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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D-30…대책은 커녕 정책 혼선에 우왕좌왕


입력 2018.11.19 06:00 수정 2018.11.21 17:29        배근미 기자

‘중간 사업자’ 없애 비용 줄인다더니…결국 밴사에 참여 요청

눈덩이처럼 커지는 비용 부담에 참여 은행들 '회의론'도 심화

‘중간 사업자’ 없애 비용 줄인다더니…결국 밴사에 참여 요청
눈덩이처럼 커지는 비용 부담에 참여 은행들 '회의론'도 심화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며 시작된 ‘제로페이’ 시범사업 시행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재 사업 참여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사업 동참을 앞둔 기대감보다는 정책 혼선과 비용 부담 가중에 따른 혼란과 의구심이 여전한 실정이다. ⓒ금융위원회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며 시작된 ‘제로페이’ 시범사업 시행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재 사업 참여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사업 동참을 앞둔 기대감보다는 정책 혼선과 비용 부담 가중에 따른 혼란과 의구심이 여전한 실정이다. ⓒ금융위원회

소상공인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없애겠다며 시작된 ‘제로페이’ 시범사업 시행이 어느덧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현재 사업 참여를 앞두고 있는 금융권 안팎에서는 신사업 동참을 앞둔 기대감보다는 정책 혼선과 비용 부담 가중에 따른 혼란과 의구심이 여전한 실정이다.

‘중간 사업자’ 없애 비용 줄인다더니…결국 밴사에 참여 요청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벤처부와 함께 제로페이(서울페이) 시범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시는 최근 밴(VAN) 사업자 연합인 한국신용카드밴협회 측에 제로페이 참여 의사를 타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 과정에서 은행권에 밴 수수료를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 참여 의향이 있느냐고 물어온 것은 사실”이라며 “이와 관련해 거절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오간 것도 아니라서 당장 사업 참여 여부에 대해 확답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QR코드를 찍으면 소비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당초 신용카드 결제 과정에서 소상공인들이 부담해야 했던 카드 수수료와 밴 수수료 등 중간 단계를 없애 '수수료 0%'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당초 제로페이의 취지였으나 가맹점 내 ‘판매점 관리 시스템(POS)’과 제로페이를 연동시키기 위해서는 밴사의 참여가 필수라는 점에서 결국 입장을 바꿔 밴사들의 참여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밴 업계에서는 이같은 결과에 대해 현재 사업 추진당국이 금융기관과 가맹점 간에 이뤄지는 결제체계를 너무 단순하게 봤던 것이 가장 큰 패착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당초 사업 계획에 밴사가 배제되면서 그나마 가능했던 ‘제로페이’ 사업 자체가 밴 포스 시스템을 넣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수수료 0%’라는 취지 자체에도 어긋나는 등 당초 계획과 전혀 다른 국면으로 흐를 공산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소비자들은 물건을 살 때 계산하고 가면 끝이지만 상점 주인은 보이지 않게 할 일이 많다. 결제된 내역을 매출로 잡거나 그에 따른 재고 운용, 세금 부분도 함께 처리해야 한다”며 “그러나 대부분 가맹점들이 사용 중인 포스(POS) 시스템을 통해 이같은 구조가 자동화돼 일손을 덜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밴사와 밴 대리점들이 포스 시스템에 대한 설치와 관리 등 역할을 해 오고 있는데 마치 아무 역할도 없이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듯이 취급하다 이제서야 그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불투명한 밴사들의 제로페이 참여 여부는 앞으로 본격화될 밴 수수료 협의에 달려있는 상황이다. 밴 업계는 최소한 카드사에서 지불하고 있는 수수료 이상은 지불이 이뤄져야 사업 참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카드사의 경우 지난 7월부터 결제금액에 비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률제 전환을 통해 건당 결제금액의 0.28%를 밴사에 지급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이미 결제망이 갖춰진 신용카드 시스템과는 달리 이제 막 도입 단계인 제로페이의 경우 설치부터 유지보수, 포스시스템 내 통합 관리 등을 전부 다 하라는 건데 이걸 돈도 없이 하라는 건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당장 밴사에서 협의를 한다고 해도 일선 현장에서 움직이는 밴 대리점들이 신용카드 시스템 대신 돈도 되지 않는 제로페이를 굳이 하려고 나설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눈덩이처럼 커지는 비용 부담에 참여 은행들 '회의론'도 심화

한편 제로페이 참여 은행들은 이처럼 제로페이 전반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사업 계획 변경과 늘어나는 비용 부담 압박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당국이 시범사업을 목전에 두고 관계당국이 밴사들의 사업 참여를 타진함에 따라 그에 따른 수수료 부담을 또다시 은행권에 전가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금융결제원이 제로페이를 단일 시스템에서 가능하도록 하는 통합 페이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지만 이 비용부터가 은행권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금결원은 초기 설치비용(39억) 뿐 아니라 매년 30억원 가량이 운영비로 소요될 것이라는 추산을 각 시중은행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결원 자체가 은행 분담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만큼 플랫폼 개발에 따른 단발성 비용 뿐 아니라 지속적인 제로페이 운영 부담 역시 은행권의 몫이 된 것이다.

참여사들은 이미 앞서 서울시, 중기부 등과 계좌이체 수수료를 일정 부분 면제하겠다는 내용의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에따라 연 매출액 기준 8억원 이하의 가맹점에 대해서는 수수료 전액 면제, 8억∼12억원은 0.3%, 12억원 초과는 0.5%만 받도록 했다. 서울시 66만 자영업자 모두가 제로페이 가맹점으로 가입할 경우 은행권에서는 11개 시중은행이 매년 최대 760억원가량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는 추산이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금융위가 시범사업 시행 한달 반을 앞두고 보안 강화를 근거로 제시한 ‘QR코드 결제 표준’ 역시 참여사들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QR결제 사업에 적극적인 카카오페이 등이 제로페이 사업 참여 포기를 선언하면서 일각에서는 기존 QR코드와의 호환성 문제를 지적했지만 금융당국은 “제로페이 참여 여부와 QR결제 표준 도입과는 무관하다”며 “제로페이에 참여하지 않는 사업자도 제로페이 QR결제 앱과 호환이 가능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같은 경우 이미 일선 가맹점에 10개의 자체 QR코드를 배포했는데 이는 url 방식인 반면 제로페이를 통해 도입하려는 표준 QR체계는 Bin 번호와 유사한 숫자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카카오페이 입장에서는 자사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그 방식을 쓰다보니 양측 간 입장 차가 서로 얽혀서 사업 참여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것 아니었겠나”라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제로페이 사업에 대한 운영비용 전반을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은행권은 이번 ‘제로페이’ 사업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미 포기하기로 한 수수료 수익 뿐 아니라 제로페이 플랫폼 운영에 따른 부담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업 자체에 대한 흥행 여부를 알 수 없는데다 설사 제로페이가 흥행하더라도 수익성 확보는 물론 홍보 효과도 또한 직접 누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실익이 있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제로페이 사업과 관련해 은행들도 자체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기는 하지만 기존 플랫폼들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네이버와 같은 주요 결제업자들과의 경쟁은 사실상 어른과 아이의 대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나마 그동안은 플랫폼 업체들의 간편결제 시스템 운영에서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챙겨왔는데 이번 제로페이 출범으로 그나마 받을 수 있었던 수수료도 면제되거나 ‘플랫폼’을 가진 결제사업자 중심으로 흐르게 된 상황”이라며 “결국 은행들이 주머니를 털어 만든 ‘제로페이’ 혜택이 일반 소상공인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비용 지불 부담에서 자유로워진 네이버 등 플랫폼사들만 키워주는 효과로 나타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또한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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