된, 법관들에 대한 검찰(일부 검사들이라 해야할지 좀 애매하다)의 수사가 이제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듯 하다.

검찰은 지난 몇 달간 마치 무슨 '범죄와의 전쟁'이라도 하듯 유례없이 많은 검사를 투입해 '법원 스스로 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거침없이 법원을 유린해 왔다.

엊그제는 전직 대법관 한 분이 검찰에 공개소환돼 십수 시간의 조사를 받았다. 현재 추세로 보아 문재인 대통령이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통해 수사중단이라도 명하지 않는 이상, 전 대법원장도 수사의 칼날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든 수사는 앞으로 몇 달 안에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그 수사는 법원에 이미 치유하기 힘든 내상을 입혔고, 수사 결과로 재판에 넘겨진 판사들에 대한 후배 판사들의 재판은 또 얼마나 걸리겠는가. 아마도 1~2년은 뉴스를 장식할 것이다.

칼을 휘두른 검사들은 모두 그 자리를 떠나고 판사가 판사를 재판하는 향후 몇 년간의 난리와 홍역을 통해 법원은, 사법부는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사법부가 독립돼 국민들로부터 더 존경과 신뢰를 받게 될까. 현실과 사회통념으로부터 동떨어진 독단적 판결을 사법의 독립으로 착각하는 대단한(?) 판사가 더 많아지지는 않을까.

다들 아는 바와 같이 현재 진행 중인 판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는 사실상 법원내 일부의 연구회 출신 판사들과 그 수장인 대법원장이 자초한 것이다.

대법원장은 자신이 특정한 판사들을 찍어서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한 것은 아니라 자위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검찰은 그렇게 생각하고 국민들 눈에도 그렇게 비친다.

최근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모였다는 법관대표회의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국회가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결안을 가결했다.

대표판사들의 대부분은 탄핵대상 판사들의 후배들일 것이다. 필자는 대표판사들은 잘 모르지만 탄핵대상 판사들은 법조 경력이 비슷하기에 그분들을 지켜볼 기회가 많았다.

그들이 판사로서의 역량면에서 얼마나 뛰어나고, 또 법원과 판사들의 위상 확립을 위해 얼마나 성실하게 또 치열하게 고민하고 몸바쳐 일했는지 누구보다 자신있게 증언할 수 있다.

그런 분들을 아직 경험도 짧고 더 치열하게 살아왔을 것 같지도 않은 후배 판사들이 국회에 탄핵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도 아니고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에둘러 결의를 했다니, 오호 통재라!

대법원장이 몇 달전 검찰에 판사들에 대한 "수사를 요구"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수사하면 협조"하겠다고 한 것과 비슷한 유체이탈의 화법이다.

대표판사라는 사람들이 탄핵소추 검토를 의결한 다음날, 곧바로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법관 13명에 대한 탄핵발의 절차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도대체 그들은 그리고 대법원장은 어디서 이런 수법을 배웠을까.

판사에 대한 탄핵이란 쉽게 말해 판사를 파면하라는 것이다. 우리 헌법 제106조에 대법원장도 판사를 그냥은 파면하지 못하고, 국회가 탄핵을 의결하거나 그 판사가 범죄를 저질러 기소된 뒤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을 때에만 파면할 수 있게 돼 있다.

헌법이 그만큼 판사의 파면을 어렵게 한 것은 판사에 대해 소신껏 사심없이 자신의 양심과 법원칙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을 하라는 뜻일 것이다.

그렇게 헌법도 판사들, 나아가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주고 있는데 거꾸로 일부의 편향된 판사들은 오히려 탐욕스럽고 무책임한 정치인들에게 선배 판사들의 목을 쳐 달라고 하니 이런 자해행위가 어디 있겠나.

어느 일이 먼저일지 모르지만 전 대법원장이 만약 검찰에서 기소되거나 혹은 국회에서 13명의 훌륭한 판사들을 탄핵소추하는 것이 통과된다면, 대법원장부터 사법부를 검찰수사와 정치의 제물로 바친 사태에 책임을 지고 부끄러운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글/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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