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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신약 우대' 개정안 강행하나…국내·다국적사 "전면 수정해야"


입력 2018.11.14 06:00 수정 2018.11.14 06:06        손현진 기자

글로벌 혁신신약 기준 대폭 강화…'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도 삭제

국내·다국적사 거센 반발…"연구개발 포기를 종용하는 제도" 지적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개정안을 놓고 국내 및 다국적 제약사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개정안을 놓고 국내 및 다국적 제약사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자료사진) ⓒ데일리안DB

정부의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 개정안을 놓고 국내 및 다국적 제약사가 한 목소리로 반발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말살하는 방향이라며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글로벌 혁신신약의 새 기준을 담은 '약제의 요양급여 대상 여부 등의 평가 기준 및 절차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에 대한 의견은 내달 17일까지 받기로 했다.

2016년 제정된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는 국산 신약 개발을 활성화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식약처가 세계 최초 허가를 받거나 전 공정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신약에 대해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으로,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가 10% 가산과 신속등재 등의 우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올해 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당시 미국 측이 해당 법안을 차별 조항으로 지목하고 수정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우리 정부는 개정안 마련에 착수하게 됐다.

심평원은 "양측 정부는 글로벌 혁신신약 약가우대 제도를 한·미 FTA에 합치하는 방향으로 개정하기로 원칙적 합의했고, 이러한 방향에 대해 심평원장과 주한 미 대사관 차석 대사간 서한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제약사가 국내에서 약가 우대를 받으려면 '기업요건'과 '제품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한다. 기업요건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혹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필수의약품을 수입·생산해 공급하는 곳이어야 한다.

공급의무를 위반하거나 리베이트 제공이 적발된 제약사는 제외된다. 기존 혁신형 제약기업 우대 조항은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제품요건으로는 새로운 기전 또는 물질이거나, 대체 가능한 다른 치료법이 없어야 한다. 또 생존기간의 상당한 연장 등 임상적 유용성이 개선된 것을 입증해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획기적 의약품으로 지정받거나 유럽 의약품청(EMA)에서 신속심사가 적용돼야 하고, 희귀질환 치료제 또는 항암제여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이는 기존 약가 우대 조건에서 대폭 까다로워진 것이다. 기존에는 ▲국내에서 세계 최초 허가를 받거나 국내 전공정 생산, 국내외 기업간 공동계약 개발 ▲혁신형 제약기업 또는 R&D 투자비율이 혁신형 제약기업 평균 이상 또는 3년 이상인 국내외 기업간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연구개발 투자 성과 창출 ▲국내에서 임상 1상 이상 수행 등의 요건을 만족하면 됐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연구개발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한국 제약산업을 한·미 FTA의 희생양으로 삼은 정부의 비상식적 행정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제약협회 측은 "이번 개정안은 신약 연구개발, 국내 임상 수행 등의 관련 조항이 전면 삭제되면서 당초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한 신약을 우대해주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며 "심지어 국내 의약품정책을 수립한다면서 미국 FDA나 유럽 EMA의 신속심사 승인 등 외국의 허가를 전제조건으로 삼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우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대로면 국내 제약사는 아무리 탁월한 신약을 개발하더라도 무조건 미국이나 유럽에 가서 신속심사허가를 받아야만 약가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협회 측의 주장이다.

제약협회는 "미국 제약기업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한국 정부가 미래 성장동력의 커다란 밑거름인 자국 제약기업체들의 연구개발 의지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제도 수정을 요구해왔던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개정안에 담긴 요건은 제도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조건"이라며 "글로벌 신약에 대한 차별요소를 없애려는 의도와 달리 결국 국내외 해당되는 신약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사문화된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평원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한·미 FTA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정부가 검토한 최적의 안으로 제시한 것이며, 별도로 2, 3안을 준비해두지는 않았다"며 "관련 단체에서 잇따라 성명이 나오기는 했지만 지금까지 접수된 의견은 없으며, 추후 들어오는 의견은 최대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진 기자 (sonson@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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