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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인플루언서 축제로 전락한 지스타


입력 2018.11.19 14:07 수정 2018.11.19 14:57        유수정 기자

크리에이터·BJ 방송 외 즐길 거리 전무

해외 게임박람회·업체 사례 참고해 발전해야

15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18'에 마련된 펍지주식회사 '배틀그라운드' 부스 전경.ⓒ데일리안 유수정 기자 15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18'에 마련된 펍지주식회사 '배틀그라운드' 부스 전경.ⓒ데일리안 유수정 기자
크리에이터·BJ 방송 외 즐길 거리 전무
해외 게임박람회·업체 사례 참고해 발전해야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 2018’이 지난 15일부터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18일 폐막했다.

개막 전부터 e스포츠 생중계와 2019년 신작 게임 등 다양한 볼거리를 예고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지스타’는 ‘세계적 게임축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소문난 잔칫상에 먹을 것 없는 느낌이었다.

이번 ‘지스타’는 게임축제라기보다는 완벽한 ‘인플루언서 대잔치’였다. BTC관에 마련된 총 1758부스 중 80% 가량이 실질적 체험이나 게임 소개 보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아프리카TV BJ등 인플루언서의 게임 방송을 위한 자리로 활용됐다.

‘지스타’가 운영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부분의 부스에서는 한시도 쉴 틈 없이 유명 인플루언서를 배치해 행사를 진행하고 나섰다. 헤비 유저(heavy user)와 게임방송 마니아층만을 위한 자리였을 뿐, 명성을 기대한 일반적인 관람객에게는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행사였다.

14종의 신작을 출시한 넥슨과 4종의 신작을 출시한 넷마블이 각각 630여대와 260여대의 시연기기를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나흘간 22만5392명, 하루 평균 5만명 가량이 다녀간 것에 비하면 역부족인 개수였다. 신작 게임을 개별 기기로 체험하기 위해 최소 2~3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도 아니었다.

주최측 역시 ‘지스타의 꽃’으로 알려졌던 코스튬 플레이(이하 코스프레) 행사를 제쳐둔 채 ‘인기 크리에이터와 함께하는 라이브 토크’를 부대행사의 메인으로 삼았다. 보겸·대도서관·악어 등 국내 탑 크리에이터를 초청하는데 지출한 비용만도 상당 수준일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 때문인지 실제 ‘지스타’ 현장에는 대형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는 인플루언서들의 얼굴과 목소리만 가득했을 뿐 게임 영상이나 체험존 등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남의 잔치에서 ‘감 내놔라 배 내놔라’하는 듯한 인플루언서들 탓에 막상 주인공인 게임은 온데 간데 사라진 모습이었다.

15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18'에 마련된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부스 전경.ⓒ데일리안 유수정 기자 15일부터 1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2018'에 마련된 에픽게임즈 '포트나이트' 부스 전경.ⓒ데일리안 유수정 기자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 부스는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지스타 최초 해외업체 메인스폰서’라는 타이틀에 개막 전부터 이목이 집중됐던 터라 ‘잘해야 본전’일 것 같던 이들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BTC 전시관에 100부스 규모의 메인 행사장과 카페공간을 배정받은 이들은 화려한 볼거리와 체험거리로 장소를 꾸몄다. 게임 내 등장하는 ‘포트나이트 배틀버스’를 대형 포토존으로 구성하고 움직이는 ‘라마’를 마련해 로데오 형태의 체험형 게임으로 선보였다. 야외 부스에는 ‘곡괭이’를 휘두르는 이벤트도 마련했으며, 유명인사들을 중심으로 세계적 인기를 끈 ‘포트나이스 춤(이모션 댄스)’을 배울 수 있는 시간도 구성했다.

여타 참여업체들이 시연 및 e스포츠 게임방송 위주로 장소를 꾸민 것과 달리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 체험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지스타’에서 거의 유일하다 싶은 행사장 구성에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신경 많이 썼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개막 전 오거돈 부산시장은 독일이나 미국 등 세계적인 게임전시회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스타’ 부산 영구 유치를 강조했다. 그러나 단순히 개최지를 고정하는 것만으로 ‘지스타’가 세계적인 게임전시회를 따라가기에 역부족이라는 사실은 에픽게임즈와 국내업체들의 행사 구성 차이에서부터 확연히 드러났다.

내년이면 15회를 맞는 ‘지스타’가 국적과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즐기는 ‘문화의 장’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국제게임전시회가 아닌 본인들만의 잔치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대형 신작이 쏟아져 나오는 2019년에는 올해를 교훈삼아 조금 더 발전하는 행사로 자리하길 기대해본다.

유수정 기자 (crysta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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