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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지배하는 혁신농업’ 스마트팜 현장을 가다


입력 2018.11.18 15:08 수정 2018.11.18 15:15        이소희 기자

[현장-(1)]정밀 과학영농에 도전한 사람들…스마트팜 우수농장이 되기까지

[현장-(1)]정밀 과학영농에 도전한 사람들…스마트팜 우수농장이 되기까지

귀농·창농 쉽지 않은 결정이다. 시설투자와 작물생산량, 인력 등 어느 것 하나도 확실할 것 없이 단단한 결심과 충만한 노력만이 속이 꽉 찬 열매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출발하곤 한다. 그랬던 농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스마트팜’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두고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수집한 빅데이터가 최적의 생육환경을 알려주고 자동으로 제어하는 농장으로, 최적화된 생육환경이 유지돼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아지는 혁신적인 농업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좀 더 가까이서 들여다보기 위해 나름의 성공을 거둔 전북 지역 스마트팜 두 곳을 찾았다. 완숙토마토를 생산하는 로즈밸리와 여러 종의 장미를 재배하는 로즈피아 농장에서 그들만의 노하우와 스마트팜의 현주소를 눈여겨봤다.

◆수많은 실험정신과 도전정신으로 일궈낸 생산성 높은 ‘로즈밸리’

완숙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로즈밸리 농장은 PC나 모바일을 활용해 ‘마그마’라는 환경제어프로그램을 통한 원격 자동 시스템으로 농장환경을 생장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시켜주고 있었다. ⓒ데일리안 완숙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는 로즈밸리 농장은 PC나 모바일을 활용해 ‘마그마’라는 환경제어프로그램을 통한 원격 자동 시스템으로 농장환경을 생장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시켜주고 있었다. ⓒ데일리안

농업회사법인 로즈밸리의 정병두 대표가 스마트팜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농업회사법인 로즈밸리의 정병두 대표가 스마트팜의 성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농업회사법인 로즈밸리(RoseValley)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알차게 성장했다. 현재 농촌진흥청과 연계한 빅데이터 기반 생육환경 분석을 통해 정밀 영농을 실현 중이며, 빅데이터 활용 이후 기존보다 생산량이 62.5% 증가하고 경영비는 21.4% 감소했다.

로즈밸리 정병두 대표는 7년차 귀농인으로 소위 잘나가는 반도체 회사생활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접고 부모님의 고향인 전북 익산시에 2008년 둥지를 틀었다.

정 대표가 처음으로 선택한 품목은 화훼로 일본 수출을 염두에 두고 2010년 선도적으로 외국산 ICT 장비를 들여 생산에 돌입했지만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수출 감소로 경영여건이 악화되는 한차례 시련을 겪어야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좌절보다는 전진을 택했다. 성공적인 스마트팜 모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네덜란드 유학을 통해 토마토로 품목을 전환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외국산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국산 ICT 장비로 가장 스마트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자체 분석해가며 데이터를 축척해 끊임없이 영역을 개척한 결과 성공한 중견농 반열에 올랐지만 그의 실험정신은 계속되고 있었다.

토마토 온실 내·외부에 있는 측정센서가 온도와 습도, 일조량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컴퓨터나 모바일시스템으로 보내면 ‘마그마’라는 환경제어프로그램이 원격으로 냉·난방기를 가동하거나 자동으로 창문을 개폐하거나 물을 분사하는 등을 통해 온실 환경을 생장을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시켜주고 있었다.

정 대표가 네덜란드 등 선진국형 ICT 장비가 아닌 국산 ICT 장비로 스마트팜 시스템을 구축한 데에는 이른바 가성비와 확장성이라는 장점이 작용했다. 물론 디테일 면에서는 국산 장비가 부족한 부분도 있다.

외국산은 농장이나 온실을 넓히거나 이동할 때 제어프로그램 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하거나 확장성이 떨어지는데 비해 국산은 기본 프로그램 세팅의 폭이 크고 상대적인 비용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환경제어시스템을 완성하기까지는 무수한 시행착오도 겪어야했다. 생장에 중요한 온도와 물관리시스템 등에 대한 부족한 정보로 최적의 환경을 파악하는데도 힘겨웠다.

일례로 작물에 물을 주는 시점과 물을 끊어야 하는 시점, 작물이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고 있는지 체크하는 등의 물관리를 위한 작동 원리를 찾아 저울에 있는 센서를 활용, 손으로 그래프를 그려가며 데이터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학창시절 공학도였던 덕분에 그나마 가능했다고 했고, 과정의 힘겨움을 알기에 정 대표의 노하우는 이제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요즘은 초분광 영상처리기술을 농업분야에 접목해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초분광 카메라 장비를 드론에 탑재해 작물에 발생하는 병충해나 바이러스를 정밀 촬영을 통해 조기 진단하고 선택적인 방재를 할 수 있게 해 농업에는 이익을 소비자에는 안전을 꾀할 수 있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가히 한국형 스마트팜의 선구자 격이라고 부를 만했다. 정 대표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바이러스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으면 생산량을 가늠할 수 없게 되는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최첨단 기기들을 잘 활용하면 병충해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대표는 스마트팜의 본류에 공동체의식도 부여했다.

정 대표는 현재 약 1만㎡(3000평) 농장에서 연간 약 330톤을 생산하고 있으며 6억40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다. 18억원의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괄목할만한 생산성이다. 판로는 주로 대형유통업체 등을 통한 내수 유통과 일본 수출이며 마케팅은 7개 농가를 연합으로 조직해 철저하게 공동출하, 공동정산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 대표는 스마트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정확도’와 ‘에너지 효율’이라고 단언했다. 축적된 빅데이터, 농장의 하드웨어, 복합환경제어시스템 등이 맞물려 정확하게 돌아갈 때 최대의 생산성이 담보된다고 전했다.

◆수출목표로 출발한 협동조합식 농업법인 ‘로즈피아’ 유리온실의 글로벌한 성공

로즈피아의 대표 작물인 스프레이장미에 대한 품질과 생산성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로즈피아의 대표 작물인 스프레이장미에 대한 품질과 생산성을 설명하고 있다. ⓒ데일리안

농업회사법인 로즈피아는 수출을 목적으로 한 장미유리온실을 운영, 수출유망중소기엄으로 자리매김했다. ⓒ데일리안 농업회사법인 로즈피아는 수출을 목적으로 한 장미유리온실을 운영, 수출유망중소기엄으로 자리매김했다. ⓒ데일리안

2000년 7월 6개 영농조합이 뜻을 모아 전북 전주시에 설립한 농업회사법인 ‘로즈피아(대표 정화영).’ 10년만인 2010년에는 수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1000만 달러)했고 2016년 수출유망중소기업에 지정되는 등 글로벌한 규모로 성장했다.

주 생산 품목은 장미와 국화로 수출을 목표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식 농업회사를 표방하고 있다. 주로 러시아와 중국, 일본 등지에 수출하며 국내 유통도 병행해 지난해에 총매출액 104억원을 기록했다.

‘규모의 경제학’이란 말은 스마트팜에도 적용됐다. 로즈피아는 화훼 뿐 아니라 파프리카, 토마토, 고추 등의 과채류 수출 및 유통사업단도 발족시켜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구성된 회원농가 수가 지난해 128농가로, 이들이 재배하는 작물 면적만도 유리온실이 7만1839㎡, 자동화온실은 24만2227㎡에 달한다.

전주에는 장미 유리온실을 운영하는 농가들이 설립한 공동선별장인 화훼종합유통센터에 장미공동선별장과 선별기, 저온냉장고, 유리온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 곳 유리온실에서 1달 반에서 두 달 가량 최적의 시스템으로 키운 장미는 1년에 6~7회 출하되고 400본 이상이 전 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간다. 스마트팜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로 생산량은 품목따라 다르지만 평균 20~30%는 증대됐다.

특히 로즈피아의 스프레이장미 품종은 길이가 길고 볼륨감이 크며 화색이 뛰어난 최고 품질로 화훼문화가 발달한 일본 등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과채류 보다 일조량과 습도에 민감한 장미다 보니 유리온실과 온도, 수분 등의 환경제어가 디테일하고 단위면적 규모도 크지만 스마트팜 시스템 덕에 약 2만㎡(6000평) 정도는 재배관리사 한명이 모두 관리할 수 있다는 현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2012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화훼산업이 수출시장에서는 단가경쟁에 밀리고 내수시장에서는 일명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위축되는 추세라는 것이 고민이다.

이 같은 화훼산업의 변화는 농업선진국 네덜란드를 비롯한 전 세계적인 문제로 등장했다. 국내 기후특성 상 기온 차가 커 생산에 제약이 따르는 반면, 적도부근의 고산지대는 기온 편차가 작아 저비용으로 인한 화훼산업의 적지로 등장하게 되면서 가격 경쟁력이 뚝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경제적 생산성 단위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로즈피아는 최고 품종의 품질 유지와 해남도, 새만금 등 생산최적지를 찾아 에너지 문제를 고려한 경제적 생산시설을 대단위로 규모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로즈피아가 해남도에서 7~9월 사이에 생산하는 국산 국화 품종 ‘백마’는 품질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수출로 150억 송이가 팔려나갔다. 이 같은 성과는 로즈피아의 자본과 전문가의 기술력, 최적의 생산처가 바탕이 됐다.

로즈피아에서 수출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상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스마트팜의 고려사항은 에너지 효율과 경제적 생산이 관건”이라며 “70%의 비중을 차지하던 수출시장이 가격경쟁에 밀려 작년부터는 내수시장에 밀리는 역전현상도 나타나 시장 변화에 대한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고민도 털어놨다.

이미 농산업이 여타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본과 기술이라는 산업적 경쟁력을 가져야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표본을 로즈피아는 보여주고 있다.

예전 ‘농사나 지을까’로 치부되던 농업이 어느덧 대단위 농장체제의 정말 과학영농으로 전환되고 있다.

정부도 고령화와 인력부족, 수급불안, 생산성 향상이 둔화된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경쟁력 있는 생산시스템인 스마트팜을 육성하고, 이들 로즈밸리나 로즈피아 등 국내 스마트팜 1세대들의 노력들이 더해져 농업경쟁력이라는 주춧돌을 놓은 셈이다.

현재 국내 스마트팜 도입 농장의 규모는 4000ha로 전체 농업의 7~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아직은 미완의 기술 축척과 단계별 성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결국 스마트팜 도입이 시대의 흐름으로, 스마트팜이 더욱 굳건히 자리잡고 한국형 최첨단 농업시스템이 네덜란드를 넘어 전 세계에 뿌리내리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로즈밸리 정병두 대표의 “이럴 줄 알았다면 (스마트팜을)더 일찍 시작할 걸 그랬다”는 자기확신에 찬 의지와 성숙된 표현에서 가능성의 희망을 엿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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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aswit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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