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불어나는 빚, 가게 접는 나홀로 사장님 증가...작년 대비 10만명 폐업


입력 2018.11.20 06:00 수정 2018.11.20 06:07        최승근 기자

자영업자들 대출 규제‧한도 초과로 금리 높은 비은행권 대출로 몰려

인건비 부담에 종업원 줄였지만…계속된 불황에 10명 중 7명은 폐업

자영업자들 대출 규제‧한도 초과로 금리 높은 비은행권 대출로 몰려
인건비 부담에 종업원 줄였지만…계속된 불황에 10명 중 7명은 폐업


소상공인·자영업자 2만여 명이 지난 8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 철회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소상공인·자영업자 2만여 명이 지난 8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최저임금 인상 철회와 업종별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총궐기 대회를 열고 있다. ⓒ데일리안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오창근씨(가명)는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 은퇴 후 창업 2년차인 오씨는 대출을 통해 가게를 열었지만 예상만큼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서 갈수록 빚만 늘고 있다. 2년 반 만에 대출금은 오픈 당시 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경기 부진과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으로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제1금융권 대출 한도가 모두 차거나 규제로 대출이 막힌 자영업자들이 비은행 대출로 몰리면서 장기적으로 폐업률을 상승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의 숙박‧음식점업 대출은 15조524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2% 증가했다.

비은행 예금 취급기관은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을 의미한다. 시중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아도 대출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대출금리도 높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이른바 버티기에 들어가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어서다. 초기에는 종업원 수를 줄여 인건비를 줄이다 손실이 쌓이면서 대출을 통해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A씨는 “저녁 손님이 줄면서 처음에는 종업원 수를 줄였지만 이제는 더 이상 줄일 수 없어 대출을 통해 연명하는 상황”이라며 “가게를 열 때 대출이 있어 시중은행 추가 대출은 불가능한 상태다. 2금융권 대출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 및 증가율.ⓒ한국은행 자영업자 대출 잔액 및 증가율.ⓒ한국은행

특히 지난달 말부터 ‘대출규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면서 기존 대출이 있는 자영업자들은 대출 문도 막혔다. 서울 시내에서 창업할 경우 임대료 및 인테리어 비용만 해도 억 단위 자금이 필요한 탓에 빚이 없는 자영업자를 찾기 힘들 정도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 상반기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1금융권 대출액은 190조8000억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3달 사이 6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8년 이후 최대폭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창업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이는 자영업자들의 대출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이 가운데 강력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자영업자들은 2금융권 대출로 밀려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고용하는 종업원 수도 대폭 감소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큰 폭으로 늘면서 종업원을 고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제조업·도소매업·숙박음식업의 평균 취업자는 1048만2800명으로 지난해 1064만6500명보다 16만3700명(-1.5%) 감소했다. 대표적인 자영업 업종인 3개 업종의 취업자가 줄어든 것은 2013년 산업별 취업자 통계집계가 이뤄진 이후 처음이다.

종업원을 두지 않고 일하는 나홀로 사장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황이 나아져 종업원 고용률이 늘어난 것이 아닌 폐업으로 인한 감소세다. 비용 절감을 위해 종업원을 줄였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자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만1000명(-2.5%)이 줄었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도 지난달 4000명이 줄었다. 그간 증가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음식점 등 창업이 쉬운 자영업으로 은퇴자들이 몰리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개개인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정부 역할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연간 신규창업자 10명 중 7명이 폐업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폐업률이 높은 업종이 음식점업”이라며 “세금 감면 등 단기적인 처방보다는 창업 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정부 주도의 교육 프로그램 등 자영업자들의 생존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